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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쓰고, 전자책 읽고…교보문고 ‘샘’

2013.02.20

교보문고가 회원제 전자책 서비스 ‘샘’과 함께 같은 이름의 전자책 단말기를 2월20일 일산 킨텍스에서 공개했다. 기존 전자책 서비스와는 별도로 1년 또는 2년 일정 금액을 내면 전자책을 읽고 전용 단말기를 이용하는 약정 요금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다. 교보문고는 샘의 방식이 국내 최초라며 기대에 가득찬 모습이었다.

샘이 교보문고의 기대에 부응해 국내 전자책 시장을 이끌지는 설명을 듣고 판단해보자. 샘은 일종의 정액제 서비스다. 연간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전자책만 보는 건 1년, 전자책과 단말기를 결합한 회원제는 2년으로 마련됐다. 한 달 내려받을 수 있는 책의 양에 따라 매달 내야 하는 요금이 달라진다.

한 달 5권씩 1년 동안 내려받는 서비스는 매달 1만5천원을 내야 한다. 7권은 2만1천원, 12권 3만2천원이다. 전자책 단말기와 결합한 서비스는 약정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고 요금이 좀 더 비싸다. 한 달 5권 내려받는 서비스는 매월 1만9천원, 7권 2만4천원, 12권 3만4500원이다. 샘 회원은 한 번 내려받은 책은 최대 6개월까지 읽을 수 있고, 기간이 지나면 자동 반납된다. 만약 좀 더 읽고 싶다면 다음달 내려받을 수 있는 5권 분량에서 연장할 수 있다. 책을 소장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구분 상품명

월이용권수

월납입금

약정개월

전자책만 볼 때 Sam5

5

15,000원

12개월

Sam7

7

21,000원

12개월

Sam Family

12

32,000원

12개월

전자책+단말기 Sam5+Device 결합형

5

19,000원

24개월

Sam7+Device 결합형

7

24,000원

24개월

Sam Family+Device 결합형

12

34,500원

24개월

▲샘 1년, 2년 회원제 요금표

사실 전자책 정액제 서비스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교보문고뿐 아니라 북큐브, 리디북스를 비롯한 전자책 서점과 판타지나 로맨스, 무협 전문 문학포털도 정액제 서비스를 운영했다. 하루 또는 한 달 일정 금액을 내면 그 시간에 정해진 카테고리의 책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었다. 대여제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웅진OPMS의 메키아, 리디북스가 운영한 바 있다.

허정도 교보문고 대표는 샘의 차별점으로 콘텐츠와 서비스, 가격, 단말기 4가지를 꼽았다. “2012년 상반기 신간 발매수는 2011년과 비교해 17.9% 감소했는데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는 게 어려워서”라고 지금의 독서 환경을 짚으며 “샘이 고객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라고 말했다. 샘은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는 독자에게 책을 추천하고, 독서 이력을 관리하는 독서 노트를 서비스하고, 책 2권 볼 비용으로 매달 5권을 읽게 하며 PC와 스마트폰, 태블릿PC, 전용 단말기와 같이 다양한 단말기를 지원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허정도 교보문고 대표

▲허정도 교보문고 대표

이 설명만으로는 선뜻 한 달 1만5천원씩 1년간 쓰는 데 주저하게 된다. 커피 3~4잔 값에 지나지 않고, 점심 2~3번 먹는 값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교보문고가 보는 샘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 얘기부터 들어야 지갑을 열지 판단할 수 있겠다.

허정도 대표는 샘을 두고 “회원제 e북 서비스로 온 가족이 책을 읽는 가족 도서관”이라고 불렀다. 여기에 영업 계획과 샘이 노리는 독자층이 그려진다. 샘에 가입하면 일단 1년은 꼼짝없이 매달 1만5천원 또는 전자책 단말기 포함해 2년간 매달 1만9천원을 책을 읽는 데 써야 한다. 샘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230여 출판사가 낸 1만4천종, 권수로 따져 1만7천권이다. 여기엔 베스트셀러와 신간도 포함되는데 읽고 싶은 책이 베스트셀러에 자주 들지 않는 독자에겐 큰 매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샘에 책을 공급하는 출판사로 웅진씽크빅과 다산북스, 북이십일, 위즈덤하우스가 있지만 문학동네와 시공사, 창비, 민음사 등 납품하지 않는 출판사도 있다.

