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진료, 병원 담장 언제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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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허리 수술차 종합병원에 입원한 환자 ㄱ씨. 진료 접수를 위해 3층 진료실과 1층 원무과를 왕복하길 수차례. 처방전을 받기 위해 번호표 뽑고 기다리길 수십여분. 치료를 하러 병원에 찾아왔지만, 치료를 받다가 병원에서 병이 더 날 지경이다.

– 13년이 흐르고 –

다시 허리 수술차 종합병원에 입원한 ㄱ씨. 무인수납기에서 진료 접수를 하고 기다린다. 납부는 같은 층에 마련된 무인 처방전 발급기에서 발급받는다. 피검사는 스마트폰에 설치한 애플리케이션을 보고 찾아가 받는다.

종합병원이 달라졌다. 수납과 진료비 납부를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찾기 힘들다. 처방전 발급을 위한 줄도 마찬가지다. 볼펜과 차트를 들고 다니며 진료를 보는 의료진들 대신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며 진료하는 의료진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그마한 바코드와 병원 관련 앱, 각종 스마트 기기 등이 병원 내 도입되면서 줄 서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환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1970년대 초반 병원 풍경만 해도 진료비 수납과 의료보험 청구 과정에서 많은 종이가 필요했다. 병원은 환자 진료를 위해 모든 정보를 종이로 남기고 정리했다. 이 모습이 요즘 우리가 보는 병원 풍경과 많이 비슷해진 건 1970년 후반이다. 병원정보관리(HIS)라 이름으로 원무관리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병원 업무의 전산화가 이뤄졌다. 환자관리, 수납, 보헙청구 등 다양한 병원관리시스템이 종이가 아닌 컴퓨터로 관리됐다.

2000년대 들어 전자차트라고 불리는 전자의무기록(EMR)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모든 진료기록이 전산화됐다. 환자관리뿐만 아니라 X-레이나 MRI필름 등도 모두 데이터베이스(DB)화됐다. 그 덕에 의사와 간호사 간 의사 전달도 신속해졌다. 컴퓨터에 정보를 입력하면 바로 볼 수 있게 됐다. 환자 대기시간과 진료와 처방에 드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EMR가 도입되면서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됐지요. 원무과는 태블릿PC로 수술 동의서 등 각종 환자 동의서 승인도 받을 수 있게 되고, 의료진은 태블릿PC를 통해 EMR과 영상정보관리시스템(PCAS) 등을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윤종활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의료팀장은 EMR 도입으로 병원 내 데이터의 자료화가 가능해졌다고 보았다. 이제 그는 갤럭시탭과 갤럭시노트 등 태블릿PC와 클라우드 환경을 결합한 모바일 진료 정보 시스템 영역까지 욕심내고 있다. 이를 위한 시스템 인프라 구축도 지난 2011년부터 준비했다. 의사 손에서 종이 차트가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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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연결된 앱으로 진료 위치와 경과 확인

실제로 분당 서울대학교병원은 자사 의료정보와 SK텔레콤의 통신 기술을 통합해 양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스마트병원’이라는 솔루션을 병원 내 적용 중이다. 스마트병원은 외래환자나 입원환자가 스마트폰과 무인안내시스템(키오스크), 태블릿PC 등 IT 기기를 이용해 진료·검사 접수는 물론 병원 행정업무 처리, 상세의료정보 조회, 대기시간 확인, 진료비 결제, 진료실 위치 확인 등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솔루션이다. 외래환자를 위한 ‘페이션트 가이드’와 입원환자를 위한 ‘베드사이드 스테이션’ 으로 나뉜다.

보통 종합병원은 워낙 넓어 외래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했을 때 어디서 진료를 하고 검사를 받는지 헤매기 쉽다. ‘페이션트 가이드’는 병원 내 위치한 블루투스 시스템을 통해 해당 앱을 설치한 환자가 병원에 들어오면 어디로 가서 접수를 해야 하는지,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를 자동으로 앱을 구동시켜 안내한다. 병원 예약 내역 확인은 물론 진료와 검사 일정과 시간, 위치 등을 확인해줄 뿐만 아니라 접수완료, 진료대기, 진료완료 등 진료 상황도 실시간으로 상세히 알려준다.

