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포럼] 울림과 떨림 사이, 소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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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마치 일본의 음식을 다루는 만화들처럼 소리에 온갖 수식어를 붙여가며 설명해도 이를 그대로 전달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좋다, 나쁘다에 대해서도 쉽사리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리에는 흐름이 있다. 음악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각종 효과들도, 헤드폰도 그 흐름을 따른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음악, 방송, 영화의 소리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나. 그저 예전에 워크맨과 테이프로 듣던 것보다 음질이 좋아졌다는 것 이상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옛날에 좋다고 느꼈던 음원이나 낡은 헤드폰이 들려주는 소리는 요즘과 뭔가 조금 다르다.

최근 인터뷰에서 만난 이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소리가 달라져서 다른 헤드폰 튜닝이 필요하다’라든가 ‘디지털 제작 환경 때문에 음악을 만들 때 더 비트를 잘게 쪼개고 효과가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 말이다. 소리가 바뀐다니 대체 우리가 듣고 있는 음악, 동영상 속 사운드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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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시 : 2013년 4월2일
  • 장소 : 양재동 블로터아카데미 회의실
  • 참석자 : 김성구 돌비코리아 방송기술담당 차장, 김재민 소니코리아 오디오 프로덕트 매니저, 최호섭 블로터닷넷 기자

최호섭 블로터닷넷 기자 : 음질이라는 것의 한계는 대체 어디인가. CD나 MP3 정도에 요즘 웬만한 고급형 헤드폰 정도면 다 들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음질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하다.

김재민 소니코리아 오디오 프로덕트 매니저 : 요즘 나오는 이어폰과 헤드폰들은 기본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의 범위, 그러니까 주파수 대역폭이 매우 높아졌다. 보통 사람이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는 20~20000Hz지만 기본으로 이를 넘기는 리시버들이 많다. 왜 이런 걸 만드느냐는 이야기는 오래도록 끊이지 않는 이슈다. 소리는 들을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는 말로 설명한다. 사실 아직 음원 소스들이 대부분 MP3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플래시메모리가 싸지는 만큼 용량 문제가 서서히 해결되고 있어서 음질은 차츰 좋아지는 단계다.

김성구 돌비코리아 방송기술담당 차장 : 돌비가 보는 음향에 대한 기준은 창작자가 만들어낸 원래의 소리를 마지막으로 듣는 소비자가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 소리를 내도록 코덱부터 장비들까지 신경을 쓴다. 돌비가 요즘 모바일 기기에 적용하는 돌비디지털플러스에는 코덱 자체에 소리에 대한 적절한 이퀄라이저를 메타데이터 안에 집어넣기도 한다. 목소리를 고르고 또렷이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돌비는 직접적으로 소리에 개입하진 않는다. 돌비가 다루는 소리는 모든 대역폭에서 이른바 ‘플랫(flat)‘하다고 보면 된다. 사실 후처리를 할 필요도 없고 모두의 다른 취향을 다 맞출 수도 없다. 손 댄 소리에 ‘이게 원래 소리’라고 할 수도 없다. 기기에서 낸 소리 이후는 기본적으로 헤드폰, 이어폰, 스피커 등에 맡긴다.

최호섭 : 음질을 결정하는 비트, 샘플링 레이트의 특성은 뭔가.

김성구 : 비트레이트는 소리 그 자체를 담을 수 있는 범위다. 예를 들면 바이올린을 울리는 소리는 일반 전화로 전달이 제대로 안 된다. 전화 소리를 전달하는 코덱에는 고음역대의 소리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음질을 결정하는 것은 샘플링 레이트의 영향도 크다. 샘플링 레이트는 각각의 소리를 내는 데 1초마다 몇 번의 샘플링을 하는지를 표시한다.

예를 들어 CD는 44kHz로 샘플링하는데, 1초 동안 4만4천번 샘플링한다는 얘기다. 디지털로 처리하기 때문에 사실은 4만4천개의 점을 찍어 음파를 그리는데 이를 더 잘게 쪼개면 더 실제 소리에 가까워진다. 96kHz, 192kHz대의 샘플링 기술들이 나오면서 점점 더 아날로그같은 그래프가 그려지고 있지만 사람이 이를 소리로 인지할 수 있는지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트루HD나 DTS HD 마스터, SACD 등의 코덱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대중화는 안 되고 있다.