교보문고가 노리는 샘 회원은 이런 사람이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갑 여는 데 머뭇거리는 사람들이다. 샘은 이 사람들에게 ‘1~2권 살 돈으로 5권을 읽을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던지게 된다. 다독자나 애독자보다 ‘올해 책 좀 읽어볼까’란 계획은 세우지만 사서 읽지 않던 사람들이 샘의 공략 대상으로 보인다.

김상훈 교보문고 이비즈니스사업본부장은 “우린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구조”라며 “책값이 비싸다고 생각하고 안 읽지만, 볼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교보문고 샘의 공략층은 직장인과 학생, 여성이다. 그중 직장인쪽은 사내 도서관 형태로 접근할 수도 있겠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샘 콘셉트가 발표되고 기업쪽에서 연락이 온다”라고 말했다.

교보문고는 2012년 전자책 사업을 계속할 지를 검토한 바 있다. 고민 끝에 2006년부터 해온 이 사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꽤 공격적으로 전자책을 읽을 독자의 성향, 책을 읽지 않는 이유, 전자책을 읽는 환경을 점검하기 위해 온라인 조사도 벌였다. 조사 과정에서 교보문고는 ‘전자책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책값이 비싸다’란 얘기를 들었다. 교보문고가 권당 7,8천원 하는 전자책을 읽는 건 부담스럽다는 사람들을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가 샘인 것이다.

햇수로 8년, 교보문고가 전자책 사업을 벌였지만 전자책 매출은 교보문고 전체 매출에서 3%가 안 된다. 사람들이 전자책을 읽지 않는 건 어쩌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다. 1천원이든 1만원이든 들인 책값만큼 혜택을 얻기 어려워 전자책 읽기를 시도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교보문고의 전자책 매출이 바로 아직 전자책 시장이 여물기엔 이르다는 걸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교보문고가 정액제와 단말기 약정 요금제로 샘을 내놓은 건 준비 안 된 독자를 채근하고 억지로 시장을 키우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의문에 김상훈 본부장은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봐 달라”라며 “전자책을 원하지만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고, 관심은 많이들 있다”라고 말했다.

샘은 새 전용 단말기 외에도 기존 PC와 안드로이드용 ‘교보문고’ 앱을 판올림해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앱은 현재 준비중이다.

다음은 교보문고 샘 서비스 담당자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24개월 약정 기간이 지나면 단말기는 이용자 소유가 되는가.

= (안병현 디지털사업운영팀장) 그렇다. 단말기 원가는 개발비를 포함해 40만원 가까이 되지만, 가격 부담을 덜고자 했다. (단말기 1대 가격은 14만9천원이고, 24개월 약정하면 사실상 9만6천원이 된다.) 24개월 약정 서비스를 만든 것은 교보문고 전자책 고객을 락인하는 의도가 있다.

– 한국이퍼브의 크레마와 비교해 샘 단말기의 장점이 궁금하다.

= (안병현) 기존 전자책 단말기는 파손율이 높아 배송 과정 중 또는 떨어뜨려 파손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샘은 강화유리로 보강했다. 그리고 해상도를 높였으며, 디자인에 신경을 썼고 터치 반응 속도와 가독성을 높였다. 독서 노트와 같은 편의 기능을 탑재한 것도 경쟁사와 큰 차이가 있다.

교보문고 샘 담당자

▲박미영 디지털소싱팀장, 김진철 플랫폼기획팀장, 안병현 디지털사업운영팀장, 김상훈 이비즈니스사업본부장(왼쪽부터)

– 샘 서비스를 두고 출판계에 반발이 있었는데 협의 과정이 궁금하다. 교보문고에 있는 전자책 13만종 중 샘으로 서비스하는 건 1만4천종에 불과하지 않은가.

= (박미영 디지털소싱팀장) 샘을 출시하기 전 실물을 보지 못한 상태라서 고민한 것으로 아는데, 많은 출판사가 샘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계약이 완료된 곳은 230여군데다.

– 낱권으로 구입하는 것과 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격은 어떻게 되나.

= (안병현) 전자책 1권이 평균 7,8천원인데 샘에선 평균 3300원 정도 된다. 50% 할인된 셈이다. (김상훈) 국민 1인당 월 1.7권 책을 읽는데 이는 2~3만원 수준이다. 우리는 2권 볼 가격으로 5권을 보게 한다.

