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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차차차’, 양지로 나온 표절 논란

2013.01.15

‘다함께 차차차’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가 ‘다함께 차차차’에 표절 혐의를 씌웠기 때문이다. SCEK는 지난 1월14일, 넷마블 쪽으로 ‘다함께 차차차’가 소니의 게임 ‘모두의 스트레스 팍’을 표절했으니 서비스를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소니와 넷마블 두 업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다함께 차차차’는 넷마블 자회사 턴온게임즈가 개발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통해 넷마블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5차선 도로에서 달리는 차량을 조작해 다른 차량을 추월하고, 정해진 연료로 최대한 멀리까지 주행하는 모바일게임이다. 서비스 출발은 순조로웠다. ‘다함께 차차차’는 출시 1주일여 만에 700만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구글플레이의 각종 응용프로그램(앱) 순위 차트 1위도 휩쓸었다.

무엇이 ‘표절’이고, 어디까지가 ‘참고’인가. ‘다함께 차차차’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은 어쩌면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다함께 차차차’ 이전에도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통해 소개된 게임에 표절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다함께 차차차’는 표절 혐의를 쓴 첫 번째 작품이 아니라 처음으로 공론화된 표절 시비인 셈이다. 국내 모바일게임업계 창작시장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다함께 차차차’ 표절 논란으로 되돌아봐야 할 때다.

‘다함께 차차차’ 논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의 문제

게임을 만드는 이들이나 게임을 즐기는 이들 모두 어떤 게임이 다른 게임을 표절했다고 주장하기는 쉽다. 이번 ‘다함께 차차차’와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다른 차 뒤에서 달리면 속도가 빨라지는 기능은 표절 아니냐”라든지 “5차선 일방통행 도로에서 다른 차량을 추월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만든 것은 베낀 것”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내가 만든 게임을 다른 개발자가 베꼈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선 힘든 싸움을 거쳐야 한다. 법정까지 가는 과정과 법정에 올라선 이후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법정이 실제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하는 부분은 전반적인 게임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게임의 표현방식에 국한된다. 저작권법 대원칙 중 하나인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 때문이다.

예를 들어 5차선 도로에서 게이머의 자동차가 다른 차량을 추월하며 즐기는 게임이라는 ‘모두의 스트레스 팍’과 ‘다함께 차차차’의 공통된 아이디어는 표절이 아니다. 헌데 ‘다함께 차차차’에서 볼 수 있는 도로 주변 환경 그림이 일정한 패턴에 따라 바뀌는데, 이 같은 변화가 ‘모두의 스트레스 팍’과 비슷하다면 이는 표절로 인정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차량 뒤에 붙어 달릴 때 속도가 빨라지는 등 게임을 구성하는 핵심 아이디어에 관해서는 법원이 표절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속 아이템을 획득했을 때 발생하는 효과음이 비슷하다는 점에 관해서는 표절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게임 속 표현은 일반적으로 캐릭터나 그림, 음악, 효과음 등을 가리킨다.

쉽게 설명하면, 게임의 목표나 목적이 얼마나 다른가 하는 여부는 법원이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모두의 스트레스 팍’ 게임 방식은 얼마나 많은 차를 추월하느냐고, ‘다함께 차차차’는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목표인 게임이므로 표절이 아니다”라는 식의 주장은 법정에서 힘을 잃는다. SCEK가 ‘다함께 차차차’에 문제 삼은 부분도 바로 게임의 표현방식들에 국한된다.

SCEK는 나이트로(가속 아이템)를 획득했을 때 도로에 차량이 갑자기 증가해 의도적으로 충돌할 수 있도록 한 기법이나 5차선 지도의 표현양식, 터널이나 도시가 일정한 패턴을 갖고 변화하는 점을 지목하며 ‘다함께 차차차’가 ‘모두의 스트레스 팍’을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외에 게임 속에서 볼 수 있는 각종 효과 표현과 소리 효과 부분도 SCEK가 문제삼고 있는 부분이다.

