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SW 없는 HW 미래를 걱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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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이 주식비공개화를 통한 상장폐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주주 눈치 보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나선 모양새다. 이해는 간다. 주주들을 챙기겠다는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발언 이후, 애플은 제품이나 전략 발표 때마다 주식 얘기에 휘말리지 않았던가. 델 역시 하고 싶은 사업과 주주의 이익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마이클 델 델 최고경영자는 PC가 아닌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를 입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해외 외신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는 여전히 델을 ‘PC 거인 중 하나’로 묘사했다. 아마 마이클 델 최고경영자는 이런 상황에 답답함과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비상장화를 통해 내부 전략을 다지고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분야를 강화하겠다”라는 델의 각오는 사뭇 비장하게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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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이기에 갖는 한계

20여년 전 델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회사가 있었다. 제조업체면서 소프트웨어 업체로의 변신을 꿈꾼 100년 장수 기업 IBM이다. IBM은 1911년, 천공카드로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를 제작하는 회사로 시작했다. ‘전기기술을 가공해 비즈니스에 이용하도록 제공한다’라는 이념 아래 PC와 메인프레임 등을 선보이며 PC 제조업체 시장에서 숱한 화제를 모았다.

1980년대 컴퓨터는 곧 IBM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 HP와 컴팩, 델 등 후발주자들에게 PC 시장에서 밀리면서 IBM의 매출을 급감하기 시작했다. 1993년 IBM은 주력 사업군인 PC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로터스소프트웨어 등 100여곳이 넘는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하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했다.

과정은 험난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다. 소프트웨어 사업 강화를 위해 이제서야 동분서주하는 HP와 비교하면 그렇다. 10여년 전만 해도 HP 역시 IBM처럼 PC 제조업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다. 성공한 소프트웨어는 없지만, 훌륭한 하드웨어 인프라도 갖췄다.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HP는 2010년부터 침체를 보이기 시작한다. 같은 제조업체로 시작했지만, 소프트웨어 전략 유무에 따라 IBM과 HP의 명암이 갈렸다.

엔터프라이즈 기업 격변기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관리해 성공한 애플을 보면서, 엔터프라이즈 기업은 모두 애플이 되겠다고 외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소비자가전쇼(CES) 2013에서 보았듯이 소프트웨어와 생태계를 갖추지 못한 하드웨어는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동시에 단지 도구로 여겨질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가 있어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깡통에 불과하다. 하드웨어 기술이 없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시장에 뛰어든 오라클과 SAP가 잘 나가는 걸 보고 있잖은가. 엔터프라이즈 기업은 담는 그릇보다 그릇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가 중요해졌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HW 델, SW 마이크로소프트와 만나다

델의 속사정은 빤하다. 델은 주요 사업으로 PC와 엔터프라이즈 서버 사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에서 IBM과 HP에 치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서버 시장에 네트워크 거인 시스코까지 들어왔다. 새로운 사업 모델 구축이 절실하다.

때맞춰 소프트웨어 거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을 내밀었다. 마이크로소프틑 델의 상장 폐지를 돕기 위해 델 지분 20억달러를 매입했다.

서버 시장에 있어 리눅스 못지 않게 윈도우도 중요한 파트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손을 잡으면 델은 소프트웨어와 윈도우 생태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나쁜 건 없는 입장이다. 유닉스 마이그레이션을 리눅스가 아닌 윈도우로 가져올 수 있는 기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까지 하드웨어 제조업체들과 PC와 서버 분야에서 긴밀한 협업 관계를 가져왔다. 그러나 IBM과 오라클이 자사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한 어플라이언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HP는 오라클이 썬을 인수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가져나가고 있지만, 최근 x86서버 제품군에 리눅스 운영체제도 탑재해 출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확실한 우군이 필요한 시기에 델이 구조 요청을 해온 셈이다. 게다가 델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애저를 통째로 이식해주는 파트너 중 하나다. 이번 지원으로 애저인박스가 델에서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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