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가 출시된 지 만 3년이 됐다. 미국시간으로 2010년 4월3일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니 한국시간으로는 4일이 꼭 3년째 되는 날이다. 출시 직후 대체 이게 뭔가 싶어 미국에서 주문해 국내에 배송되기까지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난다. 그게 벌써 3년이나 됐나 싶다가도 요즘의 컴퓨터 환경 변화가 3년 밖에 안 됐다는 데서 새삼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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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스티브잡스가 아이패드를 들고 나왔을 때는 환호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른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저 화면이 큰 아이팟터치가 아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출시 초기에는 일부 게임들과 응용프로그램들만 있었고 대부분은 아이폰용 앱을 크게 늘려서 써야 했다. 어차피 똑같은 OS인데 아이폰용 앱 화면을 그대로 키워서 보여주는 게 낫지 않나 하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아이패드 출시일에는 각 애플스토어에 전날부터 줄을 섰고,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전기 자전거인 세그웨이를 타고 와서 아이패드를 구입해 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앱을 완전히 분리하는 정책은 성공을 이끌었다. 똑같은 역할을 하는 앱이라도 큰 화면을 이용해 더 많은 정보들을 보여주고 많은 기능들을 넣는 등 시장은 자연스럽게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역할을 명확하게 갈랐다. 이제는 가장 성공한 플랫폼 중 하나로 성장했다. 아이패드 전용 앱은 올해 초 30만개를 넘겼다.

아이패드는 2011년 3월 ‘아이패드2’를 발표하는 시점에 1세대 아이패드를 1500만대 팔았고 지난해 10월 4세대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를 발표하는 시점에는 판매량 1억대를 넘겼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신제품들이 나오면서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그 사이 아이패드 하나로 많은 환경이 변했다. 1차적으로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발표하며 언급했던 ‘넷북’의 위치를 순식간에 빼앗아 버렸다. 불황이었던 PC업계에 단비같은 존재였던 넷북은 단숨에 애플이라는 한 회사에 이 시장을 모두 내어줬다. 아톰 프로세서는 계속해서 빨라졌지만 사실상 넷북은 애초 인텔이 생각했던 저소득 국가의 교육용 PC 역할에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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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전파 인증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일이 잡히지 않으면서 미국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구매대행을 통해 국내에 반입되는 일이 많았는데,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에서 전자파 적합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라는 이유로 세관 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미디어 브리핑에 아이패드를 들고 등장하면서 전파인증을 이유로 아이패드 반입을 금지한 것은 부당하다는 논란이 극에 달했다. 이후 여러 외산 스마트폰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결국 개인용도로 쓸 제품에 대해서는 1대씩 전파 인증을 면제하는 것으로 제도가 완화됐다.

‘윈도우’도 변했다. 사실 태블릿PC라는 개념은 윈도우가 이미 오래 전에 만든 바 있다. 펜과 손가락을 이용해 입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썩 신통치 않았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7을 내놓으면서 터치스크린에 대한 비중을 줄였다. 제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지난해 나온 ‘윈도우8’은 기존의 ‘시작’ 버튼부터 수십년간 이뤄온 x86과 .com 실행파일 기반의 환경보다 새로운 윈도우와 앱 생태계를 제시했다.

구글도 변했다. 애초 안드로이드는 태블릿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플랫폼이다. 아이패드를 보고도 이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아이패드를 원했고 제조사들도 이에 맞설 태블릿용 안드로이드를 요구했다. 구글로부터 반응이 없자 삼성전자가 앞장서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를 손본 7인치 갤럭시탭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구글은 아이패드 출시 1년이 지나서야 태블릿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3.0 ‘허니콤’을 내놓았다. 모토로라와 삼성전자가 ‘줌’, ‘갤럭시탭10.1’이라는 제품을 내놓았지만 애플은 이미 2세대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고 그 사이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의 앱 생태계는 크게 벌어졌다. 결국 구글은 2012년부터 ‘넥서스’ 브랜드로 태블릿을 따로 챙기기 시작하면서 따라붙기 시작했다. 여전히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점유율은 고급 제품보다 중국의 저가 제품들의 비중이 높다.

아이패드는 컴퓨터로 분류될까. 최근 PC업계는 아이패드를 PC로 분류하는 움직임이다. 조사기관에 따라 시각이 다르지만 애플은 HP와 레노버에 이어 3위의 컴퓨터 제조업체로 꼽히곤 한다. 넷북을 밀어냈고 가정에서 인터넷, 동영상, 게임 등 PC가 하던 역할의 상당부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노트북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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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를 일부 대체한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넷애플리케이션스는 3월 모바일 브라우저 점유율을 발표했는데 사파리가 61.7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 뒤를 안드로이드 웹킷 브라우저가 21.86%로 뒤따랐는데, 사파리의 높은 점유율 가운데 아이패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화면 크기에 대한 논란은 늘 따라붙는다. 스티브 잡스는 태블릿에는 10인치 화면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고집했다. 10인치 태블릿으로 쓴맛을 본 경쟁사들은 7~9인치 사이에 더 작은 태블릿들을 내놨다. 더 작은 아이패드에 대한 요구는 계속 있었지만 스티브 잡스는 7인치 태블릿은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애플은 2년 반이 지나서야 7.9인치 아이패드 미니를 내놨다. 결국 고집을 꺾은 것 아니냐는 조롱도 있긴 하지만 애플이 2년 넘게 10인치를 고집한 것이 결과적으로 아이폰과 명확한 선을 그어 별도의 앱 생태계를 이끌어 올 수 있었다. 초기에 7.9인치 아이패드가 나왔다면 아마 아이패드와 아이폰은 애매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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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와 교육에서도 아이패드는 그 영역을 빠르게 넓혀나가고 있다. 학교에서 교과서의 역할을 태블릿으로 대신하려는 움직임은 미국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미 일부 초중고등학교를 통해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장애인들의 교육에도 쓰인다. 꼭 아이패드에 국한된다고 보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태블릿의 용도를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아이패드는 여전히 독보적인 태블릿 플랫폼이지만 그 경쟁도 만만치 않다. 전자책이 익숙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아마존이 킨들파이어를 공격적로 밀고 있고 구글도 스마트폰과 달리 태블릿은 직접 넥서스 시리즈를 챙기며 파격적인 가격과 운영체제 지원을 앞세워 판매량을 높여나가고 있다. 중국에서 100달러 내외의 가격에 수없이 찍어내는 저가 안드로이드 태블릿도 위협적이다. 아직은 큰 일을 내는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우8로 그 어느때보다 적극적이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 킨들파이어 등의 시장점유율에 관심을 갖겠지만 모든 플랫폼의 태블릿 판매량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태블릿이라는 형태의 제품을 전 세계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애플 외에 다른 운영체제, 다른 제조사의 제품들이 시장을 계속해서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하철에서 태블릿으로 책을 읽고 웹서핑을 하고 영화를 내려받아 보는 풍경이 어색하지 않게 한 시작이 아이패드다. 그렇게 3년동안 나온 5종의 아이패드가 우리 세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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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