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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아이폰5 ‘와이드밴드 오디오’

2013.01.27

통신사들이 전화 목소리를 더 깨끗하게 들려준다는 HD보이스 기술에 부쩍 신경쓰고 있다.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메시지에 심지어 귀뚜라미까지 모델로 등장해 새로운 통화 기술을 알린다.

국내에서 만드는 LTE 단말기들에는 대부분 ‘HD보이스’라고 부르는 VoLTE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아이폰에는 빠져 있다. 그 대신 아이폰5는 이와 비슷한 ‘와이드밴드 오디오’라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것은 통신사들이 ‘3G HD보이스’라고 부른다. 지금까지는 안 됐지만 1월23일부터 일부 지역부터 서비스가 시작됐다. VoLTE도 일반 통화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는데, 이보다 전송량이 더 작은 이 와이드밴드 오디오에 과연 HD보이스라는 이름을 붙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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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 얘기하는 것보다 직접 한 번 들어보는 게 낫다. 먼저 아래 2개의 소리부터 들어보자. 두 소리의 차이가 느껴진다면 기술 이야기부터 먼저 꺼내볼까 한다. 어떤 게 3G HD보이스인지는 뒤에서 공개하겠다.



▲와이드밴드 오디오와 일반 3G(내로우밴드 오디오)로 음악을 전달하면? (음원 : show me tell me(남궁연)) / ☞별도로 음원 듣기 : , 아래

왜 아이폰5에는 VoLTE 안 넣었나

아이폰5가 쓰는 고음질통화 방식은 와이드밴드 오디오로, ARM-WB라는 코덱을 쓴다. 이 코덱으로 음성을 압축해서 전송하고 이를 다시 풀어낸다. VoLTE도 이 코덱을 이용한다. 하지만 방식에 약간 차이가 있다. 일단은 VoLTE가 가장 고품질의 기술이고 와이드밴드 오디오는 음질에서 차이가 난다.

그럼 아이폰5에는 왜 VoLTE를 안 넣었을까. 세계적으로 아직 안 쓰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국내에만 적용돼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갤럭시, 옵티머스, 베가 시리즈에는 이 코덱을 넣었다. 해외에는 아직 LTE도 대중화되지 않았기에 망에 VoLTE를 설비하지도 않았다. 사실 세계시장에서 이를 표준 음성통화 기술로 끌어안을지도 미지수다. 이와 달리 와이드밴드 오디오는 이미 해외 일부 통신망에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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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5를 발표하며 소개한 와이드밴드 오디오의 특성이다. 파란색만큼 더 넓은 범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와이드밴드 오디오는 아이폰만의 기술일까. 애플이 아이폰5를 발표하면서 소개한 덕분에 유명해졌지만, 사실 소니도 쓰고 있었고 HTC가 2008년 내놓은 ‘터치HD’에도 들어가 있는 코덱이다. 다만 통신사들이 잘 쓰지 않았고, 요즘들어 일부 통신사들이 적용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VoLTE와는 뭐가 다를까

두 기술은 닮기도, 닮지 않기도 했다. 공통점은 AMR-WB 오디오 코덱을 쓴다는 점이다. 작은 용량에도 최대한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한 압축 방식이다. 그래서 소리를 담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폭은 VoLTE와 똑같이 50~7000Hz다. 일반 3G통화가 200~3400Hz 정도를 담기 때문에 통신사들은 2.2배 깨끗한 소리를 들려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음질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요소인 전송률은 최대 12kbps 수준으로 3G와 똑같다. VoLTE는 이보다 2배 정도 높은 23.85kbps까지 낸다. 아이폰5에 들어가는 와이드밴드 오디오는 주파수 대역폭은 VoLTE급, 데이터 전송률은 3G 통화급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이용하는 통신망이다. 둘 다 데이터 기반의 음성통화지만 VoLTE는 우리가 인터넷을 쓰는 패킷망에서 작동하고 와이드밴드 오디오는 우리가 기존 음성통화에 이용하던 서킷망을 그대로 이용한다. 음성통화의 업그레이드인 셈이다. VoLTE는 음성통화가 안 되는 LTE 망에서 통화 기능을 추가하기 위한 기술이고 와이드밴드 오디오는 기존 서킷통화망 한계 안에서 음질을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서킷망의 대역폭 한계는 있지만 연결성이 좋아 지금 당장은 패킷망에 연결하는 VoLTE보다 안정성이 높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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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단말기가 와이드밴드 오디오 지원하나

현재 국내에서 와이드밴드 오디오를 쓸 수 있는 단말기는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폰5다. 아이폰4S에서는 안된다. 그런데 소니는 이미 이전부터 이 기술을 넣어왔다. 국내에 판매된 엑스페리아 아크, 레이도 현재 와이드밴드 오디오로 통화할 수 있다.