‘베드사이드 스테이션’은 병상에 설치된 환자 개인용 15인지 크기 태블릿PC에 설치된다. 환자 개인의 진료와 검사일정, 종류, 방법, 복용 중인 약물 종류, 식단변경, 의료진 호출, 입원과 의료비 조회 등을 앱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환자가 힘들게 원무과에 가서 건의할 일이 줄어든 셈이다.

최종복 SK텔레콤 매니저는 “병원이 지급한 확인용 RFID 인식표를 착용한 환자에 한해서 제공되는 서비스”라며 “RFID를 인식해서 병원 내 설치된 태블릿PC가 정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위험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분당 서울대학교병원은 본관과 새로 개원한 암병동 및 뇌신경병동에 스마트병원 솔루션을 도입한 상태다.

차트 없는 병원을 꿈꾸는 곳은 또 있다. 강북 삼성병원은 갤럭시탭10.1과 갤럭시노트10.1을 활용한다.갤럭시탭은 의료진, 갤럭시노트는 환자용이다.

임승학 강북 삼성병원 과장은 “도입 시기에 따라 태블릿 종류의 차이가 있을 뿐, 태블릿PC를 진료에 활용한다는 큰 맥락으로 봐주길 바란다”라며 “환자들이 보는 태블릿PC에는 입원생활과 관련된 안내점 등이 담겨 있고, 의료진들이 사용하는 태블릿PC엔 삼성전자의 모바일 EMR 솔루션인 닥터스마트가 설치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북 삼성병원이 도입하고 있는 환자를 위한 태블릿PC에는 분당 서울대학교병원과 마찬가지로 외래 환자를 위한 예약 또는 진료 현황, 납부 금액, 입원환자를 위한 식단, 입원비, 복약지침 등과 관련된 정보가 담겨 있다.

의료진들이 사용하는 태블릿PC에는 입원환자 또는 외래환자의 검사수치나 X레이, MRI 정보 등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무릎 수술을 받은 외래 환자가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으면, 의사는 태블릿PC로 환자의 의료정보를 불러와 설명한다.

임승학 과장은 “해당 의료정보는 원내 서버에서만 관리되고 원내망은 폐쇄망이기 때문에 보안 유출 걱정은 없다”라며 “의료법상 의료정보를 함부로 노출할 수 없는만큼, 환자들도 본인의 의료정보에 대해 함부로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 외 신촌 연세세브란스 병원 등 다양한 종합병원에서 진료비 수납을 위한 무인 단말기, 전자서명 동의, 바코드 발급을 통한 진료 도착 확인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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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는 아직 ‘그림의 떡’

각종 태블릿PC 등장으로 손안의 처방전 시대가 열렸다. 이 기세면 원격진료 시대도 곧 열릴 듯하다. 원격진료는 IT기술을 이용해 의사가 원거리에서 환자기록, 의료영상 등 각종 정보를 확인하고 진단, 처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상 원격진료는 불법이다.

그나마 2003년 의료법을 개정해 의사와 의사간 자문을 위한 원격진료는 허용됐지만, 의사와 환자간의 원격 의료행위는 불법이다. 게다가 의료법 제33조에서는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원격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

원격진료가 그림의 떡이 된 이유는 단순하다. 원격진료가 허용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동네 병원 같은 1차 의료기관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으며, 환자가 직접 혈압을 확인하는 등 자가검진이 필수인 원격진료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책임 소재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걸 이유로 들었다.

김선도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 사무관은 “원격진료를 허용하려면 여러가지 선결돼야 할 문제들이 있다”라며 “원격진료가 허용될 경우 의료사고 책임 소재 여부, 대형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문제 등 때문에 18대 국회에서 제정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비용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원격진료를 위한 환경을 구축하려면 많은 장비가 들어간다. 이는 재정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 병원에 원격진료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1차 의료기관 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게다가 원격진료를 위한 정부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도 문제다.

김선도 사무관은 “국내는 의료기관이 대부분 집과 가까운 편에 속해 원격지원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라며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몇십억이나 되는 비용을 감수하고 원격진료를 고민하는 기관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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