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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 일본 철수, 왜 ‘악수’인가

2013.02.13

블랙베리가 일본 시장에서 철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 때문이다. 일본 시장에서 블랙베리의 시장 점유율은 0.3%로, 여간해서 잘 오르지 않았다. 블랙베리 쪽은 일본어 지원과 일본에서 블랙베리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도 빠듯하다는 것을 철수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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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최근 노키아가 철수한 바 있다. 노키아와 윈도우폰이 일본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과 블랙베리가 일본에서 발을 빼는 것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블랙베리10이 노려야 할 시장은 고가 시장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보다 망이 잘 깔려 있는 선진국 시장이 더 알맞다.

블랙베리10에 사활을 걸었다는 RIM은 최근 회사 이름까지 ‘블랙베리’로 바꾸며 부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시장 철수는 좋지 않은 선택이다. 한국 시장까지 따라서 빠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블랙베리의 성공 요인이 바로 통신망 환경이 썩 좋지 않은 국가들에서 가장 원활하게 통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블랙베리가 쓰는 BIS(Blackberry Internet Service)는 압축률이 좋아서 약간의 신호에도 e메일과 블랙베리만의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인 BBM(Blackberry Messenger)이 수신된다. 초기 북미 시장에서의 인기도 망이 잘 안 깔려 있고 속도가 느린 미국 인터넷 시장에서 재빠르게 메시지를 처리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블랙베리10의 방향성은 조금 다르다. 좀 더 많은 데이터 그리고 LTE와 와이파이 등의 고속 통신망을 요구한다. 블랙베리10은 메신저 위주의 스마트폰이 아니라 게임, 동영상 콘텐츠, 응용프로그램 등의 다각화에 중점을 둔 멀티미디어 스마트폰이다. 이전 블랙베리와 완전하게 선을 긋는 부분이기도 하다. BIS도 여전히 쓰지만 데이터의 대부분은 LTE 혹은 WCDMA가 될 것이다. 이런 스마트폰을 한국을 제외하고 LTE를 가장 열심히 깔고 있는 일본 시장에서 뺀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블랙베리의 신제품에 가장 열광하는 것은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 1천달러에 달하는 스마트폰을 파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비싼 통신 요금을 물어가며 블랙베리10을 쓰느니 기존 블랙베리9000 시리즈를 더 선호할 것이다. 망도 그렇다. 동남아 지역은 이제 WCDMA가 보편화되는 시장이다. 속도 빠른 유선 브로드밴드도 보급되기 어려운 지역이 많다보니 무선랜 환경도 썩 좋지는 않다. 여기에 메시지 외에 게임, 인터넷, 유튜브를 보기 위한 고가의 스마트폰 시장 진입은 쉽지 않다. 게다가 이미 이런 용도의 스마트폰이라면 1천달러에 가까운 고성능 블랙베리보다는 저가의 안드로이드폰이 유리하다. 그렇다면 보급형 블랙베리10을 먼저 내놓았어야 할텐데 그걸로는 시장에서 관심을 끌기 어려웠을 것이다. ‘블랙베리가 공략하려는 시장은 어디인가?’라는 의문을 여간해서 씻어내기 어려운 까닭이다.

블랙베리10은 초기 성적이 아주 좋다. 특히 캐나다와 영국에서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하지만 지난해 겪었던 회사의 위기를 극복할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이미 북미와 유럽의 블랙베리 이용자들 상당수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로 전환한 상태다. 블랙베리10이 성공하려면 망이 잘 깔려 있는 국가에서 조금이라도 더 사업을 벌여야 할 것이다.

북미, 한국, 일본 등 블랙베리 이용자들은 오로지 블랙베리10만 바라보고 지난 한 해를 버텨왔다. 그 숫자는 비록 적지만 사업을 줄일 계획이었다면 지난해에 했었어야 했다. 이제 쓸만한 제품이 나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업 철수가 언급됐다. 더욱이 신제품 발표 후 불과 1주일 뒤에 돈 것은 시기적으로 가장 좋지 않기도 하다.

블랙베리가 일본에서 철수하면 ‘외산폰들의 무덤’으로 꼽히는 한국 시장에서도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 외산 스마트폰은 애플과 블랙베리가 남았고, 최근 ZTE를 앞세워 중국 저가 스마트폰이 국내 시장을 넘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블랙베리의 점유율도 1%를 넘기지 못할 만큼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일본이 판매 부진으로 철수를 검토할 정도라면 한국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블랙베리 홍보팀에 국내 사업에 대해 문의하니 “여전히 SK텔레콤과 긴밀하게 협력중이고 한국 시장에서 블랙베리는 계속해서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국 내 블랙베리10의 출시에 대해서는 “출시 계획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고 정해지는대로 다시 알려주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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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