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중인 KT, ‘보조금’에 발끈한 사연

KT가 발끈하고 나섰다. KT는 3월6일 오후 갑자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업정지 기간 동안 일어나고 있는 이동통신시장의 보조금 과열 현상에 대해 개선을 촉구했다.

KT는 지난 2월22일부터 신규가입과 번호이동가입자를 받지 못하는 영업정지 상태에 돌입했다. 그에 앞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도 영업정지 기간을 겪었다. KT는 영업 정지 이후 첫 주말이 지난 뒤 2월25일 막대한 가입자를 놓쳤다. 갤럭시S3, 옵티머스G, 베가R3 등 주요 LTE폰의 출고가가 80만원 이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갤럭시S3는 거의 공짜폰 수준이 됐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KT는 번호이동으로 하루 1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빼앗겼다. 평일 저녁, 그리고 주말처럼 시선을 덜 끄는 시간에 집중적으로 과도한 보조금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를 시작한 지난 1월7일 이후 매일같이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좀 과장하면, 100만원쯤은 깎아줘야 ‘좀 싸게 샀구나’하는 수준이 됐다. KT가 당장 이 보조금 전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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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T만 피해자?

KT가 다른 두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이 위험할 정도로 지나치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현장의 기자들 사이에는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KT는 보조금 전쟁이 너무나도 심해져 가입자 이탈이 엄청나게 일어났다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KT 역시 그간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적지 않은 가입자를 모은 바 있기 때문이다. 특정 속담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모두가 동의하는 눈치였다.

현재 가장 심한 번호이동 경쟁이 일어나면서 KT가 유독 많은 가입자를 빼앗기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1~2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영업정지 기간에 적극적인 번호이동 정책과 보조금을 밀어붙인 KT 역시 과다 보조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기자회견자체가 큰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는 얘기다.

KT가 발끈하는 이유는 ‘정도가 심하다’는 논리다. 2012년 하루평균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2만8천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어떨까. LG유플러스의 영업정지 기간에는 2만6천건, SK텔레콤은 2만5천명 수준이었는데 KT는 이미 하루평균 3만8천명을 넘기고 있다. 이 숫자는 전체 번호이동 가입자로 각 통신사의 이탈자의 수는 아니다. 실제 이탈한 가입자는 LG유플러스가 17만명, SK텔레콤이 23만명이 빠졌다. KT는 절반인 열흘동안 17만명이 이탈했고 남은 열흘동안 이 같은 추세라면 35만명 가량 가입자를 빼앗길 수 있다. 시쳇말로 ‘쪽 빨리고’ 있다.

KT로서는 더 이상 가입자를 빼앗기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보조금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다른 통신사들은 ‘너희도 그러지 않았나’는 반응이다. SK텔레콤은 지난 영업정지 기간 동안에도 1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지급된 바 있다고 밝혔고, LG유플러스도 보도자료를 통해 KT의 가입자 이탈은 보조금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통신 3사는 이번 영업정지 기간을 교묘히 활용했다. 그 사이에 벌어진 논란만 해도 선개통 단말기 유통, 재판매 계열사 동원, 공짜폰 논란 등 시장 과열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 폰테크족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지만 이번 영업정지 자체가 통신사들에게 징벌 효과보다는 오히려 보조금을 더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해선 그 어떤 통신사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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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통위는?

KT는 이 문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수차례 신고했고 밝혔다. 하지만 특별히 경고나 법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KT는 신고서 등의 정식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지만 수차례 관련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방통위에 진정을 내거나 어필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과열된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시장은 전혀 움직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것이 KT의 입장이다.

방통위로서는 지금 직접적으로 보조금 문제에 신경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방통위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전파, 방송, 광고 등 주요 업무를 나누는 데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기 때문에 보조금 규제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통신업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보조금 규제 자체가 방통위의 정책인데 정권이 바뀌면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때를 틈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집안의 규율을 잡는 무서운 아버지가 출장을 떠난 상황’에 빗대기도 했다.

