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파는 출판사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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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8월, 경향신문에 ‘본격 전자책 시대 열린다’라는 기사가 소개됐다. 20년이 지나고 과연 전자책 시대가 열렸는지는 의문이다. 전자책 서점도 운영하는 교보문고나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등은 전체 매출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고 말한다. 출판사는 전자책을 만들고도 어떻게 유통하고 독자에게 알려야 하는지 난감한 모양이다.

이번에 ‘여류 삼국지’란 책을 전자책으로만 팔기로 한 출판사 메디치미디어도 고민이 가득한 눈치다. 메디치미디어는 2008년 출판 등록을 하고 지금까지 60권 남짓 출간했다. 그중 전자책과 동시 출간한 책은 40권 가까이 된다. 그간 출간한 전자책은 종이책 홍보에 힘입어 판매됐으나, 종이책 없이 전자책 서점에만 내놓은 ‘여류 삼국지’는 어떻게 팔아야 할지 난감하다.

책 찾는 이가 적은 건 전자책이나 종이책이나 마찬가지다. 헌데 전자책은 종이책을 팔 때보다 더 막막하다. 대형 출판사는 작가와 브랜드 인지도가 있지만, 그마저도 없는 중소형 출판사는 홍보가 절실할 터이다. 메디치미디어 입으로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자.

메디치미디어는 스스로 ‘출판사’보다는 ‘콘텐츠 비즈니스 회사’로 부른다. 콘텐츠를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제공한다는 뜻인데 지금은 종이책, 전자책, 강연이란 형태를 빌린다. 김현종 대표는 “시대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단 생각에 전자책으로 반드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변화를 수용하려고 한다”라며 “일단 이런 책(전자책)이 있다고 알려야 소비자에게 선택받을텐데, 알리는 데서부터 어려움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국내에 전자책 서점이라고 알려진 곳은 20곳 정도 된다.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리디북스, 인터파크, 네이버북스, 티스토어, 오도독, 팔라우, 메키아, 텍스토어, 올레e북, 딜라이트북스, 와이투북스, 북큐브, 네모이북, 유페이퍼, 구글플레이 북스, 리브로 등만 쳐도 20곳을 채운다. 이중에서 어느 한 곳만 집어서, 아니 5곳만 꼽아서 거래하기엔 다들 규모가 고만고만하다.

서점마다 공략하는 독자가 다를 수도 있으니, 틈새도 파고든다고 치면 모든 서점을 상대하는 게 나을 것이다. 문제는 서점마다 전자책 파일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데 있다. 뷰어도 다르다. 전자책 파일이 어디에선 되고 안 되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다. 전자책 파일을 각 서점에 제각각 업로드하는 것도 일이다. 시리즈 수십권을 올리는 데 스무곳 모두에서 오류가 난다면 하루 해가 금세 갈 것이다.

조정미 이사는 “고객이 원하는 곳이면 다 찾아가고, 어디에서든 메디치미디어 책이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한국이퍼브와 교보문고, 인터파크, 리디북스, 팔라우, 북큐브, 바로북, 유페이퍼 등에 전자책을 납품한다”라며 “시장이 정리되면 좋겠다”라는 희망을 말했다. 그는 “더 나쁜 건 책 홍보를 할 때도 서점마다 일대일로 상대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산도 제각각, 홍보도 제각각인데 어느 한 서점도 소홀히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미 시장처럼 아마존이라는 절대 강자가 있는 게 낫겠단 생각도 든다고 한다.

“종이책이 홍보되며 전자책도 팔 기회를 노리려고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 출간했습니다. 신문 책 코너에 간단하게라도 실리면 독자에게 어디에선가 본 듯한 느낌을 주니까 안 실리는 것보단 낫습니다. 신문에 실린다고 크게 효과를 얻는 건 아니지만, 전자책은 아예 소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이게 어디 메디치미디어만의 고민일까. 전자책 서점 웹사이트에서 이벤트 진행하는 것 말고는 딱히 신간을 알릴 방도가 없는 건 여느 출판사도 겪는 비슷한 상황일 게다. “전자책은 종이책처럼 평대에 진열하지 못하고 사람들 눈에 띄기 어렵다”란 메디치미디어의 한숨이 푸념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고민을 다 들었나 싶었는데, 조정미 이사가 한마디 덧붙였다. “독자들은 전자책이 불편해서 안 읽는 건데 전자책 뷰어나 시스템은 10년 전과 똑같이 고객 지향적인 진보를 못 이룬 것 같아요. 책에서 이탈하는 독자를 데려오려면 전자책 시스템이 종이책 읽는 것 만큼 편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플리커 고민하는 여성

http://www.flickr.com/photos/falequin/8443342362/ CC BY_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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