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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위한 휴대폰’, 스마트폰서도 될까

2013.01.16

월스트리트저널이 후지쯔의 F시리즈 피처폰에 대해 언급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이른바 ‘바람둥이를 위한 휴대폰’이다. 이 휴대폰의 프라이버시 모드를 켜면 비공개 목록에 들어있는 번호로 걸려오는 연락을 절묘하게 숨겨준다.

다른 전화 기능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비공개로 해둔 연락처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벨소리도 울리지 않는다. 그저 배터리와 안테나의 색깔이 살짝 바뀌는 것 외에는 어떤 신호도 주지 않는다.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당사자도 알지 못하고 넘어갈 정도다. 당연히 부재중전화나 문자메시지, 이메일도 숨겨준다. 프라이버시 모드를 끄면 그간 받지 못한 전화와 메시지 등이 뜬다.

fujitsu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NTT도코모의 요구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피처폰 시절에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넣길 바랐던 기능이라는 것이다.

용도가 한정돼 있고 정해진 채널로만 연락이 오는 피처폰에서는 통제가 가능했지만,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는 약간 어려워졌다. 후지쯔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서 프라이버시 기능을 넣긴 했지만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한국만 해도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메시지를 통해 연락하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이를 스마트폰이 직접 제어하기는 쉽지 않다.

안드로이드폰에선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앱들이 있다. 티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마이히든폰’ 같은 앱을 이용하면 미리 정해둔 번호에 대해 전화와 문자메시지 수신을 숨길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메시지 앱을 숨길 수는 없다.

그럼 전화번호나 문자메시지는 어떻게 숨길까. 안드로이드는 앱이 전화번호나 문자메시지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특정 전화와 메시지를 골라내 감추거나 벨소리를 다르게 하는 등의 기능을 앱으로 만들 수 있다. 원치 않는 전화를 받지 않게 하는 기능은 바람둥이가 아니더라도 유용하다.

‘더콜 스팸 전화번호부’ 같은 앱은 지긋지긋한 스팸 전화를 막아준다. 원리는 비슷하다. 대출이나 보험가입 등 원치 않는 텔레마케팅 관련 번호들을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고 있다가 전화가 걸려오면 앱이 수신 번호를 가로 서버에 담긴 스팸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다. 이 안에서 스팸전화로 판명된면 ‘보험 가입 권유’나 ‘대출 영업’ 등 어떤 목적으로 걸려온 전화인지 화면에 띄워준다. 이용자가 원하면 아예 전화가 왔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android

문자메시지 정보는 ‘카드생활’ 같은 앱이 잘 활용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확인 문자메시지가 도착하면 이를 앱이 알아챈다. 문자메시지 안에는 카드사, 이용금액, 이용처 등의 정보가 규칙에 맞춰 포함돼 있는데 이를 분석해서 따로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준다. 그 달에 어떤 신용카드를 어디에 총 얼마 썼는지를 분류해 카드 쓰는 습관을 분석해준다.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앱과 악성코드가 그야말로 ‘평등’하다. 또한 보증되지 않은 서비스를 통해 내 개인정보가 새어나가지 않을까 걱정도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그럼 아이폰에는 이런 앱이 없을까. 아이폰은 앱이 전화번호부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전화를 걸고 받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데도 앱이 간섭하지 못한다. 이른바 ‘샌드박스’ 정책으로 어떤 앱도 개인정보에 접근하지 못한다. 보안 측면에서는 그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편하다. 두 플랫폼의 도드라진 차이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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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