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포럼] 스마트폰 동영상 찍을 땐 ‘리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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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포럼이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글로 전하지 않았지만, 12월과 1월에도 SNS포럼은 어김없이 열렸습니다. 그 동안 변화가 생겼습니다. SNS포럼이 ‘담벼락포럼’으로 새단장하고 진행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SNS포럼은 2011년 1월 소셜웹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 대표와 블로터닷넷이 모여 나눈 이야기를 전하면서 출발했습니다. 초반에는 소셜웹 서비스 대표가 모여 한 달간의 SNS 동향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SNS포럼이 그루폰코리아에서 열린 걸 계기로, 기업 탐방하고 해당 기업의 서비스에 집중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 바뀌었습니다.

그 뒤로 크레이지피쉬, 카카오, 이음, 뮤즈어라이브, 블로그칵테일, 위자드웍스, 코자자, 나우프로필, 플라스크모바일, 시지온, 사이러스, 벤스터 등 모바일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공유경제, 전자상거래, 소셜뮤직 서비스 회사를 찾았습니다. IT 벤처의 고민을 듣고 전하는 기회였습니다. 그와 함께 서비스를 소개하는 건 덤이었지요.

다양한 기업을 탐방하면서 ‘SNS포럼’이라는 이름에 맞게 소셜웹 서비스를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분야를 한정짓는 데 대한 한계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간의 아쉬움과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SNS포럼은 ‘담벼락포럼’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혁신은 담벼락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포럼 회원 중 한 명이 말한 게 발화점이 됐습니다. “벤처가 넘어야 할 담은 높고, 벤처는 높은 담벼락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며 사업을 한다”란 설명이었습니다. 블로터닷넷과 포럼 회원이 함께하는 담벼락포럼은 IT벤처가 기댈 담벼락이자 새 서비스를 알리는 담벼락(게시판)이 되고 싶다는 뜻도 담겼습니다.

담벼락포럼이란 새 이름을 얻으며 진행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앞으로는 신청을 받아 담벼락포럼이 탐방하고 집중 소개할 기업과 서비스를 정하게 됩니다. 신청을 받고 담벼락포럼이 찾아간 기업을 소개하는 별도 페이지도 만들고요.

첫 담벼락포럼은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리쿠드’를 서비스하는 아이쿠에서 열렸습니다. 아이쿠는 ‘트윗온에어’를 서비스하던 곳입니다. 트윗온에어는 이후 올레온에어로 서비스가 바뀌었다가 2012년 8월 서비스를 종료하였습니다. 그 사이에 아이쿠는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리쿠드를 만들었습니다.

이 서비스가 나오자마자 김호근 아이쿠 대표에게 ‘동영상 볼 땐 유튜브, 찍을 땐 리쿠드’란 구호를 들었는데요.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볼까요.

아이쿠는 아이폰 사용자 중 인스타그램을 쓰는 사람을 공략해 ‘리쿠드’를 개발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사용자는 초기 공략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동영상으로 ‘셀캠’을 찍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리쿠드를 제안하려고 했지요. 이 이야기는 리쿠드 서비스 초기 아이쿠의 생각입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김호근 대표와 대화를 이끈 이동형 대표가 나눈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담벼락 포럼 김호근 아이쿠 대표와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김호근 아이쿠 대표(왼쪽)와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이동형 초기 고객은 누구인가.

김호근 아이폰 사용자 중에서 인스타그램을 쓰는 사람이다.

이동형 어림잡아 1억명일 것 같은데, 초기 고객은 내가 직접 만나서 서비스 피드백을 받고 사용 후기를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이다.

김호근 당시 우리 초기 고객은 북미 사용자로,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었다.

이동형 너무 넓게 잡아 만날 수 없던 것 아닐까. 북미는 너무 멀다.

김호근 최근 무언가 잘못 됐다는 걸 알았다. 지금은 공략하려는 이용자를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 젊은 여성, 아이가 있는 사람으로 바꿨다.

이동형 초기 고객은 100명에서 50명, 그보다 더 적은 수일 수 있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만도 꽤 되지 않을까. 아이쿠의 직원 6명이 소통하기에는 수가 너무 많다.

리쿠드가 가진 기능은 영상 촬영, SNS, 뷰어 등 참으로 다양합니다. 채플린 스타일, 필름 누아르, 세피아 필름, 아날로그 3D, 노스탤지아, 버블 샤인, 4월의 오로라, 소다스프링, 움직이는 유리, 외곽선 스케치, 모자이크, 블러드네거티브, 거친인쇄, 칼라 스케치, 따뜻한 크리스마스, 빈티지 크리스마스, 화이트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필터를 제공합니다. 영상을 찍으며 이 필터를 입혔다 뺐다 할 수 있고, 밝기나 강도 조절도 가능합니다. 리쿠드로 찍은 영상은 리쿠드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로 공유할 수 있고, 비공개로 설정해 카메라롤에 저장된 걸 활용하거나 나만 볼 수 있습니다.