VoLTE 통화를 할 수 있는 LTE 단말기들도 와이드밴드 오디오가 지원된다. VoLTE 단말기끼리는 VoLTE로 통화하고, 와이드밴드 오디오 단말기와 통화할 때는 와이드밴드 오디오로 통화한다. 예를 들어 갤럭시S3과 옵티머스G 사이에는 VoLTE로 통화하고 베가R3와 아이폰5가 통화할 때는 베가R3가 아이폰5에 맞춰 와이드밴드 오디오로 통화한다. 물론 이도저도 안되는 단말기는 일반 3G 통화를 쓴다.

그럼 단말기를 어떻게 알고 코덱을 바꾸는 것일까. 우리가 전화번호를 누르고 ‘통화’ 버튼을 누르면 흔히 ‘호(call)’라고 부르는 신호를 기지국으로 보낸다. 이 안에는 상대방 전화번호를 비롯해 단문메시지 등이 포함되는데 또 한 가지가 코덱 리스트다. 이 신호가 기지국을 거쳐 전화를 연결하는 교환기로 전해지는데 교환기 안에서 전화를 연결할 상대 단말기를 체크해 어떤 코덱을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한 뒤에 가장 최적의 방식으로 통화를 연결해 준다. 이게 우리가 전화를 걸고 잠깐 조용해지는 1~2초 사이에 통신사들이 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갤럭시S3으로 아이폰5에 전화를 걸 때 VoLTE, 와이드밴드 오디오, 일반통화 등 3가지 방식이 가능하다고 보내면 교환기가 상대방의 전화기와 비교해 아이폰5에서는 VoLTE가 안 되고 와이드밴드 오디오와 일반통화가 된다고 판단해 그 중 더 나은 와이드밴드 오디오로 연결하는 식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직은 이 정도까진 안 된다. 통신사가 새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대체로 조금씩 나눠 적용을 하는데 현재는 와이드밴드 오디오끼리의 통화만 적용하고 있다. KT는 아이폰5만 되고 SK텔레콤은 아이폰5, 소니 엑스페리아 아크, 레이가 와이드밴드용으로 교환기에 등록돼 있는 단말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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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하반기 이후 나온 소니 엑스페리아 스마트폰에도 와이드밴드 오디오 코덱이 들어가 있다.

이 외에 국내에 정식으로 판매되지 않은 소니 엑스페리아 P, S 등에도 와이드밴드 오디오 코덱이 들어 있다. 직접 테스트해보지는 못했는데 통신사들 설명으로는 아직 교환기에 이 외의 단말기에 대해서는 등록하지 않은 상태고 곧 지원 단말기를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VoLTE와 마찬가지로 아직 SK텔레콤과 KT간의 협의가 이뤄져야 양사의 단말기가 와이드밴드 오디오로 통화할 수 있게 된다. 두 회사간의 교환기 망 업그레이드도 필요할 수 있다. 현재 각 통신사간의 음성망 연결은 64kbps의 대역폭을 갖고 있다. 와이드밴드 오디오는 128kbps망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통신사들은 이 역시 그리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라고 한다.

또 한 가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기지국과 기지국간 연결이다. 와이드밴드 오디오가 아직 제한된 지역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이 지역을 벗어나면 전화 통화가 끊어지는 것 아닐까. 그렇지는 않다. 와이드밴드 오디오에서 일반 전화 지역으로 넘어갈 때도 자연스럽게 통화를 넘겨준다. 서킷망 안에서 통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와이드밴드 오디오, 당장 쓸 수 있나

적용은 상당히 빠르게 이뤄질 계획이다. 아이폰을 취급하는 두 통신사는 2월 중순경이면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와이드밴드 오디오를 적용할 계획이다.

빨리 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지국 대상 작업이 아니라 교환기에서 처리해주기만 하면 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설비해야 하는 장비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이미 깔려 있는 서킷망을 이용하는 기술이고 각 단말기를 이어주는 교환기가 이 코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중계 역할만 해주면 된다. 교환기 하나에 적용하면 지방은 어지간한 시, 도 단위로 업그레이드되고 이용자가 많은 서울에서는 구 단위 정도로 적용이 끝난다.

실제 확대가 매우 빠르다. 테스트를 시작한 1월 23일만 해도 KT는 성남시 전역과 용인을 대상으로 4천명의 체험단에게 우선적으로 개방했다.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한 뒤에 완벽한 서비스를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분당 일부 지역에서 시작해 24일부터 서울 강북구 주변에서 서비스가 이뤄졌다. 두 통신사 모두 며칠 내로 서울시와 수도권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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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깨끗하길래…직접 들어볼까

기술을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여기까지 읽어내오면서 정작 궁금한 것은 이거다. ‘그래서 좋아?’ 단말기를 들고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곳에 찾아갔다.

