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5일 저녁, LG전자가 HP로부터 웹OS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HP가 갖고 있던 웹OS의 소스코드, 개발인력, 관련 문서를 인수한다. 웹OS와 관련된 특허에 대해서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LG전자는 웹OS 관련 기술을 스마트TV 플랫폼에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자체 스마트TV 플랫폼의 웹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TV에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접목하기 위해서라고 LG전자쪽은 설명했다.

HP는 지난 2011년 아포테커 전 CEO가 PC사업을 포기하기로 발표하면서 웹OS 관련 사업도 정리 수순을 밟아 왔다. 이후 CEO 자리에 멕 휘트먼이 새로 오면서 PC사업 철수를 없던 일로 하고 웹OS 관련 기술도 엔요(Enyo)라는 자회사로 넘겨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터치패드’ 태블릿 이후 신제품을 하나도 발표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장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분위기였다.

HP-webOS

HP는 웹OS를 오픈 운영체제처럼 가져갈 계획이었지만 큰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았고 실질적인 제품은 없었다. 그걸 LG가 인수한 것이다. 하지만 HP는 웹OS의 전부를 넘긴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그리고 LG가 밝힌 TV 등 이용자들이 쓰는 단말기단의 사업만 넘겼다. 웹OS를 이용한 클라우드 서비스, 앱 카탈로그, 시스템 관리 등 운영체제 뒷단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여전히 HP 소유다. 특허도 마찬가지다. LG가 웹OS 관련 사업을 잘 하면 HP는 덩달아 돈을 버는 구조인 셈이다.

팜과 웹OS의 기구한 운명

돌아보면 웹OS는 한때 가장 인기있는 모바일 OS였다. 아니, 웹OS가 아니라 그 전신인 팜OS가 인기 있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지금의 웹OS는 1996년 PDA를 대중화시킨 팜파일럿에 얹은 팜OS로부터 뿌리내렸다. 팜 파일럿과 팜OS는 US로보틱스의 팜컴퓨팅이 개발했지만 이후 쓰리콤으로 인수되면서 쓰리콤의 팜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팜OS의 전성기가 시작된다. 팜은 III, V, VII 등 3가지 시리즈로 직장인의 필수품이 됐다.

쓰리콤은 돈 잘 버는 팜을 분사했다. 하지만 이때 등장한 윈도우 모바일, 포켓PC는 팜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다. 팜은 하드웨어만 만드는 팜원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팜소스의 두 기업으로 분리한다. 소프트웨어 사업부는 OS를 따로 라이선스하기도 했다. 이때 나온 제품이 소니의 클리에였다. 삼성도 팜OS를 집어넣은 하드웨어 사업부는 핸드스프링을 인수하며 스마트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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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팜은 단순하고 강력한 기능에만 치중했고 많은 응용프로그램 시장만 믿고 있었다. 멀티미디어 성능을 보강하는 데에 인색했고 스마트폰 시장에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결국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기존의 인프라를 모두 버리고 리눅스와 웹2.0 기반의 OS를 새로 만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로 시작하겠다는 다짐이었는데, 이미 사람들의 인식은 팜은 그저 업무용의 지루한 기기가 돼 버렸다. 새 OS는 그 자체로 고작 몇 가지 스마트폰이 시장에 뿌려졌을 뿐 플랫폼 수준으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2010년, 결국 팜은 HP에 매각됐다. 당시 가격은 12억달러로 적지 않았다.

이후에 HP는 팜을 어떻게 쓸지 고민에 빠졌다. 애초 다른 기업들이 아이폰에 맞서기 위해 안드로이드에 집중할 때 HP는 안드로이드 대신 팜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우려도 있었지만 아이폰의 많은 부분은 사실 팜과 닮아 있기 때문에 아이폰과 맞서기에는 팜, 웹OS에 기대는 것도 십분 이해할만한 일이었다. HP라면 팜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터치패드 하나만 내놓고 웹OS도, HP도 서로 상처만 입은채 다시 헤어지게 됐다.

웹OS, TV만 할 건가

결국 팜과 웹OS는 다시 시장에 나왔고, LG가 이를 택했다. LG는 TV에 적용할 OS라고 웹OS를 설명한다. LG의 스마트TV 전략은 이미 적잖이 구글TV로 기울어 있다. LG는 넷캐스트라는 리눅스 기반의 스마트TV 플랫폼도 함께 가져간다. 웹OS를 섞어 3가지로 가져가는 것은 아니고 넷캐스트에 흡수하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웹OS를 TV용 OS로 쓴 시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말 TV에 넣으려고 산 걸까? 기능이 제한적이고 인프라도 많이 갖춰져 있지 않은 넷캐스트보다는 십수년을 쌓아온 웹OS의 기술이 OS로서 더 큰 가치를 가질 수도 있다. 관련 앱 개발자나 시스템 엔지니어들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LG전자로서는 스마트TV 시장에서 구글TV가 패권을 잡게 될지, 혹은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자체 플랫폼을 꾸리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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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기기에 적용할 가능성은 없을까. 웹OS 자체가 원래 스마트폰, PDA, 태블릿 등의 형태로 고안된 만큼 충분히 가능성도 있다. 안드로이드 시장에 늦게 뛰어들면서 시장 주도권을 삼성에게 통째로 넘겨준 경험이 있는 LG로서는 플랫폼의 위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윈도우폰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지만 안드로이드에 집중하면서 곁눈질은 계속된다. MWC가 시작되자마자 LG전자는 파이어폭스폰에 대한 지원에 나섰고 웹OS 인수를 발표했다. 리눅스 기반의 오픈OS는 안드로이드와 파이어폭스로 가져가고, 직접 OS를 이끌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도 웹OS로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그저 전망일 뿐이다. 독자적인 OS를 갖게 됐다는 것이 기쁜 일이었는지 LG로서는 발표를 서두른 느낌이 없지 않다. 오랫동안 웹OS에 대해 기대해 왔던 시장의 궁금증에 ‘스마트TV를 위해서’라는 답으로 끝맺을 만큼 간단한 일은 아니다. 외신들도 ‘LG전자는 스스로 왜 웹OS를 인수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LG는 팜을 잘 아는 기업이다. 팜OS가 한창 잘 나갈 때 HP와 손잡고 윈도우 모바일 스마트폰으로 팜과 직접적으로 맞서 싸우던 LG 아닌가. 숨겨둔 큰 그림이 있는 건가, 아니면 정말 TV의 일부분으로 흡수될 것인가. LG는 웹OS의 미래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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