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 ‘들리는 웹’을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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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사, 포털 서비스를 귀로 듣는 사람이 있다. 스크린리더라는 별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이다. 보이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찾는 단추, 검색도 시각장애인에게는 몇 번을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웹페이지가 된다.

네이버 직원은 시각장애인이 자사의 포털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기회를 4월4일 얻었다. 이 자리는 웹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을 맡는 직원이 실제 쓰이는 모습은 잘 알지 못하여 이용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고자 마련됐다.

발표는 김형섭 엔비전스 웹접근성팀 대리가 맡았다. 김형섭 대리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 시각장애인으로, 네이버 여러 서비스를 사용하며 불편한 점을 지적하고 개선할 사항을 제안하는 일을 한다.

김형섭 대리가 스크린리더와 점자단말기를 이용하는 모습

이 세미나는 김형섭 대리의 말주변 덕분에 웃음이 끊임없이 터지는 가운데 진행됐다. 그런데 소리로 네이버 통합검색, 메일, 지도, 샵N, 카페를 이용하는 모습은 낯설기만 했다. 프로젝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봐도 김형섭 대리가 어느 단추를 클릭할지, 커서가 어느 단추를 지나가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스크린리더 말소리는 또 왜 그리도 빠른지.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 화면에 무엇이 있는지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웹사이트에서 이미지로 된 단추여도 개발자가 스크린리더가 읽을 수 있게 이름이나 설명을 심어놓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글도 읽어준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래퍼도 따라하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스크린리더는 김형섭 대리에게 네이버 화면을 읽어줬다. 스크린리더는 이용자가 읽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김형섭 대리는 16년째 사용해 고급 사용자 축에 속한다.

“스크린리더도 종류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는 건 국내에서 만들어진 센스리더예요. 센스리더가 나온 지 오래됐고 외국 스크린리더는 한글화를 거친 거라 한글 고급 문서를 작성할 때는 어려운 편이죠.”

김형섭 대리는 시각장애인이라고 모두 스크린리더를 곧잘 쓰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생각해보자. 지금 네이버 첫 화면만 해도 검색창부터 광고창까지 죄다 클릭할 요소다. 상단 배너광고 바로 위 공간에 있는 단추가 30개가 넘는다. 시각장애인은 이 가운데 클릭할 단추를 눈이 아니라 소리로 들어 찾아야 한다.

어디로 이동할지 찾는 것 외에도 지금 있는 페이지가 어떤 공간인지 아는 것도 필요하다. 김형섭 대리는 “항상 타이틀을 먼저 시작해야 해요. 소리를 듣고 내가 네이버 첫 화면에 있구나 하는 걸 알아야죠.”라고 말했다.

보이는 사람이야 지금 보이는 웹페이지가 메일을 쓰는 곳인지, 읽는 곳인지 알고 웹툰 페이지인 걸 알지만, 시각장애인은 ‘메일’, ‘웹툰’과 같이 들리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물론 익숙한 서비스라면 ‘문맥상 여기가 본문이겠거니’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리라.

김형섭 대리가 메일 서비스를 쓰는 모습은 생소했다. 앞이 보이는 나는 저게 제목이라는 걸 아는데 김형섭 대리는 “제목도 ‘제목’이라고 먼저 말하고 읽어주게 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카페 검색 결과 화면을 읽어 줄 때는 ‘카페, 웹접근성표준코딩’과 같이 카페 이름과 그게 카페 이름인지 알도록 ‘카페’를 앞에 붙여주길 제안했다. 웹페이지에 보이는 모든 걸 읽어만 준다고 시각장애인이 불편하지 않게 쓰는 건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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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섭 대리가 네이버 메일을 쓰는 모습

같은 검색창이어도 통합검색, 웹문서 검색, 블로그 검색, 카페 검색으로 나뉘어 있고, 검색 결과도 다르게 나온다. ‘검색창’이라고만 읽어줬는데 시각장애인이 지식쇼핑에 있던 터라 검색 결과에 네이버와 제휴한 쇼핑몰이나 샵N 등록 상품만 나오면 당황스럽지 않을까.

물론 그 시각장애인이 자기가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했는지 기억을 하면 될 일이다. 보이는 사람은 직관적으로 아는 걸 시각장애인은 스크린리더로 들으며 지금 있는 페이지, 조금 전 스크린리더가 읽어준 항목, 내가 아까 무엇을 듣고 클릭했는지 등을 기억해야 제대로 쓸 수 있다면 인터넷을 쓰는 게 유쾌한 일이 아니겠다.

김형섭 대리는 지식쇼핑에서 ‘삼겹살’을 검색하며 “‘네이버 지식쇼핑 검색결과’라고 읽어준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본인이 쓰면서 편리하다고 느끼는 건 ‘이렇게 읽어주었죠’라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보이는 사람에게 사소한 것처럼 보여도 시각장애인에겐 이렇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였을까.

