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人] 이영훈 “뒤늦게 안 개발의 참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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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발이 정말 하고 싶어서, 지금의 개발자가 된 건 아닙니다. 오히려 학교 다닐 때 ‘내가 왜 전산학과에 왔지’하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개발자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니 조금 쑥스럽네요.”

공부가 싫었다. 그나마 취미 붙인 게 화학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은 전산학과를 권했다. 어린시절 컴퓨터를 만져본 기억을 되살리며, 전산학과에서 무엇을 공부하는지도 모른채 이영훈 파수닷컴 전략사업본부 콘텐츠 플랫폼 사업부 수석은 점수에 맞춰 대학에 들어갔다.

지금 그는 경력 17년차, 어엿한 개발자다. 도면관리 응용프로그램, 메신저 서버, 제품 기획 분야서 개발 경험을 쌓았다. 1996년, 시스템통합(SI)으로 개발을 시작했으며, 2002년 파수닷컴에 입사한 이후 서버개발, DRM 연동 부분 개발을 맡고 있다.

fasoo dev

# 점수맞춰 들어간 학교, 재미있을 턱이 있나

재수가 싫다는 생각에 절대 떨어지지 않을 학교와 학과를 골라 들어간 터였다. 당연히 학과 수업이 재미있을 리 없었다. 동기들처럼 코딩에 재미를 붙인 것도 아니고, 게임이 좋아 컴퓨터에 관심을 가진 성격도 아니었다. 이영훈 수석은 학과 생활 내내 방황했다. 다른 길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에 휴학도 1년 했다.

“그렇게 재미가 없어서 적응하지 못했는데도, 휴학해서 제가 뭘 했는지 아세요? 컴퓨터 수리할 때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학원에 들어갔어요. 입으론 싫다고 했지만, 제 머리는 개발 관련 직업을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하던가. 학과 생활 내내 배울 수 있는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을지언정, 몸과 머리는 움직이고 있었다. 복학 후 이영훈 수석은 개발이란 것을 한 번 진지한 마음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프로그래밍은 여전히 재미가 없었지만, 알고리즘 짜는 덴 자신감이 붙었다. 무언가 설계하고, 과정을 만들고 이를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데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 자바스크립트를 만나다

그렇다고 소설이나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알고리즘에 취미를 붙였다고 해서 개발 실력이 갑자기 뛰어나게 늘어난 것도 아니고, 갑자기 개발자에 대한 사명감이 생긴것도 아니었다. 조금의 ‘관심’이 생겼을 뿐이다. 이영훈 수석은 여전히 ‘내가 왜 개발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한채 졸업했다.

“4년 동안 배운 건 컴퓨터이니, 이쪽 분야로 밥이나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SI업체에 입사했습니다. 돈이나 많이 벌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지요.”

SI업체에 입사해 도면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근근히 돈을 벌고 있을 때였다. HTML로 홈페이지 만들어주고, 자바스크립트로 10줄 짜주고 1천만원을 받는 개발자들이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됐다.

“1995년 자바 기술이 처음 나왔습니다. 이 당시 자바 애플릿으로 작업하는 개발자들이 등장했구요. 그러다가 자바는 아니지만 자바스크립트를 알게 됐습니다. 웹에 좀 관심이 생기더군요.”

진로를 틀어 웹개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경마 정보를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 그림 친구 같은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인들과 모여서 사업도 했다. 그러나 무엇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서 뛰어들었던 터라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났다.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영훈 수석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일단 먹고 사는 게 급하잖아요. 전 제가 배운 기술인 ‘개발’로 먹고 살 생각을 했습니다. 이 생각만 하다보니 자꾸 허탕만 쳤지요. 이 과정이 반복되다보니 갑자기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건 뭐지?’ 라는 질문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개발이 싫었다고 하지만, 개발 관련 관심을 아예 끊은 건 아니었다. 새로 나온 개발 기술이나 트렌드가 있으면 공부했다. 웹 관련 기술이 새로 나오면 더 유심히 살펴봤다. 슬슬 돈이 아닌 개발이 보이기 시작했다.

# 하고픈 게 생긴 개발자

이영훈 수석은 몇몇 회사를 거쳐 2002년 파수닷컴에 입사했다. SI업체에서 근무하던 시절, 파수닷컴의 솔루션을 고객사에 맞게 최적화화는 과정에 알게 된 엔지니어들 덕이었다. 일종의 스카우트였다고 할까.

“목표가 있었습니다. 파수닷컴에서 제대로 된 서버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요. 돈을 봤던 이전과는 달리, 개발쪽 목표가 생겼던 거지요.”

초창기 파수닷컴 서버는 클라이언트를 동작시키는 정도의 서버였다고 한다. 의자에 비유하자면 엉덩이만 단순히 걸칠 수 있는, 그마저도 의자다리가 흔들흔들한 엉덩이 받침대였다고 할까.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고객사에 적용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서버가 필수였다. 이영훈 수석은 ‘자사 제품을 좀 더 잘 고객에게 도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버를 만들어보자’라는 목표를 세우고 파수닷컴 서버팀에 입사했다.

“운명의 장난일까요. 서버팀으로 입사했는데, 서버 개발이 아닌 고객사 제품 적용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금의 파수닷컴 서버는 정말 훌륭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이영훈 수석은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제품 개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개발한 제품만 잘 돌아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해당 제품을 잘 돌아가게 만드는 주변 컴퓨팅 환경도 중요하다. 그래서 이영훈 수석은 다른 회사들과 더 쉽게 연동할 수 있게, 고객사에 가서도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 개발 목표가 생기니, 욕심도 생겼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그렇게 10여년을 달렸다.

“매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에 알고 있는 기술로 평생 먹고 사는 건 사실 불가능합니다. 개발자로 살아남으려면 천재성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제가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착각은 하지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