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 구독
뉴스레터
‘21세기 e쇄국론’ 펼치는 ‘두언대원군’
by 이희욱 | 2009. 06. 21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시대착오적 발언이 화제다. 최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란 부정선거와 관련해 ‘인터넷이 문제’라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는 지난 6월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인터넷포털사업의 국제경쟁력 어디까지 왔나- 인터넷실명제 논란과 관련’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국민소통위원회 위원장은 정두언 의원이다.

<뷰스앤뉴스> 기사에 따르면 정두언 의원은 이날 사회를 보는 도중 “최근에 이란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란 사태가 사실은 인터넷 때문에… 이란이라는 나라도 굉장히 폐쇄된 나라인데 어느덧 이란이라는 나라도 인터넷이 깊숙히 들어가가지고 인터넷 때문에 저런 문제제기가 되고 굉장히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이란 국민들의 저항을 ‘인터넷 탓’으로 돌린 것이다.

실제로 이란에선 최근 트위터가 주요한 소통수단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란 정부가 대선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언론을 통제하자, 시민들이 트위터를 이용해 집회 일정과 장소, 행동요령 등을 퍼뜨리고 있다고 외신들은 앞다퉈 전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내뱉은 정두언 의원의 발언은 한마디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요컨대 ①이란은 원래 폐쇄된 나라인지라 정보가 내부에서 잘 통제됐는데→②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국민들이 통제벽에 가려져 있던 사실들을 보고, 듣고, 퍼뜨리게 되면서→③정부의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시위로 이어졌으니→④지금 상황은 한마디로 ‘혼란’이란 얘기다. 직접 발언하진 않았지만, 그 뒤에는 “인터넷만 안 들어왔으면 조용히 국가가 통제하는 대로 모르고 살았을 텐데…”란 인식이 깔려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이게 이명박 정부 집권당, 그것도 ‘국민소통위원회 위원장’이란 거창한 직함을 단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란다. 정 의원의 발언은 한마디로 ‘나라 평화를 위해선 국민들이 진실을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눈과 귀를 막아야 한다’는 말과 뭐가 다른가. 군부독재 시절에나 이뤄지던 언론 통제가 21세기 들어 한국에서 부활하는 모양새다.

묻고 싶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소통’을 집권 여당은 뭐라고 정의하는 걸까. 정부는 거름망을 통과한 목소리만 제한된 채널로 전달하고, 국민은 꼭두각시처럼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혼란 없는’ 세상을 만드는 소통방식인가. 외부로 향하는 소통 채널을 닫고, 울타리 안에서 맴도는 소통이 한나라당식 소통인가.

인터넷은 이란을 둘러싼 독재의 견고한 둑에 작은 구멍을 뚫었다. 물꼬만 터지면 삽시간에 둑은 갈라지고 끝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란 시민들의 인터넷 소통은 독재 타도의 신호탄으로 환영하고 응원할 일이지, 혼란의 배후로 호도할 일인가. 정두언 의원은 현상은 제대로 봤는데, 결론이 뚱딴지로 흘러버렸다.

<워싱턴 타임즈> 6월20일자 기사를 보자. 이란 정부는 최근 독일-핀란드 합작 벤처로부터 휴대폰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추적할 수 있는 컴퓨터 서버와 모니터링 장비를 사들였다고 한다. 단일 컴퓨터 뱅크를 통제해 이란 내 트위터나 페이스북 이용자들도 감시·추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란다. 정두언식 ‘쇄국론’과 이란 정부의 욕망이 ‘소통’하는 순간이다.

혹시 그랬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인터넷이 촉발시킨 이란 봉기를 보며 정 의원은 문득 묘한 기시감을 느꼈을까. 그래서 빗장 걸고 눈귀 막아 애써 평화로워 보이던 옛 시절로 돌아가고픈 소박한 염원을 무심결에 내비쳤을 지도. 놀라워라 ‘두언대원군’.

 파이핑하기       싸이월드 공감 
인쇄 인쇄
, ,
http://www.bloter.net/archives/14496/trackback
블로터닷넷 편집장 @asadal. 정리강박증. '우공이산'(http://asadal.bloter.net) 블로그. asadal@bloter.net
2 Responses to "‘21세기 e쇄국론’ 펼치는 ‘두언대원군’"

그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했던 카이스트 한상기 교수입니다. 그 얘기를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실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제가 들었던 느낌과 분위기와는 너무 다르게 들리네요. 그날 나온 발언의 취지는 그 만큼 인터넷이 우리에게 중요하고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매체가 되었다는 것이지, 그런 식으로 해석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떤 정치인을 두둔할 이유도 없지만, 그 날의 주요 논점은 대부분 정부의 인터넷 산업에 대한 규제 방안이나 형식이 기업의 경쟁력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서두르면 안된다 쪽이었습니다. 정의원도 본인 말로 그날 토의가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쓰신 글에 대해 도움이 될까 해서 전하는 말입니다.

[...] 이란이라는 나라도 굉장히 폐쇄된 나라인데 어느덧 이란이라는 나라도 인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블로터닷넷이 댓글을 받지 않는 이유]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