넷마블은 SCEK의 이 같은 주장에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함께 차차차’ 서비스 중단은 없다는 게 넷마블쪽 입장이다. 두 게임이 유사하게 보인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화면구성과 게임방식, 아이템 등 포괄적인 게임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넷마블 쪽은 “소니가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면, 넷마블도 정당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넷마블의 ‘다함께 차차차'(위)와 소니의 ‘모두의 스트레스 팍’

모바일게임 표절 시비는 예견된 논란

아직 소니와 넷마블은 법정 문을 열고 들어간 단계는 아니다. ‘다함께 차차차’가 ‘모두의 스트레스 팍’을 표절했는지는 법정에서 가려줄 것이다. 하지만 ‘다함께 차차차’에 표절 논란이 불어닥친 만큼 카카오톡 게임하기에 출시된 옛 게임을 다시 꺼내봐야 할 때다.

지난 2012년 7월, 전국이 ‘애니팡’으로 떠들썩할 때 ‘애니팡’ 이후 출시된 게임에도 이목이 쏠렸다. ‘애니팡’이 하루에 얼마를 벌고 있다는 내용이나 ‘애니팡’ 이후 등장한 ‘캔디팡’이나 NHN 라인의 ‘라인팝’이 ‘애니팡’ 뒤를 잇고 있다는 장밋빛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애니팡’ 등장과 함께 모바일게임의 표절 논란을 미리 우려했었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개발들이 기존에 유행했거나 옛 게임 중 상품성 있는 게임을 개작해서 2차 저작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라며 “일단 카카오톡과 연동부터 하고, 저작권 침해 논란이 발생하면 일부 로열티만 지급하고 끝내는 식의 개발 문화가 자리잡은 것은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모바일게임 업계는 순환이 매우 빠르다. 특히, 카카오톡 게임하기는 빠른 유행을 따라 게임이 뜨고 진다는 것이 입증된 플랫폼이다. ‘애니팡’ 이후 몇 종의 비슷한 게임이 개발됐고, ‘팡류’ 게임이라는 없던 말도 생겼다. 카카오톡 게임하기 ‘3주 천하론’도 이때 등장했다. 3주 만에 게임이 인기를 얻고 그 인기가 다른 게임으로 옮겨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애니팡’ 이후 ‘캔디팡’과 ‘아이러브커피’, ‘드래곤 플라이트’, ‘모두의 게임’ 등으로 인기가 빠르게 이동했다. ‘다함께 차차차’도 유행의 연장선에 있었음은 물론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게임에 표절 논란이 발생한 것은 ‘다함께 차차차’가 처음이다. 하지만 이미 예견돼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애니팡’과 ‘캔디팡’ 등 ‘팡류’ 게임이 한동안 꾸준히 고개를 내민 것에서 유행 따르기 급급한 모바일게임 개발 문화가 엿보인다는 의견이다.

이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을 개발해 짧은 기간 안에 치고 빠지는 일종의 한탕주의 개발 문화가 스마트폰게임 업계에 돌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라며 “‘다함께 차차차’ 표절 논란은 이 같은 개발 문화가 과도한 상황에 왔다고 판단한 SCEK가 한 번쯤 선을 긋기 위해 강경하게 대응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모바일게임 개발 환경 자체가 이번 표절 시비와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모바일게임은 일반적으로 게임 마니아를 상대로 게임을 개발하지 않는다.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던 일반 스마트폰 사용자가 대상이다. 따라서 단순한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 창작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 요소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도덕적으로 다른 게임을 표절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란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모바일게임 특성상 게임이 복잡해질 수 없고, 단순하게 만들다 보니 비슷한 게임이 개발될 여지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 초기 ‘애니팡’ 이후 카카오톡 게임하기와 NHN 라인 등에서 ‘팡류’ 게임이 다수 출시된 것도 이 같은 개발 환경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종의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게임 개발자가 기존 게임을 표절했느냐 안 했느냐를 따지는 일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앞으로도 모바일게임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표절 이슈가 고개를 들 것”이라며 우려의 속내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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