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수다떨기] 애플 아이폰과 구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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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iPhone)’과 관련해 하루가 멀다하고 소식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출시와 관련된 것들이 초미의 관심사다. ‘출시 일정이 잡혔다’는 뉴스가 전해지자마자, ‘그럴 계획이 없다’는 뉴스가 뒤따른다. 지나치게 높은 관심 때문인 지, 이른바 ‘애플빠’가 아니더라도 이같은 뉴스를 접하는 사용자들은 롤러코스트를 타는 심정일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늘고 있는 ‘트위터(Twitter.com)’에서도 국내 아이폰 출시 관련된 생각과 정보는 늘 인기있는 ‘재잘거림’이다.

개인적으로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온다고 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는 국내 휴대폰 시장을 단번에 역전시킬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기자는 아이폰이 꼭 국내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왜? 이건 구글이 국내에 진출했을 때와 비슷한 생각때문이다.

구글은 ‘검색’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이미 인터넷 시장을 호령하고 있던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에 도전장을 던졌다. 쉽지 않을 것 같던 도전은 연승을 거듭하면서 전세계를 열광시켰다. 검색 서비스만 제공할 줄 알았던 구글은 지난 10여년간 서비스 플랫폼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기 위해 거대한 데이터 센터도 구축했다. 구글은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시장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면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구글은 유료 프로그램 업체를 인수해 개인들에게 무료로 뿌린다. 지메일은 현재 개인들에게 7기가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구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웹오피스도 서비스로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제품을 돈 주고 사지 않아도 문서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다. 메일, 일정관리, 메신저, 홈페이지 제작도 마찬가지다. 기자가 근무하는 블로터닷넷은 ‘구글 앱스’를 이용해 돈 한푼 안들이고 내부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를 서비스 받고 있다. 구글은 기업 사용자들에게는 1인당 연간 50달러만 내면 25GB의 메일 공간을 준다.

구글의 등장은 안주하던 선발 업체들에게 엄청난 위기감을 줬고, 이들이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나서게 강제했다. 일례로 구글이 개인들에게 엄청난 저장공간을 주자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도 부랴부랴 무료 메일 용량을 늘려줬고, 급기야 야후는 무제한 용량을 제시했다.

구글은 최근에는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도 만들어 스마트폰이나 넷북 기기 업체들이 탑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웹의 수많은 서비스와 결합시킬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한 이런 전략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앞다퉈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려 하고 있다.

웹이라는 거대한 오픈 플랫폼을 활용, 그 영역을 하나씩 넓혀가는 구글의 전략에 기존 사업자들을 긴장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을 긴장시키는 구글의 이같은 전략은 소비자들에게는 전에 없던 혜택으로 돌아왔다. 구글이 국내에 들어와 이름에 걸맞는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네이버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철옹성같던 네이버의 폐쇄적 플랫폼이 구글 등장 이후 하나둘 열리기 시작했다.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한 정부에 모든 포털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지만 구글은 그럴 바에는 서비스를 안하겠다고 버텼다. 결국 한글 서비스만 중단해버렸지만, 그렇다고 국내 이용자들이 구글의 유튜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전 세계가 웹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오픈 플래폼으로 전환됐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한 것도 글로벌 서비스의 국내 진출이 가져다준 효과 중의 하나다. 비록 ‘망신살’스러운 학습이었지만, 얼마나 살아있는 학습인가.

다시 애플을 보자. 애플은 MP3 플레이어 시장의 후발주자였고, 휴대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애플은 단순히 여러 후발업체 중의 하나가 아니었다.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전혀 다른 시장 접근법으로 일거에 역전시켜 버렸고, 게임의 룰을 바꿔버렸다. 기기만 제공해 가격 경쟁을 한 것이 아니라 아이튠즈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음원 유통의 구조를 탈바꿈시켰다.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이동통신사와 협상해 ‘애플 전용 요금제’를 만들어 냈다. 수많은 휴대폰 제조사들과 일하고 있는 전세계 통신사들이 왜 애플 전용 요금제를 만들어 줬을까? 돈이 되기 때문이다. 브릭스 국가들을 제외한다면 선진국 시장은 이미 휴대폰 포화 상태다. 가입자는 늘지 않고 있으며 음성 통화도 정점을 찍었다. 통신사들은 입만 열면 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올리겠다고 했지만 성공 모델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을 전세계 199달러에 판매하면서 통신사로 하여금 월 100달러 정도의 데이터 정액 요금제를 만들도록 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런 데이터 정액 요금제는 고스란히 통신사의 수익으로 돌아왔다. 그 수익 중 일부를 애플에 제공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내 주머니가 더 커지는데 애플에 돈 몇푼 더 얹어 준다고 해서 배 아플 이유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애플 덕에 통신사의 수익은 개선됐다.

애플은 또 아이폰에서 돌아갈 수 있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을 거래할 수 있는 장터를 마련했다. 애플은 전세계 이동통신사와 기존 휴대폰 제조회사, 스마트폰용 OS 개발 회사들을 모두 변화시켰다. 애플이 등장하기 전까지 그 어떤 업체들이 이런 혁신을 단행했고, 그로 인해 전 산업군이 모두 변한 사례가 있나?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폰의 국내 등장은 단순한 휴대폰의 국내 공급에 머물지 않는다. 전세계의 변화의 소용돌이속에 우리나라의 각 주체들도 휘말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SK텔레콤이 스마트폰 단말기 유통에 적극 나서고 있고, KT 또한 마찬가지다. 앱스토어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네이트온이라는 모바일 인터넷 관문을 틀어쥐고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있지만 이제 이런 폐쇄형 서비스 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하루 아침에 이런 수익을 버릴 수는 없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원하는 때 원하는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입만 열면 세계화를 외쳐왔던 기업들이나 정부는 웬일인지 이런 세계적인 열풍은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해외 시장에 나가 매출을 올릴 때만 세계화가 좋은 것이고, 정작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세계화는 철저히 지연시켜 왔다.

앞서 말한대로 애플이 국내에 아이폰을 공급하더라도 국내 단말기 시장 점유율을 대거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아이폰의 등장으로 국내 이통사가 새로운 모델에 대해 고민하고, 휴대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나 LG전자도 국내 시장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경쟁에 나선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닐까.

하루 빨리 아이폰이 국내 유통되길 기대하는 이유다.

사족. 애플은 아이폰 전용 요금제를 통신사에 요구한다. 이와 관련해 벌써부터 사대주의라는 얘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어떤 휴대폰 업체에게도 전용 요금제를 만들어주지 않았던 국내 통신사들이 애플에는 머리를 숙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럼 늘 그랬던 것 처럼 해야 한다는 말인가. 통신사들이 군림하던 자세를 벗고 애플은 물론 삼성전자나 LG전자, 또 다른 휴대폰 업체를 비롯해 수많은 콘텐츠 제공 업체들과 진정한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과 동등한 위치로 내려오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아이폰의 등장으로 국내 이동통신 생태계가 그간 어떠했는지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그 의미가 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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