3. 왜 유독 KT가 정지중일 때 더 심해졌나

KT는 3개 통신사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그간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다각도로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지금과 보조금 규모만 조금 다를 뿐 정상 영업을 하던 통신사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부어 왔다. 사실 LG유플러스 영업정지 초기에는 방통위의 눈치도 봐야 했고 과다한 보조금으로 가입자를 빼앗아 오면 곧바로 똑같은 방법을 통해 보복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SK텔레콤 정지 때도 어느 정도 선에서 비슷하게 이뤄져 왔다.

하지만 KT는 마지막으로 영업정지에 들어가다보니 나머지 두 통신사는 홀가분해졌다. KT는 이에 대항할 수가 없다. 보조금을 더 강하게 부어서라도 그동안 빼앗긴 가입자를 되찾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대놓고 끌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KT는 최대 100만원까지 보조금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만하면 공짜폰인 셈이다.

시기도 묘하게 겹쳤다. 2월말부터 3월초는 신학기 시기로 PC, 휴대폰 등 시장이 1년중 가장 호황인 때다. 스마트폰을 바꾸려는 요구가 가장 많을 때라는 얘기다. 복합적으로 KT는 이전과 달리 엄청난 가입자 이탈을 겪고 있다. 기존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통큰기변’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약발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불법 텔레마케팅 피해만 늘어나고 있다.

4. 보조금이 어떻게 100만원이나…

통신사들은 어떻게 보조금을 100만원씩이나 줄 수 있을까. 7만2천원짜리 요금제를 쓴다고 해도 1년을 받아야 겨우 본전을 찾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닌가. 일단 100만원 보조금이 주어진다고 해서 통신사가 100만원을 쓰는 것은 아니다. 단말기에는 기본적으로 제조사 보조금이 일부 들어간다. 판매장려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10~2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실제 통신사들이 제조사로부터 출고가 그대로 제품을 공급받는 것도 아니다. 약간의 할인이 들어간다. 그리고 나머지를 통신사의 마케팅 예산으로 불리는 보조금으로 채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적지 않은 비용이다. 왜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보조금을 제공할까. 사실상 신규가입자 시장이 끝나버린 국내 통신시장은 이제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 늘리는 가입자는 신규가입자가 아니라 번호이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신사를 옮기는 것인데 타 통신사에 빼앗긴 가입자를 다시 데려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일반적으로 통신사들이 지급하는 보조금의 3배에 이른다. 그동안 가입자들이 지출하는 기회비용까지 더하면 그 폭은 더 크다. 그래서 이번처럼 시장이 과열되는 시기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통신시장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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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타 통신사 반응은?

LG유플러스는 곧바로 반박하는 입장을 밝혔다. ‘KT역시 온라인과 사내채널 등을 이용해 가입자를 유지했고, LTE 네트워크 커버리지, 품질 등의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입자가 빠져나간 것을 경쟁사들의 과도한 보조금으로 매도한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도 ‘KT의 기자회견은 그동안 타사의 영업정지 기간동안 유치한 가입자들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SK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동안 KT와 LG유플러스의 LTE 2위 자리 다툼 역시 엄청난 번호이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6. 해결책은 없나

통신시장의 보조금 전쟁과 규제, 이를 둔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조금 규제는 사실상 방통위가 통신사들에 대해 여러가지 규제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눈치보기로 27만원의 가이드라인이 지켜지는 것일 뿐, 사실상 불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보조금이 얼마냐보다도 할부 원금이 얼마냐가 더 중요하다. 내가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총 비용으로 얼마를 내느냐가 관심사다. 통신사가 제조사로부터 구입하는 단말기 가격인 출고가를 소비자가 알 필요는 없다. 100만원을 넘나드는 스마트폰 값이 때에 따라 보조금 정책이 달라지길 기다리는 것이 소비자들의 현실이다. ‘원래는 100만원인데 이런 저런 요금 조건과 약정 할인, 보조금, 추가 정책금이 더해져서 이렇게 많이 깎아드립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겠지만 소비자가 알고 싶은 건, ‘그래서 얼만데?’가 아닌가.

차라리 해외처럼 2년 약정에 단말기 가격 199달러, 99달러 등으로 나눠 알려주는 정책이 더 낫지 않을까. 출고가를 공개하는 정책은 스마트폰 가격을 끌어올리고 출고가와 보조금 논란을 반복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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