김재민 : 디지털카메라는 빨간색을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빨간색으로 인지하지만 소리는 빨간색을 표현해도 이를 파란색, 혹은 노란색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녹음부터 재생까지 모두 다른 환경이기 때문이다. CD를 뛰어넘는 소리들이 나올 것이다. 여러 회사들이 준비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당장 바뀐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96kHz 이상의 음원을 스펙대로 듣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5~8만Hz까지의 소리를 내는 헤드폰들도 있지만 그 효과를 특정 환경에서 개개인이 대중적으로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

최호섭 : 그럼 스펙이 높은 것과 ‘좋은 소리’는 그대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김성구 : 소리는 사실 각 대역폭대로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단순히 재생 주파수 범위로 소리의 특성을 판단하기보다는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좋은 소리는 모두 다르다. 다만 최근에는 저음쪽을 강조하는 특성이 있다. 이것도 사실상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 단순히 재생 대역폭의 숫자만 갖고 좋다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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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비코리아 방송기술담당 김성구 차장. “소리를 담는 원칙은 원래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데 있다.”

최호섭 : 시대에 따라 코덱도 담는 역할이 달라지는가.

김성구 : 코덱은 한번 만들면 바꾸기 어렵다. 대체로 코덱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그 당시 일반 사람들이 잘 듣는 부분에 더 세밀한 소리를 담도록 촘촘하게 표현하고 사람이 잘 듣지 못하는 저역, 고역으로 갈수록 듬성듬성 잘라내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용량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높은 부분을 더 잘 들려주는 것이다. 소리의 유행에 맞춘다기보다 코덱을 디자인하는 시점에서 사람들의 귀 특성이 더 강하게 반영된다.

이 코덱 기술이 계속 발전되면서 요즘 주목받는 기술은 음량에 따라 각 대역대로 따로 소리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음량을 높이면 기본 소리를 일괄적으로 증폭했다. 이러면 소리는 커지는데 우리 귀가 받아들이는 것은 달라서 주변 환경의 소리는 커지고 목소리는 더 작아진다. 이를 각 볼륨마다 대역에 따라 따로 소리를 증폭해 똑같은 소리가 커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술이다. 프로그램마다, 채널마다 다른 소리의 크기를 비슷하게 맞추는 것도 주목받고 있다. 대체로 일반 방송에 비해 광고는 주목받기 위해 더 큰 소리를 내는데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를 규제하고 있다.

최호섭 : 요즘은 스마트폰이 음원을 소비하는 중심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성능은 좋아지는데 고품질의 음원을 재생하기에는 무리가 있나.

김성구 : 스마트폰 때문에 업계가 휴대용 쪽에 관심이 많다. 음질을 높이는 데에는 DSD(direct stream digital) 음원 쪽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변환하면서 최대한 아날로그와 비슷한 커브를 만드는 것이다. SACD나 DTS-CD도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오는데 대부분의 기술들이 DSD 압축을 풀고 샘플링 레이트 사이에서 생기는 계단을 부드럽게 보강해주는 것인데 실제 무손실 음원보다 용량은 작으면서도 그 비슷한 효과를 낸다.

하지만 실제 소리는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바꾸는 DA 컨버터의 성능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다르다. 스튜디오나 고급 오디오가 쓰는 AD-DA 컨버터는 성능이 좋지만 스마트폰은 아직 썩 좋은 수준은 아니다. 점차 좋아지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 휴대용 앰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소니가 만든 포터블 앰프 PHA-1 같은 경우가 좋은 예다. 소니의 기술력으로 이런 기기를 만드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진 않지만 실제 상품화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김재민 : 사실 비싸서 걱정했는데 기대 했던 것보다 판매도 잘 된다. (웃음)

최호섭 : 자, 본래 궁금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소리는 정말 변하고 있는 걸까.

김재민 : 소니는 그룹 내에 소니 뮤직을 갖고 있다. 그 동안은 잘 언급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아티스트들과 이야기하면서 헤드폰이나 음향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만든 소리를 그대로 전해준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최호섭 : 그럼 특정 음악 장르의 유행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나.

김재민 : 특정 소리를 더 잘 들려주는 헤드폰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소니가 헤드폰을 만드는 과정은 현재 기준점으로 MDR-1R을 만들었다. 소니뮤직에서 나온 분석은 일렉트릭이나 덥스텝처럼 낮은 비트가 빠르게 반복되는 장르의 음악이 많다는 것인데 이를 잘 들려줄 수 있는 헤드폰이다. 이후에 이를 중심으로 여러 장르에 잘 맞는 소리를 내는 헤드폰들이 가지치기된다. 하지만 중심이 되는 소리의 색깔은 똑같다.

최호섭 : 스튜디오의 소리를 그대로 전달한다는 것과 특정 장르에 잘 맞춰져 있다는 것은 서로 상반되는 것 아닌가.