#. 1월23일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앞

먼저 KT로 개통된 아이폰5로 테스트했다. KT는 성남과 용인시에서 우선적으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해부터 망 테스트는 해 왔지만 실제 망에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자역에 도착하자마자 분당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썩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안 되는 건가? 알고보니 아직은 4천여명의 KT체험단 단말기에서만 와이드밴드 오디오가 된다. 자신은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서비스를 먼저 꺼내놓고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할 수 없다고 KT쪽은 설명했다.

KT가 준비해 준 아이폰5를 통해 통화해 봤다. 번갈아 통화했는데, 목소리는 차이를 잘 모르겠다. 그런데 주변 소음을 따져보니, 약간 깨끗하게 들린다. 음악을 들어보니 좀 더 낫다. VoLTE와 마찬가지로 음질 자체가 확 올라갔다기보다는 좀 시원한 느낌이 난달까. 되는 전화기와 안 되는 전화기를 동시에 양쪽 귀에 대고 들어보니 차이를 좀 알겠다.

패킷망을 이용하는 VoLTE는 전화를 걸면 바로 걸린다. 패킷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빠른 것이다. 반면 와이드밴드 오디오의 통화 연결 속도는 기존 전화와 비슷하다. 서킷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 1월24일 서울시 강북구 강북구청 인근

전날 테스트에서 ‘그 느낌을 정확히 전달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녹음을 하면 될 것 같았다. SK텔레콤의 도움으로 2대의 아이폰5를 다시 받았다. SK텔레콤은 분당 일부 지역에서 시작해 23일부터 서울 강북구에서도 와이드밴드 오디오 서비스가 된다고 말했다. 강북구청 앞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를 잡고 테스트를 시작했다.

서로 다른 아이폰5를 와이드밴드 오디오와 일반 통화로 각각 연결해 음성, 음악, 그리고 화제의 귀뚜라미 소리까지 녹음했다. 귀뚜라미 소리는 유튜브에 올라온 녹음 소리를 이용했다. 준비한 아이폰은 3대다. 하나의 아이폰으로 와이드밴드가 되는 아이폰, 안되는 아이폰에 번걸아 전화를 걸고 똑같은 소리를 똑같은 음량으로 보냈다. 소리를 받는 쪽은 오디오 잭으로 노트북에 라인 인으로 직접 연결해 녹음했다. 긴 말 필요 없이 같은 소리를 어떻게 달리 들려주는지 소리를 들어보자.



▲귀뚜라미 소리 / ☞별도로 음원 듣기 : , 아래



▲음성 통화 / ☞별도로 음원 듣기 : , 아래



▲클래식 음악 / ☞별도로 음원 듣기 : , 아래

구분할 수 있겠는가? 맨 앞에 소개했던 것부터 모든 소스는 위쪽이 와이드밴드 오디오, 아래가 3G 통화다. 와이드밴드 오디오의 효과는 분명했다. 확실히 소리가 좋아진다. LG유플러스가 VoLTE 광고에 쓰면서 일약 유명세를 탄 귀뚜라미 소리는 와이드밴드 오디오에서만 잘 들린다. 3G 통화는 아주 안 들리는 건 아니지만 주 음역대가 깎여나가면서 이상한 소리로 들린다. 두 번째 목소리 테스트도 와이드밴드가 더 실제 목소리처럼 들린다.

마지막 클래식 음악은 두 코덱의 특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예다. 중간에 바이올린 소리가 끊어지는 부분이 바로 각 코덱이 담아내지 못하는 부분의 소리다. 양쪽 모두 끊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아래 일반 전화는 매우 심하게 끊어진다. 그 부분이 대역폭을 넘기는 소리다.

여전히 음성통화 음질 자체를 획기적이라고 논하기는 곤란하지만, 담을 수 있는 음역폭이 늘어났고 효과가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적어도 우리가 그 동안 ‘전화소리’라고 느끼던 것과는 분명 다른 소리를 전해준다. 기존 3G 통화도 음성을 담기는 충분하지만 목소리조차도 더 넓은 대역폭이 담긴다는 느낌이다. 문제는 일반 통화시엔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휴대폰 송화기의 음질 문제도 한몫할 수 있겠다. VoLTE에서 목소리가 기대만큼 다르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에도 송화기가 있다.

그래서 결론은? 큰 기대를 채워줄 정도는 아니라도 이전 기술보다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 없다. 이런 기술은 빨리, 더 많이 적용될수록 좋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