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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블랙베리, 남 뭐랄 처지 아니네요

2013.03.20

HTC와 블랙베리가 최근 각각 삼성의 신제품과 애플의 현재 상태를 비판했다가 정작 스스로의 제품 관리에는 허점을 보여 눈총을 샀다.

HTC의 회장인 마이크 우드워드는 지난 3월16일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의 ‘갤럭시S4’가 기존 갤럭시S3를 살짝 수정한 정도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삼성 제품에 더 이상 디자인적인 변화가 없는 것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도 했다. ‘HTC 원’이 알루미늄과 강화유리로 멋을 낸 것에 비하면 갤럭시S4의 플라스틱 케이스도 별로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관심을 계속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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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 ‘원’은 얇고 세련된 디자인과 센스UI로 호평을 듣고 있지만 출시 전부터 공급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정작 HTC는 스스로 혁신적이라고 일컫는 요소들 때문에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원(One)을 발표만 하고 제때 내놓지 못하고 출시일을 미뤘다. 카메라와 유니바디 케이스가 문제였다. RGB의 각 색깔만 따로따로 인식하는 센서를 3개 겹친 ‘울트라픽셀 카메라’는 시그마가 ‘포베온’이라고 부르는 디지털 카메라 센서와 비슷한 원리다. 색 표현력이 좋지만 스마트폰에서는 낯선 기술이다. 결국 부품 공급에 차질이 있어 제때 제품을 출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니바디 케이스도 비슷하다. 유니바디는 여러 판을 덧대지 않고 하나의 알루미늄 판을 찍어서 케이스로 만드는 기술이다. 디자인을 매끈하게 만들 수 있고 연결부위가 없다보니 튼튼하고 오래 써도 느슨해지는 부분이 없다. 하지만 그만큼 가공하기 어렵다. HTC는 생산공정을 비디오로 공개한 바 있는데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200분이 걸린다. 유니바디는 애플이 일부 제품을 만들 때 원활한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HTC는 예약구매자들에게는 제때 공급할 것이라고 했지만 신제품 주기가 짧은 안드로이드폰에 공급불안이 이어지면 아무리 호평을 받은 제품이라도 금세 외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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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 ‘원’의 유니바디 가공 영상. 하나의 알루미늄 판을 깎고 가공하는 데 적잖은 노력과 시간이 투입된다. ☞동영상 유튜브로 보기

블랙베리는 애플을 겨냥했다. 블랙베리의 CEO 쏜스텐 헤인즈는 인터뷰를 통해 애플이 현상 유지에 머물러 있고 이미 블랙베리의 새 운영체제를 포함한 경쟁 플랫폼들에 뒤처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이미 5년 전에 만든 아이폰의 단순한 UI가 세상을 바꿔놓은 것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이를 계속해서 고집하는 것은 현실에 만족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블랙베리는 스스로의 플랫폼을 꽤나 오랫동안 고집해 왔다. 업무 외에 게임이나 음악, 동영상 콘텐츠들을 원활하게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은 아이폰 기준으로 5년이나 늦은 지난달에야 꺼내 든 바 있기에 이런 발언이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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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10은 기존과 뿌리부터 다른 운영체제다. 최신 흐름은 따라잡았지만 보안에 대해서는 아직 합격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블랙베리는 가장 큰 강점이었던 보안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블랙베리10’ 운영체제가 일부 예민한 업무에서 보안 요구사항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블랙베리의 주 고객은 여전히 보안에 민감한 대기업과 정부인데 영국의 통신전자보안그룹(CESG, Communications Electronic Security Group)의 보안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전 운영체제인 블랙베리7.1이 영국과 미국 정부에서 보안이 든든하다고 인정받은 것과 비교된다. 운영체제를 세대교체하면서 중요한 부분을 놓친 셈이다.

블랙베리는 업데이트로 조달 조건을 만족시키겠다고 밝혔는데, ‘보안’하면 떠오르는 블랙베리로서는 큰 오점을 남긴 셈이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