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보 개방, 눈 가리고 아웅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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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진흥책이 마련된다고 한류문화가 퍼질까. 마찬가지로 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공공정보가 만들어지지도, 쓰이지도, 알려지지도 않는 것일까. 한 토론회에서 오간 얘기를 들으며 이와 같은 의문이 들었다.

김윤덕 국회의원과 사단법인 오픈넷은 ‘공공정보 개방과 공공저작물 자유이용을 위한 세미나’를 4월24일 열었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정부 3.0은 정부가 가지고 있는 공공정보를 더 많이 공개하고 또 국민과 공유하고 이것을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국민과 소통도 되고 또 더욱 책임감 있는 정부도 되고 따라서 맞춤형 서비스 제공도 따라서 가능해질 것입니다. 공공 정보가 개방되면 민간부문에 창의와 활력을 더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창출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 중)

공공정보 개방과 공공저작물 자유이용을 위한 세미나

“공공정보 개방과 확대, 법 제・개정 선행돼야”

국내에선 2012년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심사 중이다. 이 법은 공공기관이 공공정보를 의무적으로 개방하고, 공공정보를 영리활동에 쓰이는 걸 가능케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돕기 위해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라는 걸 설치하자는 내용도 담겨 있다.

안전행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정보를 개방하고 국민이 공공저작물을 활용하는 걸 도울 준비는 이미 시작했노라고 말했다. 그런데 제도가 발목을 잡는 모양이다.

이용석 안전행정부 공공정보정책과장은 “공공데이터 개방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 예산 투자도 마련하겠다”라며 “저작권이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절대 공개해서 안 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국민 세금으로 만든 것이면 저작권을 표시하지 않은 저작물을 누구나 쓸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윤성천 문화체육관광부 저작산업과장은 “공공저작물 이용을 확대하려고 법안을 준비하고, 공공저작물자유이용허락표시제도(공공누리)를 만들어 정부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59개 기관에서 도입했는데 실제로 공개되는 건 미약하다”라며 “연구용역 결과물은 정부가 저작권을 (발주한 업체나 인물에게) 양도받거나, 양도받지 않거나, 공동소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공동소유하는 경우 저작권이 명확하게 정리가 안 된 형편”이라며 공공누리가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상황을 설명했다.

걸림돌로 저작권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은 공개대상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 업무상 창작한 저작물로만 제한할 것인지, 양도를 받아 재산권을 보유한 저작물로 확대할 것인지가 중요”하며 “국유재산법과 합치하는지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조형근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 입법조사관은 “장기적으로 공공저작물을 저작권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하고, 공유재산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저작권자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개정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네 사람은 공통적으로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공공정보를 개방하고 공공저작물을 활용하려면 새 법이 제정돼야 하고, 저작권법과 국유재산법,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 개방하는지가 중요”

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공공정보 개방이 더딘 걸까. 강현숙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실장의 얘기를 들으면, 법보다 먼저인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리라.

“4년 전에도 오늘 이 자리처럼 제도와 법에 관한 얘기는 있었는데 달라진 게 없습니다.

초등학교의 몇몇 교사가 아이들이 방과후 공부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동영상 강의를 촬영하려고 했습니다. 문제는 저작권이었어요.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에 저작권이 있기 때문이었죠. 문화체육관광부에 물어봐도 모호한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뭔가를 만들고 싶은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1선의원이면 가장 앞에 앉을까’라는 호기심을 갖고 국회의원 자리 정보를 시각화하고 싶었지요. 국회에 연락을 하니 “왜 알고 싶냐”라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결국 자리 배치표를 보내주기로 했는데 스프레드시트 문서를 팩스로 보냈습니다. e메일은 안 된다는 거지요.

데이터를 몇 종 공개했다는 얘기를 하는데요. 실제 데이터를 열어보면 강서구 데이터는 있는데 강남구 데이터는 없습니다. 그럼 지자체에 전화해서 달라고 해야 하는데요. 실제로 쓰는 사람에게 이건 허섭한 데이터입니다. 활용되지 않으면 개방이 아무리 이루어져도 의미가 없습니다.”

공공저작물 포털 공공누리, 서울열린데이이터광장 등 공공정보와 공공저작물을 모은 웹 공간인 이미 있다. 자료도 속속 공개되는 중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쓸 만한 정보나 콘텐츠는 많지 않은 모양이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는 “시민 입장에서 쓰레기와 같은 문서가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공공누리 웹사이트

그는 “공공저작물을 공개하고 있으나 사용률은 제로에 가까운데 열린데이터광장 트래픽이 많다지만, API로 접근하는 것까지 계산에 넣는다”라며 “생산자 중심의 관점에서 공개 건수를 늘리려는 관점인데, 월드와이드웹 관점에 관한 인식과 혁신성은 대단히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강현숙 실장과 강정수 박사의 지적을 공공누리에서 찾아보자. 공공누리는 국가, 지방자지단체, 공공기관이 저작권을 가진 저작물을 쓸 때 이용 허락을 받는 절차를 간소화한 제도이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공공저작물 포털 서비스 이름이다.

4월 24일 기준 공공누리에 등록된 저작물은 53만건이 넘는다. 헌데 정부 보도자료에 공공누리를 표시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 웹사이트에 올라온 공공누리 이용방법은 크롬과 사파리, 파이어폭스에서는 열리지도 않는다. 개방은 했으나, 쓸 것이 없고 쓰는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