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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동영상 플레이어, 어쩌면 불법

2013.04.18

스마트폰은 주로 어떤 용도로 쓰일까. 전화나 e메일, 문자메시지는 기본이다.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도 스마트폰의 중요한 용도 중 하나이다. 헌데,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일이 어쩌면 불법행위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코덱 기술 지적재산권 문제 때문에 인기 있는 동영상 재생 응용프로그램(앱)이 잇달아 코덱 기술을 삭제하는 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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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문 ‘코덱 지원 불가’ 사태

‘AV플레이어’는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 사이에서 유명한 동영상 재생 앱이다. AVI나 MKV 등 동영상 형식을 별도의 변환 과정 없이 애플 모바일 기기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덕분이다. 국내 앱스토어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2.99달러짜리 유료 앱이지만, 유료 앱 인기순위 상위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앱 중 하나다.

헌데, AV플레이어는 4월11일 판올림을 통해 오디오 코덱 기술 중 하나인 DTS 코덱을 삭제했다. DTS 코덱 기술이 적용된 동영상을 재생하면, 화면만 나오고 소리는 들을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4월11일 이전 버전 사용자는 계속 DTS 코덱 기술이 적용된 영상을 문제없이 감상할 수 있지만, 판올림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무심결에 판올림을 한 사용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다이렉트 플레이어’도 앱스토어에서 인기 있는 동영상 재생 앱이다. 공교롭게도 다이렉트 플레이어도 지난 3월16일 이후 버전부터 AC3나 E-AC3 등의 코덱 기술이 들어간 동영상을 재생할 수 없게 됐다. 코덱 지적 재산권 문제로 돌비 기술이 적용된 코덱은 쓸 수 없도록 판올림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동영상 재생 앱 ‘N플레이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N플레이어는 4월 하순 판올림 예정인 1.11 버전부터는 DTS 코덱 기술을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TS 쪽에서 N플레이어 개발자에게 코덱 기술의 지적재산권 문제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N플레이어 개발자는 지난 4월11일 국내 IT 정보 커뮤니티 클리앙 게시판을 통해 “현재 DTS 측에서 라이선스 이슈에 대해 연락이 왔다”라며 “다음 버전에서는 DTS 코덱 지원 기능이 제거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코덱은 영상 속 화면이나 소리 신호를 디지털로 바꿔주는 기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원본 동영상의 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압축하는 과정이 포함되기도 한다. AV플레이어와 다이렉트 플레이어, N플레이어가 최근 돌비와 DTS 관련 코덱을 삭제한 것은 기술의 지적재산권 문제 때문이다. 3가지 앱 모두 돌비와 DTS가 갖고 있는 코덱 기술을 허가 없이 앱에 구현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예를 들어 AC3 코덱 기술은 돌비를 포함한 몇 군데 업체가 함께 모여 만든 코덱 기술이다. 돌비가 다이렉트 플레이어 개발 업체자에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다이렉트 플레이어에서 AC3 코덱 기술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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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스 없이 코덱 지원하는 앱은 불법

복잡한 코덱의 기술 얘기는 몰라도 된다. 이 같은 변화가 동영상을 감상하는 데 영향이 끼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문제가 된다. 돌비의 음향 코덱이나 AC3, DTS 등이 지원하는 코덱 기술은 현재 동영상 콘텐츠의 음향 코덱 기술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DTS는 2012년 SRS를 인수한 이후 1천여개가 넘는 오디오 관련 특허를 가진 업체다. 그만큼 많은 동영상 콘텐츠에 코덱 관련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주 방영한 드라마를 내려받았는데, 스마트폰에서 재생했더니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른 음향 코덱 기술이 적용된 영상을 찾아 다시 내려받거나 동영상 재생 앱을 바꿔야 제대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코덱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의 태도는 분명하다. 정식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앱이 관련 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DTS코리아 관계자는 “DTS는 코덱 기술을 다른 기기에 적용해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업체”라며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기기에서 DTS 규격의 콘텐츠를 다른 형식으로 바꿔 재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임의로 DTS 코덱 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동영상을 재생하는 기기는 DTS 코덱을 쓸 수 있도록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라이선스가 없으면, DTS 코덱 기술을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앞으로 판올림 될 N플레이어에서는 DTS 코덱 기술이 적용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없게 되는 까닭이다.

돌비 쪽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돌비 관계자는 “재생기나 음향기기,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돌비 기술을 이용하려면 코덱 관련 지적재산권 협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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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플레이어'(왼쪽)와 ‘다이렉트 플레이어’

라이선스 지원 확대 절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동영상 앱 개발자나 업체가 돌비, 혹은 DTS와 코덱 기술 사용에 관한 라이선스를 협의하면 된다. 실제로 앱스토어에 있는 ‘씬X플레이어(CineXPlayer)’와 같은 앱은 돌비 쪽과 코덱 기술 사용 협의를 마쳤다. 하지만 문제는 예전과 달라진 앱 개발 환경과 생태계 때문에 발생한다.

앱 장터가 없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돌비나 DTS는 하드웨어 제조업체와 기술 라이선스를 맺으면 됐다. 예를 들어 MP3 플레이어를 만드는 업체나 DVD 재생기를 생산하는 업체와 직접 손을 잡았다. 라이선스를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라이선스 협의를 맺은 업체에서 만든 기기는 코덱 기술을 쓸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지금은 어떤가. 스마트폰 종류만 해도 수천종에 달한다. 어디 스마트폰뿐일까. 애플 앱스토어에는 70만여개의 앱이 있고, 구글의 구글플레이에도 65만개가 넘는 앱이 있다. 동영상 재생 앱도 일일이 손에 꼽기 어렵다. 게다가 소규모 업체에서 개발한 동영상 재생 앱이 있는가 하면, 개인 개발자가 만들어 인기를 끈 앱도 여럿이다. 모바일 기기의 앱 생태계 덕분에 누구나 쉽게 앱 장터 문을 두들길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코덱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이 확대됨에 따라 모두 완벽하게 지원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돌비 관계자는 “돌비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콘텐츠 제작자가 의도한 소리를 그대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며 “돌비가 라이선스를 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DTS도 현재 하드웨어 업체와 코덱 기술 라이선스를 맺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DTS 코덱 기술이 적용된 기기에 관한 품질을 DTS가 관리하기 위함이다. 앱과 같이 검증하기 어려운 환경보다는 하드웨어와 같은 안정적인 기기에 라이선스를 허용하고 있다. 누구나 DTS 코덱 기술을 쓰게 되면 품질을 관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DTS의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모바일 기기용 앱에서 DTS 코덱이 정식으로 지원되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동영상 재생 앱이 DTS 기술과 라이선스 협의를 맺고 있지만, 아직 숫자는 부족한 상황이다.

DTS 관계자는 “현재 하드웨어를 제외한 앱 쪽은 애플과 관련된 앱만 지원하고 있다”라며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출시되는 앱은 안드로이드 OS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품질 관리가 쉽다는 내부적인 평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안드로이드용 동영상 재생 앱에도 DTS 코덱 기술을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돌비와 DTS 모두 동영상 재생 앱 개발업체와 라이선스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과연 모든 동영상 재생 앱 개발 업체를 지원할 수 있을까.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AV플레이어와 다이렉트 플레이어, N플레이어 개발자가 앞으로 코덱 기술 라이선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두고 볼 일이다.

그전까지 사용자는 다른 동영상 재생 앱을 써야 한다. 물론, 다른 동영상 재생 앱도 정식으로 라이선스 협의가 안 된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동영상을 즐겨 보는 사용자는 매일 코덱 기술과 관련한 불법 앱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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