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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검열의 제국, 중국만의 얘길까

2013.01.28

중국의 아픔은 우리와 닮았다.

자오쯔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1989년 천안문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가 이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천안문 광장에 탱크가 들어서고 군인은 자기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 ‘천안문 사건’으로 알려진 중국의 민주화 운동 이야기다. 당시 민주화 운동을 하는 국민 편에 선 자오쯔양은 총서기에서 축출됐고,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할 것을 짐작하고 자리를 피하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천안문 광장을 찾은 것이다.

천안문 광장은 이후 중국에서 금기어가 됐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담은 인터넷도 중국에서만큼은 천안문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5년 자오쯔양이 가택 연금 끝에 사망하자 인터넷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애도의 글이 올라왔다.

20년 가까이 자오쯔양은 중국 역사에서 없는 사람을 취급을 받았으나, 인터넷은 사람들이 그를 떠올리게 했다. 결국 중국 정부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 자오쯔양에 관한 글이 보이지 않게 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의 블로그 서비스 ‘보키’도 예외가 아니었다. 왕쥔슈 보키 공동창업자이자 대표는 보키에 자오쯔양에 관한 글이 오르내리는 것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고 눈가리개를 씌운 사건은 또 있다.

시각장애인 천광청은 불의를 보면 바른 소리를 하는 성격 때문에 점차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모였다. 그중엔 정부가 펼치는 ‘한 자녀 운동’의 피해자도 있었다. 한 가구에 자녀 한 명만 낳아 기르자는 운동인데, 구호에서 그치지 않고 지방 공무원들이 강제 낙태, 불임 시술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천광청은 이 이야기를 듣고 등스구란 마을에 찾아가 사례를 모으고, 보도해줄 기자를 알아보고, 집단 소송을 준비했다.

중국 정부는 2005년 눈엣가시같은 그를 납치하듯 연행해 수감했다. 그리고 천광청의 이름과 한 자녀 운동에 관한 기사를 싣지 말 것을 언론에 요구했다. 특히 웹사이트 ‘시나’‘소후’는 해당 내용이 올라오거나 사람들이 읽을 수 없게 조처하게 했다. 막으려는 자가 있으면 뚫으려는 자가 있는 법. 한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는 인터넷을 타고 중국인 사이에 퍼졌다.

시나와 소후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웹사이트이다. 중국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영향력이 크다. 두 서비스 모두 운영 회사가 미국 증시에 상장됐을 정도다. 중국에서 가장 큰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덕분에 시나와 소후는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정부 비판적인 이야기와 1당 체제를 흔들 사건은 이 두 서비스에서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다. 2003년 중국뿐 아니라 주변 국을 공포에 몰아넣은 사스(SARS)가 발병했을 때도 그랬다.

사스의 실상은 진원지인 중국의 언론이 아니라, 타임지를 통해 알려졌다. 광둥성에서 시작한 사스는 수도 베이징으로 퍼져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태국, 캐나다, 필리핀 등 주변국에서도 발병자가 나왔다. 일이 이지경이 됐지만, 초기 미숙하게 대응한 공무원은 큰 전염병을 미처 파악하지 못해 일을 키웠다는 문책이 두려웠다. 그래서 사스의 진원지는 중국이었지만, 중국 정부는 언론에 괜찮다는 얘기를 싣게 했다. 실제로는 세균전파자를 찾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의료진에게도 대응책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말이다.

자기가 일하는 병원에서 사스 환자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한 의사가 외신 기자에게 e메일을 보냈고,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한 기사 내용이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뿌려졌다. 쉬쉬하던 중국 정부는 해외 언론을 통해 실상이 보도되자, 그제야 사스에 관한 대비책을 세웠다. 사스는 중국인 349명 사망자를 냈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비교하면 금세 뿌리 뽑혔다.

시나와 소후는 중국 정부의 눈과 입, 귀를 대변하지만, 당국이 미처 금지어를 선정하지 못했을 때는 진실을 알리는 구실을 해낸다.

중국의 일간지 남방도시보는 쑨즈강이란 대학생이 신분증 없이 다니다 부랑자로 오인 받아 수용소에 갇힌 사건을 접했다. 담당 공무원은 쑨즈강의 친구와 가족이 신분을 증명했는데도 수용소로 보냈고, 쑨즈강은 연행 3일째 폭행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은 남방도시보에 보도되고 남방도시보가 기사를 ‘시나’와 ‘소후’에 올리면서 중국의 수용제도를 돌아보게 했다. 수용소는 공무원이 국민들에게 뇌물을 거두는 데 사용되는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다. 수용소에 갇힌 친구나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공무원이 요구하는 대로 대가를 주기 때문이다. 쑨즈강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카페나 웹포럼, 홈페이지에 퍼날랐고, 시나와 소후에 해당 기사에 관한 댓글이 줄을 이었다. 원자바오 총리 귀에까지 들어가 중국 정부는 수용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마오의제국

책 ‘마오의 제국’은 위 4가지 사건 외에도 입에 재갈이 물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이야기에는 자기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관리들을 쫓아다니며 읍소하는 사람도 나온다. 그들에게는 얘기를 들려줄 곳도,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없다. 어려움을 같이 당하는 이웃뿐이다.

얼마 전 북한에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이 찾았다. 그의 방북을 바라보며 인터넷이 북한을 변하게 할지 가늠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인터넷이 책이나 신문, 방송 등 기존 매체에 자기 얘길 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확성기가 돼 줄까. ‘마오의 제국’에서는 그 실마리가 보인다. 그런데 인터넷 키워드를 검열하고 여론을 통제하는 게 꼭 북한과 중국만의 일일까.

이 책은 요즘 우리나라도 돌아보게 한다. 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란 필명으로 경제 예측 글을 올린 한 사람은 2009년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기소, 104일간 구치소에 구금됐다. 그는 무죄를 선고받고 그를 기소하는 데 근거가 된 ‘ 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은 이후 위헌 결정이 났다. 올해 들어서는 국가정보원이 허위사실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표창원 교수를 고소했다. ‘마오의 제국’을 보면 이와 유사한 사건이 중국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걸 알 수 있다. 중국은, 가까운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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