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불가, 말실수…점입가경 ‘심시티’

“오세훈이 될 것인가, 박원순이 될 것인가.”

최근 누리꾼 사이에서 입버릇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말이다. 유서 깊은 한 게임 때문이다. 명실상부 최고의 도시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이 10년 만에 새 버전으로 돌아왔는데, 시리즈 역사를 모두 더하면 29년이나 된다. 맥시스가 개발하고, 일렉트로닉아츠(EA)가 서비스하는 ‘심시티’ 얘기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5일 정식 발매됐다. 도시를 가꾸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게이머가 어떻게 도시를 경영하는지에 따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될 수 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될 수 있다는 농담이다.

어렸을 적부터 ‘심시티’ 시리즈를 즐겨온 게이머라면 어찌 아니 환영할 수 있으랴. 그래픽 품질은 더 높아졌고, 시리즈 중 처음으로 온라인 멀티플레이 기능까지 더해졌다. ‘심시티’ 팬을 포함한 게임 마니아들은 밤잠 설칠 법도 했겠다. 실제로 ‘심시티’가 국내 출시되던 날,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 자리에 ‘심시티’가 빠지지 않았다. 한정판 수량도 모두 팔렸고, 일반판도 없어서 못 구할 지경이라고 하니 ‘심시티’를 향한 게이머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만하다.

하지만 게이머를 잠 못 들게 한 건 정작 게임이 아니었다. 게임에 접속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속 터지는 게임 서버와 EA의 어처구니없는 대응이 게이머 마음속에 불을 질렀다. 참다못한 게이머는 게임 출시 이틀 만에 서로 환불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심지어 미국 아마존은 ‘심시티’ 판매를 한때 중단하기까지 했다. 명작 게임이 10년 만에 돌아왔는데, 상황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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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불가

‘심시티’가 입방아에 오른 가장 큰 이유다. 게임 서버에 접속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가 됐다. ‘심시티’를 즐기려면, 게이머는 EA의 ‘오리진’ 서버에 접속해야 한다. 오리진은 EA의 통합 게임 서버다. 게임을 판매하기도 하고, 네트워크 게임을 지원하기도 한다. 바로 이 서버에 접속하지 못한 게이머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시범서비스 때는 잘 되던 게임이 정작 정식 출시 직후 접속장애 문제가 터진 꼴이다.

‘심시티’에 온라인 멀티플레이 기능이 추가됐다고는 하지만, MMORPG나 소셜네트워크게임처럼 네트워크 기능이 크게 강조되는 게임은 아니다.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 자체가 인터넷 연결 없이 능히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헌데 서버 접속 문제는 왜 터졌을까. EA가 게임 속에 심은 DRM 탓이다. EA는 게임을 불법복제해 이용하는 이들을 걸러내기 위해 반드시 EA 오리진 서버에 접속해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지난 2012년 5월 출시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3′도 ‘싱글플레이’를 즐기려면 게임 서버에 접속해야 했다. ‘디아블로3′도 게임 출시 초기 접속 장애 때문에 홍역을 치른 바 있는데, ‘심시티’도 똑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꼴이다.

EA는 서버 접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의 부가기능을 비활성화하기도 했다. ‘리더보드’ 기능이나 ‘도전과제’, ‘지역 필터링’처럼 게임을 즐기는 데 꼭 필요하진 않은 기능들이다. 게임 서버의 부하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극약처방인 셈이다.

킵 캐서렐리스 EA 심시티 선임 프로듀서는 E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불거진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틀 안으로 게임 서버를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라며 “EA의 서비스 오퍼레이션 팀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24시간 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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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는 서버를 정상화하기 위해 작업 중 이지만, 아직 제대로 게임을 즐기기는 어려운 것 같다

불만고조

미국 아마존은 현지시각으로 3월7일, PC용 ‘심시티’ 디지털 내려받기 버전 판매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잘 나가는 게임 판매를 중단한 까닭에 관해 아마존이 직접 입을 연 것은 아니지만, 미국 게임 전문 매체 자이언트봄은 서버 접속 장애에 따른 게이머들의 불만 때문으로 추측했다. 지금은 다시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심시티’ 구매 페이지를 통해 “많은 고객으로부터 ‘심시티’ 서버에서 접속할 수 없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라며 “EA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언제 문제가 해결될지는 알 수 없다”라는 긴급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심시티’에 이 같은 문제가 있으니 사고 싶은 게이머만 사라는 얘기다.

‘심시티’에 관한 게이머들의 평가는 바닥을 긴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구매 고객들의 별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심시티’의 별점은 5점 만점에 1.2점이다. 총 1400여명이 투표를 했다. 그 중 1300여명이 1점을 줬다.

아마존에 상품평가를 남긴 ‘judah’라는 필명을 쓰는 한 게이머는 “‘심시티’가 출시된 지 이틀이나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게임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라고 평가를 달았다.

분노한 게이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의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org에서는 EA의 온라인 DRM 제거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청원을 건의한 이는 라이언 래슬리라는 미국 네티즌이다. 라이언 레슬리는 “EA는 앞으로 출시하는 게임과 ‘심시티’에서 온라인 DRM을 제거하라”라는 제목의 청원서를 등록했다. 총 2만5천명을 모집하는 청원서다. 반응은 뜨겁다. 청원서가 등록된 지 만 하루가 지난 현재 2만2636명이 서명했다. 게임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온라인 DRM을 도입한 EA를 비판할 수는 없겠지만, 온라인 DRM을 도입한 이상 EA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서버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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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 남긴 게이머들의 ‘심시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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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에 온라인 DRM 제거를 촉구하는 서명운동

‘복돌이’탓

국내에서는 EA코리아 관계자의 말실수도 논란이 됐다. 출발은 EA코리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게이머들의 불만을 조금이나마 가라앉히기 위한 페이스북지기의 글이었다. ‘복돌이’는 게임을 불법복제해 이용하는 게이머를 지칭하는 용어다.

EA코리아 페이스북지기는 3월7일, “현재 여러분의 요청에 따라 서버 증설을 위해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서버 상태가 이 서버 추가를 위한 이번 점검이 있는 동안 많은 변동을 거듭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양해와 인내에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를 본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가 “아시아가 인구 가장 많은데, 왜 서버가 없죠??”라는 질문을 했다. EA코리아 페이스북 지기는 이 질문에 대해 “불법복제가 많아 아시아 서버는 현재로서는 조금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라고 답변을 달았다.

정품 타이틀을 구매한 게이머가 인구가 가장 많은 아시아 지역에는 서버가 개설되지 않은 이유를 물어본 것 뿐인데, 불법복제 게이머가 많아 서버 증설이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하다니. 실제로 아시아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불법복제를 통한 게임 이용률이 높다고 치자. 그래도 게임 서비스 업체는 정품 사용자들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 응당 게임 서버를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게이머를 아연실색케 만든 답변이다.

EA코리아 페이스북지기의 답변 밑으로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댓글이 잇따랐다. 대부분 아시아 지역 서버에 관련한 질문과 전혀 관계없는 답변을 한 EA코리아 페이스북지기에 대한 비난글이었다. 안 그래도 서버 접속 장애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게이머들에게 기름을 쏟아 부은 격이다. EA코리아 페이스북지기가 사과 답변을 올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A코리아 페이스북지기는 몇 차례의 댓글을 통해 “CD 게임만을 즐겨서 오리진에 관한 무지가 낳은 개인적 의견이었다”라며 “일련의 사태에 대해 모든 것을 캡처해 담당자에게 보고하고, 실수를 책임지도록 하겠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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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코리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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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이 일자 EA코리아 페북지기가 사과 답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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