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설 연휴 휩쓴 ‘세계문학 앱’ 돌풍

2013.02.12

주말 껴서 3일, 이 짧은 설 연휴 애플 앱스토어에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듣기만 해도 지루한 ‘고전’이 아이폰 앱스토어 최고 매출 8위에 올랐다. 첨단을 달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고전이 나와 앱스토어 순위에 오르다니 별일이다.

열린책들이 북잼과 만든 ‘세계문학 앱’은 2월8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고 3일 만에 다운로드 2만건이 넘었다. 세계문학 앱은 아이패드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 무료 앱 4위에 오르고, 아이폰에서는 무료 앱 17위에 올랐다.

세계문학 앱은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조르바’를 비롯해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고리오 영감’, ‘백치’, ‘변신’, ‘대위의 딸’, ‘댈러웨이 부인’ 등 세계문학 전집 30권을 앱 내에서 결제해 볼 수 있는 도서앱이다. 교보문고나 예스24, 알라딘, 리디북스 등 전자책 서점에 가지 않아도 아이폰이나 아이팟, 아이패드에서 애플 계정을 이용하여 전자책을 사서 읽을 수 있다. 출시 초기 독자를 끌기 위해 ‘그리스인조르바’는 무료로 제공된다.

앱 자체가 무료이고 지난해 인기를 끈 ‘그리스인조르바’도 무료인데 세계문학 앱은 어떻게 최고매출 앱 순위에 올랐을까. 강무성 열린책들 주간은 “애플 앱스토어에 가면 게임만 보이고, 매출을 만드는 것도 다 게임으로 생각해 이곳에서 경쟁하려니 걱정이 됐다”라며 “하지만 고전에 관한 욕구는 누구나 있었던 것 같다”라며 3일간 얻은 성과에 관해 입을 뗐다.

열린책들과 북잼 세계문학 앱

▲아이패드에서 본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와 무료 앱 순위, 세계문학 앱의 ‘오픈파트너’에 관한 설명

세계문학 앱은 베스트셀러를 보여주지 않는다. 가장 최근작이래야 2011년 10월 나온 ‘댈러웨이 부인’ 정도다. 원작은 1925년에 출간됐다. 우리말로 번역・출간한 게 2011년 같겠지만,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은 2006년 ‘미스터노’ 고전 시리즈를 바탕으로 했다. 그보다 앞서 1980년대에 출간된 고전도 포함됐으니 세계문학 앱은 낡고 닳은 책으로 채워졌다.

강무성 주간은 “고전에 관한 갈증과 명작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있다”라며 “첨단 독자도 고전을 사랑하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라고 고전을 모은 세계문학 앱이 단기간 주목할 성과를 내놓은 배경을 짚었다. 특히, 낱권 판매보다 오픈파트너에 반응이 뜨거운 모양이다.

북잼과 열린책들이 정식 서비스를 하기 전 세계문학 앱이 앱스토어에 30분간 공개된 적이 있다. 구매 과정을 시험하기 위해서였는데 잠깐 사이에 149.99달러를 내고 오픈파트너로 등록한 사용자가 10명 정도 있었다.

오픈파트너는 149.99달러를 내면 지금 나온 30권뿐 아니라 앞으로 나올 책까지 약 200권을 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권당 800원 꼴이다. 현재 세계문학 앱에서 낱권은 3.99~5.99달러에 판매된다. 이 제도는 세계문학 앱 개선점을 찾고 독자의 소리를 듣기 위해 열린책들이 한시적으로 마련했다.

권당 800원이라지만, 세계문학 앱 오픈파트너가 되려면 약 16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값을 내야 한다. 게다가 200권도 다 나온 게 아니다. 아직 30권만 읽을 수 있으며, 나머지가 언제 나오리란 보장도 없다. 헌데도 3일간 오픈파트너로 등록한 사람이 상당해 보인다. 열린책들 트위터 계정열린책들 페이스북 페이지, 세계문학 앱 페이스북 그룹에서 오픈파트너 등록했다는 글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북잼은 “오픈파트너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아니라 평가단을 모으려는 데서 시작했는데, 세계문학 앱 구매가 거의 오픈파트너로 이루어졌다”라며 “독자 중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수강권 끊듯이 구매한 독자가 상당한 것 같다”라고 파악했다. 열린책들 쪽은 하루 100명 이상 등록했다고만 밝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앱이 3일간 거둔 성적은 설 연휴라는 콘텐츠 소비 대목과 ‘공부하자’라는 다짐을 하는 연초, 이름있는 출판사에서 명작 시리즈를 싸게 볼 수 있다는 점, 오픈파트너 모집이 한시적이라는 점, 아직도 불편한 전자책 서점 등이 맞물려 나온 건 아닐까.

세계문학 앱은 아이폰과 아이팟, 아이패드에서만 이용 가능하며, 안드로이드 앱은 준비 중이다.

▲세계문학 앱 이용 화면

borashow@bloter.net

인터넷, SNS, 전자책, 디지털 문화, 소셜게임, 개인용 SW를 담당합니다. e메일: borashow@bloter.net. 트위터: @bora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