샵N 상품 소개 중 이미지로 처리된 것

 

▲김형섭 대리는 샵N을 이용하는 모습을 시연하며, 위와 같이 상품 설명을 이미지로 처리하면 시각장애인은 내용을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1시간 남짓 김형섭 대리는 꼼꼼하게 편리한 점과 불편한 점을 설명했다. 네이버 서비스 전반을 다 훑어본 건 아니었다. 통합검색 서비스 이용하기, 메일함에 가서 메일을 쓰고 글자 크기 바꾸기, 지식쇼핑에서 검색해 샵N으로 가기, 지도에서 길찾기 등 네이버의 기본적인 서비스만 짚었다.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네이버를 불편함 없이 쓰게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웹페이지만 잘 돼 있다고 해서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웹페이지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스크린리더가 따라줘야 하는 게 있고, 시각장애인이 스크린리더를 능숙하게 쓸 줄 알아야 하죠. 이 세 가지가 조합할 때 시각장애인이 불편함을 겪지 않고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할 날이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김형섭 대리는 NHN의 자회사인 엔비전스가 운영하는 ‘어둠 속의 대화’라는 전시회 가이드로 엔비전스에 입사했다. 지금은 NTS와 네이버 서비스의 웹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모니터하고 개선사항을 제안하는 일을 주로 맡는다.

현재 네이버뿐 아니라 국내 웹사이트는 4월11일 일괄적으로 정부가 만든 웹접근성 지침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2008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일명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누구든지 신체적·기술적 여건과 관계없이 웹사이트를 통하여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보장되는 웹사이트를 2013년 4월11일부터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한다.

김형섭 엔비전스 대리와 박태준 NTS 접근성팀장

▲박태준 NHN테크놀로지서비스 접근성팀장(왼쪽)과 김형섭 엔비전스 대리

김형섭 대리에게 듣는 시각장애인과 인터넷 이야기

질문. 시각장애인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커뮤니티 사이트를 사용하나요?
대답. 시각장애인도 SNS를 씁니다. 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인데 저는 얼마 전 ‘밴드’를 쓰기 시작했어요. 페이스북이라고 웹접근성이 완전한 건 아닙니다.

SNS를 쓰는 건 개인 취향에 따라 관심 있는 사람은 많이 쓰겠지요. 저는 정보 공유 차원에서 쓰고, PC보다 모바일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편입니다. 주로 활동하는 곳은 아이폰 관련 커뮤니티, 미국 시각장애인이 쓰는 구글 그룹을 봅니다.

질문. 사진이나 동영상과 같은 시각적인 콘텐츠도 이용하나요?
대답. 시각장애인 개인 취향이나 관심에 따라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그런 욕구가 매우 큰 걸 느끼는 게, 사진을 찍을 때 ‘몇 개의 얼굴’이라고 읽어줘요. 얼굴 인식을 할 만큼 많이 이용하는 걸 나타내는 것 같아요. 저는 부가기능이 좋아지면 좋겠어요. 누군가에게 제가 찍힌 사진을 받아서 어딘가에 올리기와 같이 제어하는 기능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좋겠죠.

질문. 시각장애인은 PC와 모바일 중 어느 걸 더 많이 쓰는 편인가요?
대답. 여러 커뮤니티를 살펴봤을 때 그건 개인 취향에 갈리는 것 같아요. 모바일은 페이지가 간단하지만 스크린리더의 페이지 탐색 옵션이 적어요. 그래서 모바일 페이지가 복잡하면 이용하기 어렵죠. PC는 스크린리더 기능을 잘 알고 있으면 편리하게 쓸 수 있고요.

질문. 시각장애인을 위한 웹접근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걸 뭘까요?
대답. 페이지 구조를 이해하기 좋게 구조 설계를 세심하게 하는 게 우선시해야 할 것 같아요. 대체 텍스트는 당연하고요. 나머지 부분은 스크린리더 기능과 결부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이 해결할 숙제고요.

질문. 인터넷을 쓰면서 가장 어려운 건 뭔가요?
대답. 대체텍스트가 없고 메뉴 설명이 안 된 건 웹접근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있어요. 서비스 특성에 따라 콘텐츠 양이 많으면 사이트 구조를 파악하는 데 어렵고요. 네이버뿐 아니라 여러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겪는 공통적인 문제죠.

질문. 인터넷 사이트나 웹페이지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요?
대답. 웹접근성을 높이는 게 쉽지 않고 어려운 작업이라는 걸 알아요. 관심을 많이 두고 시각장애인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 초보자와 고급 사용자를 아우르는 걸 찾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질문. 인터넷 쇼핑은 자주 하는 편인가요?
대답. 네. 상품 고르는 것 외에는 다 가능해요. 주소를 쓰고 결제하는 건 하는데 상품 고르는 건 보는 사람(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물이나 우유 같은 건 혼자서도 살 수 있고요.

질문. 동영상이나 TV다시보기와 같은 건 어떻게 즐기나요?
대답. TV 방송 프로그램 화면 해설은 방송사 홈페이지에 있는 다시보기에서는 제공하지 않아요. 그 대신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시각장애인용 사이트가 있지요.

질문. 비장애인과 장애인용 웹사이트를 따로 만들자는 얘기도 들립니다.
대답. 저는 반대해요. 따로 만들면 장애인용 웹사이트 기능은 제한될 수 있어요. 장애인 당사자도 분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