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실명제’로 알려진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드디어 트위터에도 촉수를 들이대려나보다. 7월7일 서울경제 ‘‘트위터’ 본인확인제 적용여부 검토‘ 기사를 놓고 온라인 세상이 뜨거워졌다. 인터넷 규제 광풍의 치외법권 지대로 여겨졌던 해외 서비스에 대해 방통위가 규제 움직임을 보이려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화젯거리다. 기사가 뜬 하루동안만도 트위터를 비롯해 포털 사이트와 블로고스피어가 ‘트위터 실명제’를 둘러싸고 화끈 달아올랐다.
허나 덧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위터 실명제’는 떡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재로선 국내법이 트위터를 규제할 아무런 방법도, 권한도 없다.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뭔가. 2006년말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다. 일일 방문자수 30만명이 넘는 포털 또는 20만명 이상인 인터넷 언론에 대해 본인확인을 거치도록 한 게 뼈대다. 올해부턴 적용 대상이 일일 방문자수 10만명 이상인 서비스로 확대됐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게시판과 덧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적용된다.
헌데 이를 트위터에 들이대보면 어긋나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트위터에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적용하려면 먼저 한국 이용자를 걸러내야 한다. 그런데 현재로선 그럴 방법도, 장치도 없다. 트위터는 가입이 매우 쉽고 간단하다. 아이디와 필명, 비밀번호만 등록하면 된다. 이용자 정보를 입력하는 화면에 지역 시간을 입력하는 항목이 있긴 하지만 그 또한 무용지물이긴 매한가지다. ‘국적’에 가장 가까운 ‘위치’(Location) 항목은 어떤가. ‘서울, 한국’이 아니라 ‘지구촌’, ‘우리집’ 등으로 정해도 트위터를 이용하는 데는 전혀 제한이 없다. 나중에 휴대폰 연동 서비스가 시작되면, 국내 이통사 가입자를 걸러내 본인확인제를 적용한다면 모를까. 그나마도 휴대폰 번호를 등록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방법은 있다. 한국 정부가 직접 트위터 본사에 요청하는 거다. 가입 과정에서 국적을 확인하고→한국 이용자를 걸러내→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바꿔달라고 말이다. 그러려면 트위터는 가입 절차 자체를 바꿔야 한다. 트위터 본사가 10만명인지 20만명인지 확실치 않은 한국 이용자들을 위해 통 큰 결정을 내려줄까. 장담은 못해도 상식적으로 판단은 되지 않나.
서울경제 기사도 그렇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상한 대목이 적잖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방통위 관계자 말을 빌려 “트위터가 본인확인제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헌데 이유가 허술하다. “형태적으로는 블로그이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친구(팔로우·Follow)’ 선택을 통해 게시물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게시판 역할도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란다. 물론 이건 글을 쓴 기자의 해석이다.
트위터가 게시판인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 더 중요한 대목은 따로 있다. 트위터는 엄연히 외국 서비스다. 본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한국 법인도 없고, 서버도 한국에 두고 있지 않다. 제아무리 대통령 직속기구라고는 하나, 한국 국가기구인 방통위가 어떻게 법적 근거도 없이 나라 밖 서비스에 대해 규제를 들이댈 수 있단 말인가.
방통위도 이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기사는 “현재로서는 트위터를 제한적 본인확인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방통위 실무진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다음이 문제다. “문제는 트위터가 일일 가입자 10만명 이상에 달해 본인확인제 적용 기준에 달했을 때다. 만약 이때 본인확인제를 적용한다면 구글의 사례처럼 국내 서비스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게 된다”고 한다.
‘일일 가입자 10만명’은 ‘하루평균 방문자수 10만명’을 잘못 쓴 걸로 보인다. 헌데 일일 방문자수 10만명인 서비스라고 해서 모두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방통위는 본인확인제를 적용할 때 하루평균 방문자수 외에도 한국에 서버를 둔 서비스인지, 한국 지역으로 등록된 도메인을 쓰는지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로라면 트위터는 서버도 한국에 없고, 도메인도 한국 지역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 유튜브 한국 서비스(http://kr.youtube.com), 야후코리아(http://kr.yahoo.com), MSN코리아(http://kr.msn.com)는 제한적 본인확인제 적용을 받지만, 글로벌 유튜브(http://youtube.com)는 적용 대상이 아닌 것과 같다. 그러니 ‘만약 본인확인제를 적용한다면’이란 기사 내용은 전제가 틀렸다. 이에 관해선 방통위가 올해 1월 발표한 ‘2009 제한적 본인확인제 대상 사업자 선정‘ 보도자료를 참고하면 되겠다.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오히려 국내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틀린 건 아니지만 이 대목에서 적당한 지적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이 있지 않은가. 현지법을 현지 사업자에게 적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국내 사업자들에게는 모두 지키라고 하면서도 우리나라 이용자들이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이용할 때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것은 뭔가 안맞는다”는 ‘업계의 한 관계자’ 말을 인용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현실감이 떨어진다. 이미 인터넷은 국경을 허무는데 법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버 위치로 법을 적용하는 게 인터넷 현실과 안 맞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어쩔 건가. 현재로선 오프라인처럼 물리적 국경이 없는 사이버 세상에 법을 들이대려면 서버 위치나 도메인 등록 국가 등을 적용하는 것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지 않은가.
사이버 공간에도 규제의 칼을 들이댈 땐 물리적 한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어쩔 수 없이 국경으로 나뉘어진 오프라인의 어느 한 지점을 기준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 이 한계는 국경과 현지법을 뛰어넘는 만국 공통의 초법을 만들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마찬가지다. 그게 못마땅하다면 중국처럼 중앙 정부에서 회선을 틀어쥐고 접속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을 쓸 수밖에.
현재로선 ‘트위터 실명제’ 소동은 떡밥일 뿐이다. 법이나 제도를 고치든, 다른 방식으로 이용을 제한할 수는 있겠지만 제한적 본인확인제 적용은 애시당초 무리다. 방통위가 이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나선다면 장담컨대,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불온한 상상 하나. 트위터 이용자들은 이번 소동을 보며 잠시나마 멈칫거렸을 지도 모르겠다. 어이쿠, 이러다간 한국의 인터넷 규제 정책이 국경을 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심리적 위축감은 자기 검열로 이어진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떡밥은 소기의 목적을 이뤘을 지도.
▲방통위의 ‘트위터 제한적 본인확인제 검토’ 방침을 비웃는 트위터 가상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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