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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디음악, 태국서 연착륙 중”

2013.02.13

배낭여행의 중심지, 태국이 IT 벤처가 노릴 매력있는 시장일까요. 기술 시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면 음악 시장으론 어떻게 보이나요. 2012년 9월 태국 음악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라우드박스’SNS포럼에서 소개했는데요.

반년이 되어가며 서비스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폈습니다. 한국의 신생기업이 태국 온라인 음악 시장을 노리는 게 흥미롭고, 한편으론 고새 생각을 바꾼 건 아닌지 궁금한 마음이 컸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상무’입니다.

“동남아시아 음악 시장은 돈이 안 된다고들 하지요. 불법 공유 때문인데요. 당장 수입을 얻을 수 없다면 팬이라도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라우드박스를 서비스하는 황룡 사이러스 대표의 말이다. 사이러스는 국내 인디음악 기획사 20위권과 라우드박스에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알뜰하게 음악 저작권료를 챙겨도 모자를 판에 인디음악을 무료로 들려준다니, 무슨 생각인 걸까.

▲라우드박스의 노래 듣기 페이지. ‘예이존’이란 그룹의 전곡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라우드박스는 페이스북 웹사이트에서 이용하는 음악 서비스다. 음악 듣기와 음원 내려받기, 벨소리 만들기 서비스와 연동하기 등을 제공하는데 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영어를 지원하며,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광고는 태국에만 집행됐다. 한국에서 만든 태국 음악 서비스로 보면 되겠다. 태국에서 페이스북 회원이면서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라우드박스의 공략 대상이다.

지금까지 라우드박스를 ‘좋아요’한 사람은 6만7천명이 넘는다. 이중 99.99%는 태국 페이스북 이용자다. ‘좋아요’ 수는 라우드박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와 같다. 이들 이용자는 라우드박스에서 태국 노래 대신 한국의 인디음악을 듣는다. 브로콜리너마저와 에피톤프로젝트, 캐스커, 예이존, 갤럭시익스프레스, 문샤이너스, 캐스커, 이은아&슬라임 등 국내 음악 팬에게도 익숙한 인디음악 가수나 팀 노래를 라우드박스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라우드박스가 서비스하는 곡 대부분은 무료 다운로드도 제공한다.

▲페이스북 웹사이트에서 라우드박스를 이용하는 모습.

인디음악 살림은 빠듯한 걸로 아는데 태국에 무료로 음악을 서비스하는 까닭이 궁금해진다. 태국에선 한국보다 더 낯설고, 얼굴없는 가수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태국 음악 팬이 라우드박스를 이용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태국은 음악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형편인데 온라인 재생(스트리밍)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우선 지금은 팬을 확보해야지요. 라우드박스는 그 방법으로 무료 스트리밍을 제시했고요.”

황룡 대표는 태국 음악 시장은 95%가 불법, 5%만이 합법으로 파악한다. 이중 합법적인 시장이 커지면 라우드박스에 기회가 생길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바로 사이러스와 인디음악 기획사가 라우드박스로 한국 음악을 무료로 제공하는 까닭이다.

아이돌 위주의 큰 기획사를 비롯해 인디음악 기획사까지 해외시장에 나아갈 꿈을 꾼다. 그 꿈은 아이튠스에 음원을 올린다고 절로 이루어지진 않을 터다. 아무리 싸이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로 떴다지만, YG엔터테인먼트라는 배경이 없이도 지금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을까. 황룡 대표는 일단 국내외에 모수가 있는 YG엔터테인먼트가 멍석을 깔았고 그 덕에 입소문이 크게 난, 드라마 같은 일이라고 보았다.

반면 국내 인디음악은 국내외에서 아는 사람이 적다. 해외 진출을 꿈꿔도 알릴 기회를 잡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애플 앱스토어에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을 판매하는 게 흥행보증수표가 아니듯 말이다. 다 마케팅과 홍보가 필요하고, 입소문 전략을 세우거나 도움을 얻을 기둥이 있어야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개발사이면 앱스토어 성공의 문이 작듯이 음악도 인디음악이면 기회의 문은 더 작다.

황룡 사이러스 대표

▲황룡 사이러스 대표

“지금 라우드박스엔 당장 수익화할 구석은 없습니다. 다만 태국은 음반 위주에서 디지털로 음악 산업이 변화하고,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있는 흥미로운 시장인 건 분명합니다. 동남아시아는 개인용 컴퓨터 확산을 건너뛰어 스마트폰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스마트폰, 모바일은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통하기엔 부적절한 매체라, 다운로드보다 스트리밍이 더 의미가 있고요. 마침 더는 MP3을 소유하지 않고 권한을 획득하는 시대이지요.”

태국에서 스마트폰과 디지털 음악이라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일기 전, 라우드박스와 국내 인디음악은 그 파도에 올라타려는 것이다. 그 때를 기다리며 두 곳 모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태국에 무료 음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노림수를 둔 셈이다.

태국 음악시장이 성숙하고 나서 부랴부랴 뛰어들려고 하면 이용자 확보부터 만만찮은 작업이 될 것 아닌가. 지금은 라우드박스가 무료로 다양한 장르의 한국 인디음악을 무료로 들려주며 이용자를 끌고 있다. 황룡 대표는 “태국에서 팬 1명 확보하는 데 300원 든다치면, 앞으로는 3~4배 비싸질 수 있다”라고 지금은 투자 단계라고 말했다. 사이러스는 3월말께면 라우드박스를 아이폰 앱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라우드박스는 우리가 ‘해외’나 ‘글로벌’이라고 말할 때 미처 생각 못한 태국을 선택했다. 또다시 반년이 지나고 한 해가 지난 뒤 황룡 대표는 어떤 말을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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