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X’, 그만 사라져 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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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3년 1월의 넷쨋주 어느 날. 평범한 직장인 오씨에게도 2012년 연말정산을 해야 할 때가 다가왔던 것이다. 오씨는 애플이 만든 맥 컴퓨터를 쓴다. 사무실에서 놀고 있던 윈도우가 설치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맥 컴퓨터로는 연말정산이라는 큰 고갯길을 넘을 수 없다는 것쯤은 시도해보지 않아도 알고 있었으니까.

윈도우 컴퓨터로 한들 어디 그 길이 편할까 보냐. 오후 3시쯤 윈도우 컴퓨터 앞에 앉아 32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열었다가 뭘 설치했다가 창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가 또 뭘 설치했다가 하염없이 ‘예’와 ‘확인’만 눌렀더랬다. 오씨의 손에 연말정산에 필요한 서류 뭉치가 쥐어진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도 훌쩍 지났을 때였다. 평소 과도한 스트레스로 안 그래도 탈모가 걱정인 오씨는 그날 또 머리가 한 웅큼 빠져버렸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며 머리를 쥐어짠 손 때문이었는지 알게 뭐람. 탈모의 원인은 몰라도 우리는 범인을 이미 알고 있다. 다름 아닌 ‘액티브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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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제 그만 가라 액티브X” (그림: 액티브X 폐지 서명운동 웹사이트)

액티브X 폐지 서명운동 웹사이트가 문을 열었다. 대안언론 ‘슬로우뉴스’와 자유로운 인터넷 환경을 지향하는 사단법인 ‘오픈넷’이 공동으로 만든 프로젝트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과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정수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위원, ‘써머즈’, ‘해멍’, ‘민노씨’가 함께 제안했다. 액티브X 폐지 서명운동은 페이스북 페이지도 함께 운영 중이다. 지금껏 서명운동으로 효과 본 일이 어디 있느냐며 심드렁하게 지나치지 말자. 이번만큼은 꼭 액티브X를 폐지할 수 있길 학수고대해 보자.

그런데 왜 액티브X를 폐지하지 못해 안달인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액티브X는 누구나 쉽고,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진보된 웹 환경을 가꾸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맥 컴퓨터로 쇼핑을 이용하려 했더니 마지막 단계에서 ‘넷스케이프 6.0은 지원하지 않습니다’라는 황당한 메시지에 좌절감을 맛봐야 하고, 수강신청 한 번 하려면 이미 컴퓨터 속에는 원하지도 않은 보안용 액티브X 응용프로그램이 잔뜩 설치된다.

어디 그뿐인가. 구글의 ‘크롬’이나 모질라재단이 만든 ‘파이어폭스’ 등 한결 편리하고 속도도 빠른 웹브라우저를 쓰다가도 금융거래와 같은 작업을 할 때면 꼭 IE 더부살이를 해야 한다.

“한 동안 안 쓴 사이 또 뭘 설치하라고 하진 않겠지?”하는 기대감을 품고 IE를 열어 은행 웹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아뿔싸. 키보드 보안 응용프로그램이 판올림됐으니 무조건 ‘예’를 누르고 어서 내려받으란다. 지뢰를 밟은 듯한 찝찝한 기분은 덤이다.

보안문제는 또 어떻고. 지난 3월20일 국내 금융업계와 방송사에 휘몰아친 해킹 사고를 기억하는가. MBC는 지난 9일, 소프트포럼이 만든 보안 액티브X 응용프로그램 ‘제큐어웹'(XecureWeb) 때문에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킹에 이용된 악성코드가 제큐어웹을 통해 유포됐다는 분석이다. 보안을 지키려고 만든 액티브X 응용프로그램이 오히려 보안에 구멍을 뚫어버린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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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X는 걸어서 은행에 가는 것 보다 느리고 (그림: 액티브X 폐지 서명운동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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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보다도 건강에 해롭다. 탈모를 부를 정도로!! (그림: 액티브X 폐지 서명운동 웹사이트)

액티브X 폐지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방법은 쉽고 간단하다. 액티브X 폐지 서명운동 웹사이트(http://noactivex.net)를 방문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e메일 계정으로 참여하면 된다. 서명을 해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타임라인에 서명한 사실이 자동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액티브X 폐지 서명운동은 ‘무한 펌질’을 권장한다. 좋은 일 생기면 옆집에 떡 돌리듯, 주변에 널리 알리라는 뜻이다. 사용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패러디 ‘짤방(‘잘림 방지’의 줄임말, ‘사진이나 그림’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 공유 이벤트도 즐거운 볼거리다. 액티브X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 등을 사진으로 표현해 직접 서명운동 웹사이트에 올릴 수 있다.

액티브X 서명운동에 참여하려면 액티브X를 깔아야 하냐고? 그럴 리가! 윈도우, 맥 컴퓨터, 스마트폰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다. 아이폰, 안드로이드, 리눅스, 우분투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으니 인터넷을 이용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다.

액티브X 반대 서명운동 자매품 ‘공인인증서 국민감사청구’ 국민 참여 페이지도 운영 중이니 함께 참여하면 금상첨화다. 국민감사청구를 하려면 19세 이상 시민, 300명 이상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가 필요하다. 여기에 쓰기 위한 참여 프로젝트다.

지금은 액티브X 서명 운동이 참여한 단체가 슬로우누스와 오픈넷 뿐이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이 추가될 거란다. 지금까지 서명에 참여한 사용자는 모두 2300여명. 마치 만화 ‘드래곤볼’에서 주인공 ‘손오공’이 지구인들로부터 ‘원기옥’ 에너지를 모으듯, ‘e세상’ 많은 사용자의 서명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액티브X 날려버리기 위한 원기옥에 힘을 보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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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2287명이었는데, 제가 서명해서 2288명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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