– 대여 기간은 얼마나 긴가. 그리고 교보문고 전체 매출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큰가.

= (안병현) 우리는 대여제라는 표현은 지양한다. 정액제로 불러달라. 샘의 정액제는 가입하면 월 5권 내려받는 권한을 갖게 된다. 전자책을 소비하는 기간이 어느 정도이면 좋겠는지 조사한 적이 있는데 그때 대답이 3~4개월이었다. 우리는 그보다 길게 6개월로 했다. 6개월이 됐을 때 해당 책을 더 읽고 싶다면 다음달에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5권 중 한 권을 연장하는 책으로 돌릴 수 있고, 소유하고 싶다면 약간의 금액만 더 내면 된다.

전자책 매출은 2012년 140억원 정도 일어났는데 회사 전체 매출에서 3%가 안 된다. 올해 샘은 회원 수 13만명 확보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이대로 이루어지면 올해 샘 사업으로만 230억원 매출이 발생할 것이다.

– 약정 기간이 지나면 사용료는 어떻게 내나.

= (안병현) 약정은 12개월과 24개월짜리가 있는데 1년짜리는 전자책만 구매할 때이고, 2년은 전자책 단말기와 결합한 상품이다. 약정 기간이 끝나면 다시 1년 또는 2년 단위로 재가입을 하게 된다. 가입하지 않으면 단말기 결합형은 단말기를 소유한 채로 전자책 단권을 교보문고에서 사거나 샘에 가입해 이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 전자책 단말기가 화면이 바뀔 때마다 잔상이 남는다. 개선할 예정인가.

= (안병현) e잉크 패널은 우리가 국내에서 가장 좋은 패널을 쓰고 있다. 화면 깜빡임은 e잉크의 특징으로, 아마존에서 나오는 것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난다. 깜빡임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생기는 잔상을 없애기 위해 있는데 아이리버와 이 부분을 확실하게 잡았다. 기존 e잉크 사용 고객은 불만이 없을 것으로 본다. 속도와 화질에 만족한다.

– 아이리버에서 새 전자책 단말기가 나오면 기존 샘 회원에게 지원하는 게 있나.

= (김상훈) 정해진 바 없다. (안병현) 스토리K와 스토리K HD는 아이리버가 이미 제작한 것을 구매해 판 형태였다. 이번에는 우리가 개발을 주도했다. 아이리버는 우리의 모든 요구를 반영해 우리만을 위해 샘 단말기를 만들었다. (아이리버와 교보문고가 기존에 내놓은 전자책 단말기와 이번에 출시된 샘 단말기는 다른 형태로 기획・판매됐으므로, 기존 구입자가 이번 샘 단말기를 구입할 때 별도 보상을 받는 혜택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얘기)

– 샘은 선별된 콘텐츠를 독자에게 제공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제공되나.

= (안병현) 샘은 직장인과 학생, 여성을 공략하여 맞춤형 도서를 선택해 제공한다. 교보문고 웹사이트에 가면 ‘샘통’이라는 게 있다. 명사 샘통, MD 샘통, 고객 샘통이 있고, 이야기 샘, 지혜의 샘, 지식의 샘, 일상의 샘이 있다. 하반기에는 데이터마이닝이나 기존 기법을 고도화해 때마다 맞는 콘텐츠를 공급할 것이다.

– 샘 단말기 구입처는 어디인가.

= (안병현) 2월20일 오전 10시, 인터넷교보문고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전국 교보문고 매장에는 샘존이 마련됐다. 3월엔 오픈마켓에서도 구입 가능하게 될 것이다.

– 약정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철회할 때의 위약금은 얼마인가.

= (안병현) 콘텐츠를 약정으로 할인해 제공하는 것이므로, 콘텐츠에 관한 위약금도 발생하는데 합산해 계산된다.

※샘 이용 약관엔 ‘(eBook 정가 기준의 할인 사용 금액×사용 월수)+(eBook 디바이스 정가−납입한 디바이스 금액의 총액)이라고 나와 있다.

– 출판사와 샘 판매액 정산은 어떻게 하는가.

= (김상훈) 6대4로 한다. (2012년 음악 정액제 서비스와 비슷하게 전체 판매액에서 고객이 선택한 권수에 따라 배분되는 방식)

샘 약정 요금과 단말기 포함 약정 요금, 단말기 모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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