김재민 : 덥스텝 장르만 잘 들려준다는 것은 아니다. 표준, 스탠더드가 뭐냐는 복잡한 문제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다양한 음원들과 음역을 대상으로 두루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두고 요즘 인기 있는 특정 장르에 더 강조한다는 정도로 보면 된다. 사실상 1R은 모니터링 헤드폰으로 써도 될 만한 수준이다. 실제로도 이를 목적으로 만든 헤드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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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민 소니코리아 오디오 프로덕트 매니저. “음악의 흐름은 헤드폰과 재생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원래 소리를 전달하는 원칙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최호섭 : 그렇다면 재생 기기에서 들려주는 건 최대한 특색 없이 재생하고 듣는 건 취향에 따라 헤드폰을 골라서 듣는 것이라고 보면 되나.

김성구 : 음악을 듣는 사람,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취향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가장 정확한 소리를 건조하게 들려주는 모니터링 헤드폰이라고 해도 녹음과정에서 쓰는 모니터링 헤드폰이 스튜디오마다 모두 다르다.

김재민 : 소니뮤직 스튜디오 안에서도 그래미상을 받은 엔지니어가 만든 소리 표준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 큰 상을 받았거나 권위 있는 엔지니어가 마스터링한 소리나 환경은 다른 제작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최호섭 : LP에서 CD로 넘어가는 것처럼 음질에 대한 고민은 없을까? 더 좋은 코덱이나 압축 방식들이 있는데 스마트폰이나 대중적인 플레이어에 적용되지 않나. 음색에 대한 게 더 큰 업계의 고민인가.

김성구 : 음색을 가지고 이게 맞다고 하는 부분은 없다. 음원은 콘텐츠를 실어나를 수 있는 콘테이너의 역할이다. 더 용량이 크고 더 많은 소리를 담을 수 있는 무손실 음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들이 이런 소리를 소비해주면 좋겠지만 요즘 음악 유통 환경으로도 아직까지는 실시간으로 5분짜리 노래 한 곡에 60MB씩 되는 음원을 전송하고 기기에 담는 것은 쉽지 않다. 방송도 마찬가지로 5.1채널 사운드를 적은 용량으로 담아 보낼 수 있는 코덱도 많지 않다. 음원을 녹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되기까지의 유통 통로 자체가 성숙되지 않았다. LTE는 그 한계를 많이 줄였다. 더 좋아지는 네트워크 환경은 더 좋은 소리로 연결될 것이다.

김재민 : 네트워크 뿐 아니라 하드웨어의 문제도 크다. 좋은 사운드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은 존재하지만 이를 담을 메모리 가격과 네트워크 비용 때문에 한계가 있다. 사실 그동안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누군가 총대를 메고 시작하면 가능할 수 있다. HDTV가 초기에는 ‘뭔 소용인가’라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 다시 이전의 TV 환경으로 돌아갈 수 없다. 눈으로 직접 보이는 TV도 보급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소리도 서서히 바뀌어 나갈 것이다.

김성구 : 컴퓨팅 성능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메시지다. 사실 그 동안 멀티미디어 재생에 있어 컴퓨터의 자원이 모두 비디오에 할당되어 왔다. 하지만 멀티코어나 각 프로세서 성능이 향상되면서 오디오에도 점차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이 할당된다. 돌비도 각 채널마다 아예 마스터링을 해버린 기존 사운드 대신 소리의 위치를 기준으로 가상화하는 돌비 애트모스 같은 효과가 극장 외 가정이나 휴대용 장치로 적용될 수 있다.

최호섭 : 이후에 소리와 이를 듣는 환경은 어떻게 변해갈까.

김재민 : 이후에는 블루투스를 비롯한 무선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소니의 헤드폰도 똑같은 모델에 블루투스를 단 제품이 값이 10만원 가량 비싼데도 물량이 달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 블루투스 버전이 올라가면서 APT-X 방식으로 소리를 전송할 수 있다면 유선을 대체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소리는 이용자들에게 꿈을 파는 게 아닐까 한다. 아직까지 사람들이 소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사운드가 주는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 이미 음질에 대한 환경은 충분히 좋아져 있다. 음원부터 재생기, 헤드폰까지 어떤 이미지를 심느냐에 대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구 : 옛날과 요즘 음악을 들을 때 느낌이 분명 다르다. 녹음 환경부터 재생 환경까지 소리와 그 환경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저음은 사실 기기가 표현하기는 쉽지만 헤드폰이, 이어폰이 표현하기 어렵다. 요즘 헤드폰들은 이를 단단히 버텨줄 수 있다. 반면 기기들이 그 동안 샘플링 레이트 때문에 표현하기 어려웠던 고음역대가 점차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흔히 샘플링 레이트가 올라가면 ‘찰랑찰랑’하는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하는데 HAAC나 돌비디지털 플러스 등 고음질 음원들이 이를 얼마나 살려주느냐에 따라 또 다른 유행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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