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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회원님을 인증하는 까닭은…”

2013.02.24

2월18일을 시작으로 온라인상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됐다. 13자리 숫자를 입력하는 칸은 사라졌지만, 주민번호를 바탕으로 한 휴대폰 번호와 아이핀 번호로 본인확인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보인다. 여기에서 본인확인이란 본인인증이라고도 불리는데 실명과 주민번호가 맞는지 보는 것이다. 은행창구에서 내 신분증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 본인확인값을 저장하는 곳도 있다. 은행으로 치면 고객 신분증을 복사해두는 행위가 되리라.

그런데 본인인증을 왜 할까. 포인트 쌓고 모으는 마일리지 서비스, 상품권 서비스가 본인인증을 해야 하는 까닭은 짐작하기가 어렵다. 미성년자이면 OK캐쉬백을 적립 못하고, 나이가 차지 않으면 해피머니상품권을 쓸 수 없을까. 기업은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회사나 신용평가회사에 일정 비용을 내면서 본인인증을 한다. 온라인상에서 왜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내 신분을 확인하는지 이유를 들어봤다.

나이스, 서울신용평가정보 본인인증

▲휴대폰 가입 정보로 본인인증하는 화면

OK캐쉬백은 휴대폰과 아이핀, 전화통화로 운전면허증 또는 주민등록증을 확인하여 본인인증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입력한 정보는 본인확인 외의 용도로는 쓰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그런데 마일리지 적립하는 데 본인확인이 왜 필요한가. 미용실에서 포인트를 쌓을 때 내 신분증을 보여주던가.

OK캐쉬백을 서비스하는 SK플래닛은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카드를 만든 회원이 가입하게 돼 있는데, 오프라인에서 발급한 카드의 주인이 본인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하고 그게 맞아야 적립하고 사용할 수 있다”라며 “카드 번호만 입력해서 쓰게 하면 누구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우리뿐 아니라 다른 마일리지 서비스도 동일하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OK캐쉬백 회원가입 페이지

‘다른 서비스도 한다’란 얘기는 본인인증을 하는 까닭을 물었을 때 돌아온 공통 답변이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받는다. 오프라인에서 쓰는 기프트카드를 회원가입해 등록하면 혜택을 주고 있다. 헌데 “반드시 회원님 명의로 된 휴대폰, 아이핀을 이용”하라며 인증절차를 마련했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할 경우 향후 적발 시 서비스 이용제한 및 법적 제재를 받으실 수 있다”란 말과 함께 말이다.

이유는 회원에게 혜택을 균등하게 주기 위해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회원 참여 이벤트나 회원 혜택이 있는데 한 사람이 여러 아이디를 이용하면 기회가 불공평해진다”라며 “MSR이라는 스타벅스 카드의 혜택을 받으려면 회원가입해야 하는데,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등록하는 걸 방지하는 목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스타벅스커피의 회원제는 본사가 있는 미국에도 있다. MSR이란 제도도 스타벅스커피닷컴 홈페이지에서 이용 가능하다. 그런데 이곳에선 한국과 다르게 휴대폰 인증이나 아이폰 인증은 커녕, 이름과 이메일 주소만으로 회원가입이 이루어진다. 이메일 인증 절차도 없다. 다만 추가 혜택을 누리려면 주소나 신용카드 정보 등을 필요에 따라 등록하게 했다.

▲스타벅스코리아 회원가입하는 화면. ‘반드시 회원님 명의로 된 휴대폰, 아이핀을 이용’하라는 글과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할 경우 향후 적발 시 서비스 이용제한 및 법적 제재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란 안내글이 있다.

▲스타벅스 미국 웹사이트에 회원가입할 때 이름과 e메일 주소, 대문자와 숫자 등으로 결합한 비밀번호를 적는 것 외에 별도 정보를 요구하지 않았다. 추가 혜택을 누리려면 주소나 신용카드 정보, 휴대폰 번호 등을 넣으란 안내가 있다.

상품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문화상품권을 온라인에서 쓰려면 컬처랜드란 곳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예스24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쓰려면 일단 컬처랜드 회원으로 가입해 문화상품권을 등록한 뒤, e쇼핑몰에서 결제할 때마다 컬처랜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컬처랜드는 월 10만원 이상 쓰려면 휴대폰과 아이핀 번호로 본인인증을 받는다. 보인인증을 하지 않고 e메일과 휴대폰 문자 인증을 한 회원은 문화상품권을 온라인에서 월 10만원 미만 금액으로 쓸 수 있다. 컬처랜드 고객센터는 상품권 금액도 실제 현금과 비슷한 금액이고, 도난 방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안내한다. 그래도 이곳은 본인인증을 할 지 여부를 이용자가 선택하게 했다.

