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과 TSMC가 16nm(나노미터) 공정에서 코어텍스 A57 프로세서를 찍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4월2일 밝혔다. 코어텍스 A57 프로세서는 ARM이 저전력 서버를 고려해 설계한 64비트 SoC(시스템온칩)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주류가 될 코어텍스 A15와 비슷한 전력을 쓰면서 성능은 3배 가량 빨라지는 칩이다.

첫 코어텍스 A57 프로세서는 20nm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2014년에 주요 칩 제조사들을 통해 생산될 계획으로, 이미 지난해 설계와 시험 생산을 마쳤다. 하지만 양산과 실제 제품화하는 데에는 약 1년의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요즘 칩 제조사들의 주요 관심사인 코어텍스 A15도 2010년 말 발표됐지만 최근에야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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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생산에 성공한 것은 이 아키텍처의 공정을 20nm에서 16nm로 더 줄인 것이다. 공정이 세밀해지면 더 적은 양의 전기를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 전력 소비가 줄어들고 열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기고, 따라서 작동 속도를 끌어올리기도 유리하다. 칩 하나의 크기가 더 작아지기 때문에 똑같은 웨이퍼 1장에서 더 많은 칩을 찍어낼 수 있다. ARM의 코어텍스는 인텔의 x86보다 칩 설계가 단순하기 때문에 공정을 줄이는 게 상대적으로 쉽다고 하지만, 반도체 공정 자체가 32nm부터는 공정의 미세화보다 재료와 설계 방식에 한계가 있다. ARM도 20nm에 3차원으로 설계해 전력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3차원 공정, FinFET라고 부르는 설계를 도입한다. TSMC가 코어텍스 A57 기반의 칩을 FinFET 방식으로 16nm 공정으로 찍어낼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고 보면 된다.

ARM은 설계만 할 뿐 직접 칩을 생산하지는 않는다. 다만 칩 제조사들이 이 코어텍스 설계 기반의 프로세서들을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의 기본 가이드를 만든다. 가장 많은 칩을 찍어내는 TSMC를 비롯해 AMD 칩을 주로 생산하는 글로벌파운드리 등과 협력해 생산의 기초를 다진다. 이 반도체 파운드리들이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면 삼성전자나 퀄컴, 엔비디아 등이 엑시노스, 스냅드래곤 등의 칩을 생산 위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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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해 ARM과 케이던스, 멘토, 시놉시스 등의 설비 업체들과 함께 14nm 공정의 코어텍스 A57 칩을 시험 생산한 바 있다. 글로벌파운더리도 이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세서의 설계가 1차적인 문제이고, 이후 양산은 본격적으로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특히 미세 공정으로 접어들면서 모두가 비슷한 방식이 아니라 재료나 설계 방식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 칩 설계 업체들에게도 이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양산을 2년여 앞두고 있는 만큼 차곡차곡 준비되어 가고 있다는 정도로 볼 수 있다.

코어텍스 A57 칩은 고성능 스마트폰, 태블릿 뿐 아니라 PC와 서버, 특히 병렬 처리가 핵심인 HPC 고성능 컴퓨팅 등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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