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타시스, “3D 프린터는 3차 산업혁명”

가 +
가 -

지난 여름 치과에 다녀왔다. 어금니 쪽 잇몸이 계속 아팠는데, 약 4년여 동안 참던 통증을 그날은 참지 못하고 병원길에 오른 것이다. 치과에서는 CT와 MRI 사진을 찍었고, 턱뼈가 고스란히 모니터 속에서 3D로 모델링 돼 나왔다. 병세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의사가 3D 턱뼈 속 한구석을 가리키더니 뼈가 일부 녹아내렸다는 충격적인 설명을 해줬다. 염증을 수년 동안 방치했는데, 그 염증이 뼈를 삭혔을 줄이야.

모니터 속에는 턱뼈가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묘사돼 있었다. 의사가 가리킨 부분을 아무리 봐도 어디가 어떻게 녹아내렸다는 건지 의료영상학에 문외한인 나로선 분간하기 어려웠다. 의사가 사진을 짚어주며 뼈가 녹았다는 설명을 해주니 그냥 그러려니 했을 뿐이다. 뼈가 녹아내린 지점은 다른 부분보다 약간 어둡게 표현돼 있었던 것 같기도 했지만.

그때 치과 의자에 누워 이런 생각을 했다. 턱뼈를 찍은 3D 사진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보여준다면 어떨까.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데 도움이 될 테고, 의사도 환자에게 어려운 설명을 하느라 진땀을 뺄 일도 줄어들 것이다. 동네 치과에도 3D 프린팅 산업이 비집고 들어갈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3d_printer_3_500

3D 프린터 장비 업체 스트라타시스가 2월21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조업과 디자인, 설계, 의료계 쪽에서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3D 프린팅 기술에 관한 관심을 끌어오겠다는 의지다.

조나단 자글럼 스트라타시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가리켜 “제조업의 3차 산업혁명”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겨 산업 전반에 혁명을 가져오리라는 기대감이었다.

3D 프린터라는 개념은 아직 생소하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적당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물체를 인쇄한다고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일반적인 프린터는 종이에 그림이나 글자를 인쇄하지만, 3D 프린터는 입체적인 물체를 쌓아 올린다. 이를 적층형 3D 프린터라고 부른다.

스트라타시스는 크게 두 가지 적층형 3D 프린터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다. 하나는 폴리젯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FDM 방식이다. 폴리젯은 3D 프린터 노즐을 통해 액체형 원료를 분사하는 방식이다. 0.016mm, 혹은 0.03mm 두께로 분사된 액체를 쌓아 몇 시간에 걸쳐 물체를 완성하는 식이다.

FDM도 이와 비슷하지만, 열처리를 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FDM 방식은 원료에 열을 가해 분사한다. 폴리젯은 미세한 부분을 표현하는데 뛰어나고, 다양한 원료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FDM은 열가소성 폴리머 원료를 써 3D 프린팅으로 완성된 결과물의 내구성이 뛰어나다.

3D 프린터는 어떤 분야에 쓰일까. 스트라타시스는 국내 제조업계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이나 제품 설계, 모형제작 등 3D 프린터가 쓰일 수 있는 환경은 넓다. 제조 환경에서 시제품을 미리 보는 것은 필수적인데, 이 과정을 3D 프린터를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CAD 등 3D 도면만 있으면, 사무실에서 직접 제품의 모형을 만들 수 있고, 도면을 주고받으면 되니 실제 제품이 나오기 전 모형 제품을 만드는 시간도 단축된다. 일반적으로 모형을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돈도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모형 제품을 외주 제작업체 등에 맡기지 않아도 되니 기업의 비밀을 지키는 데도 3D 프린터가 제 몫을 할 수 있다.

3d_printer_5_500

조나단 자글럼 스트라타시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

조나단 자글럼 사장은 “스트라타시스의 3D 프린팅 기술이 IT와 항공, 자동차, 건축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제조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치과와 같은 일상적인 분야에서 3D 프린터 기술로 구현된 턱뼈를 보는 일도 그리 먼 미래는 아니다.

이미 산업분야에서는 3D 프린터가 쓰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3D 프린터로 만든 굴착기로 레드닷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모델지움이라는 국내 건축 모델링 업체는 스트라타시스의 기술을 이용해 용산 국제 비즈니스 단지를 모형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스트라타시스의 전세계 3D 프린터 시장 점유율은 52%. 이미 절반 정도 시장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 3D 프린터가 필요한 분야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게 스트라타시스의 분석이다. CAD 등 전통적인 3D 제조 환경뿐만 아니라 CT나 MRI로 찍은 의료사진도 출력할 수 있다. 건축과 의료, 제조업에 특화된 산업 환경을 갖춘 국내에서 스트라타시스가 기지개를 켜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스트라타시스는 이날 세 가지 제품군을 소개했다. 값이 가장 싼 ‘아이디어’ 시리즈와 이보다 조금 더 비싼 ‘디자인’ 시리즈. 가장 정교한 산업환경을 위한 ‘프로덕션’ 시리즈다. 가격은 가장 저렴한 아이디어 제품이 1500여만원 수준, 프로덕션 제품 중 가장 비싼 것은 10억원을 넘기도 한단다.

아직 일반적인 사용자가 3D 프린터를 쓸 수는 없어 보인다. 3D 프린터의 가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일반 사용자가 이 돈을 지불하며 3D 프린터를 써야 할 이유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트라타시스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3D 프린터 시장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조나단 자글럼 사장은 “과연 일반 사용자가 가정에서 3D 프린터를 쓸 것인가에 관한 확신은 아직 없다”라면서도 “아직 스트라타시스는 기업형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개인용 시장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3d_printer_2_500

3d_printer_1_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