▲도서상품권을 온라인에서 쓰려면 가입해야 하는 컬처랜드 회원가입 화면

문화상품권과 함께 사용처가 다양한 해피머니문화상품권은 반드시 본인인증을 해야 회원가입을 받는다. 해피머니문화상품권을 온라인에서 쓰려면 본인 명의의 휴대폰, 신용카드, 범용 공인인증서, 아이핀 번호로 본인인증부터 해야 한다. 해피머니문화상품권을 서비스하는 해피머니아이엔씨는 “해피캐시라는 사이버캐시를 운영하고 있어 거래관리할 필요가 있고, 법적 문제나 수사 목적으로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주민번호를 쓰다 본인확인만 하는 방식으로 바꿨는데, e메일 인증과 같은 방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해피머니상품권 온라인 회원가입 화면

온라인 서점도 본인인증을 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아이핀과 휴대폰 번호로 실명인증을 한다. 실명인증을 하지 않은 회원도 받는데 19금 도서와 같은 연령별 서비스는 제한된다. 예스24는 반드시 본인인증을 하게 했다. 예스24는 내부에서도 본인인증 절차를 유지할지 검토했는데 “오픈마켓 형태의 중고샵을 운영하는데 부적절한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본인인증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옥션, 인터파크INT가 주민번호나 아이핀 번호를 수집하는 까닭으로 설명한 내용과 비슷하다.


▲교보문고 회원가입 화면

▲예스24 회원가입 화면

포인트와 상품권도 현금화가 가능하므로 본인인증을 한다는 답변은 공통으로 나왔다. 온라인 활동으로 수입을 얻는 소셜광고 서비스 애드바이미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한성은 조이 부사장은 “이용자가 수입을 돌려받을 때 세금 정보를 입력하라고 하는데 수입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 정보는 이용자 스스로 입력하는 것이고, 우리는 페이팔 계좌로 송금하며 페이팔을 통해 인증하는 절차를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모바일에서 태어난 서비스는 현금성 재화가 오가도 본인인증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가상화폐로 디지털 콘텐츠를 살 수 있는 카카오톡와 라인은 가입할 때 휴대폰 문자 인증 외에 다른 인증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 카카오톡에서 ‘초코’란 가상화폐로 이모티콘을 살 수 있고 라인에서는 ‘라인 코인’으로 스티커를 선물할 수 있다. 두 서비스 각각 운영하는 카카오와 NHN은 ‘왜 본인인증을 하지 않느냐’라는 의문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본인확인’ 또는 ‘본인인증’이라고 적었지만, 실은 내가 그 본인인지 확인한다기 보다 이름과 주민번호가 들어맞는지를 확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른바 ‘인터넷 실명제’로 불렸던 그 발상 말이다. 이곳들에 본인인증을 강제하는 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온라인 서비스 쪽에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제6조를 들 수 있겠다. 이 법은 거래기록과 관련 개인정보를 일정기간 보존하게 한다. 담당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팀은 주민번호가 예시로 언급됐지만 반드시 수집해야 하는 정보는 아니라며, 이 조항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용자의 실명과 주민번호를 확인하고 그 확인 내용을 저장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란 얘기다. 위 애드바이미와 카카오, 라인이 이 설명에 맞는 사례다.

재미있게도 NHN은 네이버 체크아웃, 마일리지, 쿠폰 서비스 이용자 대상으로 주민번호 또는 아이핀으로 본인인증을 하는데 라인 이용자에겐 본인인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6조(거래기록의 보존 등)

① 사업자는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에서의 표시·광고, 계약내용 및 그 이행 등 거래에 관한 기록을 상당한 기간 보존하여야 한다. 이 경우 소비자가 쉽게 거래기록을 열람·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사업자가 보존하여야 할 거래기록 및 그와 관련된 개인정보(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 등 거래의 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한정한다)는 소비자가 개인정보의 이용에 관한 동의를 철회하는 경우에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법률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존할 수 있다.

③ 제1항에 따라 사업자가 보존하는 거래기록의 대상·범위·기간 및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열람·보존의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주민등록번호와 아이핀번호, 공인인증서로 ‘인증’을 하는 SPC 회원가입 화면

▲아이핀 인증을 거쳐야 회원가입할 수 있는 신세계포인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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