리쿠드로 공유한 영상에는 댓글을 달거나 하트 단추를 눌러 호감을 표시할 수 있어 동영상 SNS로 쓰입니다. 동영상 SNS로써 리쿠드는 재미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아이폰 앱으로 영상을 볼 때 화면 오른쪽 위에 해당 영상이 찍힌 나라와 시각이 표시되는데요. 시각을 들판에 뜬 달과 구름 위 해로 보여주는 게 재미있습니다. 필터를 살 수 있는 가상화폐 ‘골드’도 있고요. 트위터처럼 리쿠드 안에서 다른 이용자를 팔로잉하고 리트윗하듯 영상을 ‘리와인드’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쿠 리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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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쿠드 아이폰 앱

그런데 이동형 대표가 리쿠드의 이런 다양한 기능보다 초기 고객에 집중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리쿠드가 NHN처럼 규모가 큰 대기업이 아니라 벤처이기 때문입니다.

“벤처는 초기 고객이 아닌 사람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시간과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고객이 아닌 사람의 얘기를 듣느라 시간과 비용을 쏟아야 하겠는가.”

스타트업은 인력, 자본이 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기능을 품고 다양한 고객을 노리면 한정된 자원을 분산해야 할 겁니다.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말입니다. 김호근 대표도 이 얘기에 공감했습니다.

사실 리쿠드는 공개되기 전 트위터가 서비스하는 동영상 SNS ‘바인’처럼 아주 간단했습니다. 내부에서 리쿠드에 온 자원을 쏟을 상황이 되지 않아 개발 일정이 미뤄지며 리쿠드와 비슷한 소셜캠이 먼저 나왔습니다. 서버 비용을 줄이려고 10초 영상이란 콘셉트와 인스타그램의 영상 버전이란 콘셉트를 기획했는데 소셜캠에 선수를 빼앗기며 아이쿠는 리쿠드에 필터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넣었습니다. 그뒤 리쿠드의 초기 모습을 닮은 바인이 나왔습니다. 이래저래 리쿠드는 ‘처음’이란 꼬리표를 잃은 것 같습니다.

김호근 대표는 “돌이켜 보면 처음에 스토리가 분명히 있었는데, 반 발짝 앞선 곳에서 스토리를 가져갔다”라며 아쉬워했습니다. 아이쿠가 리쿠드를 기획하고 빠르게 낼 역량이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일 겁니다. 이 생각에 이동형 대표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공략할 이용자를 정하고 거기에서 스토리를 만들어내면 된다. 동영상 서비스는 아무나 만들 수 있지 않다. SNS는 진입장벽이 낮지만, 동영상은 진입장벽이 높다.”

그렇습니다. 동영상을 처리하고 저장하고 다시 불러와 보여주는 것, 그 기술을 가진 것만으로도 아이쿠는 이미 다른 곳보다 반 발짝 앞섰습니다. 트윗온에어와 올레온에어를 서비스하며 비결을 쌓았습니다. 리쿠드를 작동하게 하는 엔진을 팔라는 얘기를 종종 들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 엔진은 이름이 ‘비너스’인데 실제 기업 대상(B2B) 판매도 합니다. 리쿠드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아래 동영상으로 직접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youtube uEuMBK9nEMk 500]

▲담벼락포럼 중 리쿠드를 소개하는 모습

김호근 대표와 이동형 대표의 대화 중 다른 회원들이 ‘동영상 촬영 앱으로 승부를 보아도 좋겠다’라고 의견을 냈습니다. 촬영 기능만 떼어 서비스해도 승산이 있을 거란 호평이지요. 리쿠드가 동영상 촬영 기술과 SNS를 동시에 서비스하는 건 시간과 인력, 비용이 모자란 벤처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과 다름 없습니다.

김호근 대표는 “이젠 제품을 먼저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요. 초기 고객을 넓게 정한 덕에 리쿠드가 다양한 기능을 품었지만, 그만큼 너무도 다양한 의견을 소화해야 합니다. 리쿠드 이용자 3만명 중에 아이쿠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줄 사람은 누구일까요. 지금 아이쿠의 과제는 그 이용자, 고객을 찾는 것입니다. 그래야 리쿠드가 더 많은 사랑을 얻을 겁니다.

혹시 잘 될 거라고 기운을 북돋아야 할 스타트업에 ‘초기 고객은 제대로 잡았는가’라며 꼬투리를 잡은 것처럼 보이나요. 담벼락포럼은 벤처가 기댈 벽이자 서비스를 알리는 게시판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요. 목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실패할 확률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고민을 혼자 해서는 해답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와 나눠야 다양한 방안을 떠올리고 빠르게 풀 수 있지 않을까요.

때론 담벼락포럼이 탐방한 기업에 맹공을 퍼부어 흡사 IT 벤처판 ‘라디오스타’처럼 보일 때가 있을 겁니다. IT 벤처는 서비스 하나, 기능 하나에 온 자원을 쏟아서 내로라하는 대기업, 글로벌 기업과 겨뤄야 합니다. ‘정말 집중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서비스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갈길을 두드리는 기회를 만들 겁니다.

담벼락포럼은 매달 참가 기업 신청을 받습니다. 그리고 열정 가득한 IT 스타트업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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