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달력은 왜 내게 ‘압구정 브런치’를 추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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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구글 캘린더를 자주 사용하는 20대 젊은이입니다. 개인 e메일로 지메일을 사용하고 있지요. 참, 회사도 지메일을 사용합니다. 그 덕에 전 구글 캘린더로 주로 일정을 관리하는 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구글 캘린더의 ‘사소한’ 비밀을 알게 됐습니다. 여타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달력 서비스와 다른 구글만의 비밀을 말이지요. 대단한 거 아닙니다. 정말 사소합니다. 그래도 혹시 저와 같은 궁금증을 품고 있었을지 모를 다른 사용자들을 위해 그 비밀을 공유해 볼까 합니다.

2주쯤 전이었던가요. 저는 다른날과 마찬가지로 구글 캘린더를 사용해 약속을 잡고 있었습니다. 달력 칸을 클릭해 내용을 입력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날은 이상하게도 구글 캘린더 일정 입력란 내용 하단에 자리잡은 예문, ‘압구정 브런치’에 눈길이 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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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를 보는 것처럼 구글 캘린더에 일정을 등록하려 하면 시간, 내용, 일정 만들기 입력란이 뜹니다. 내용 입력란 아래엔 어떻게 구글 캘린더 내용을 채워넣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시 문구가 뜨지요. 제 경우 ‘압구정 브런치’란 문구를 자주 마주하는 편이었습니다.

근데, 왜 하필 ‘압구정 브런치’였을까요. 내가 여성인걸 구글이 알아서? 혹시 내가 20대인 걸 구글이 이미 알고 있나? 아니면 회사가 압구정동과 가깝다는 걸 파악해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급기야 저만 ‘압구정 브런치’를 보는지 궁금해지더군요. 동료 ㅂ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그 역시 “예시로 ‘압구정 브런치’가 뜬다”라고 답하더군요.

‘에이, 뭐야. 다 똑같은 구문이었어? 별거 아니었군.’

그런데 또 다른 동료인 ㅎ은 사정이 좀 달랐습니다. 그는 ‘오후 7시에 멕시코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라는 문구가 예시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구글이 제 메일 내용을 읽어서 성별에 따라 다른 예문이라도 보여주는 걸까요. 사무실 내 또 다른 남성 동료 ㅎ 팀장에게 물었습니다. 그 역시 ‘오후 7시에 멕시코 음식점에서 저녁식사’가 예문으로 등장한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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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이 뭉개뭉개 피어올랐습니다. 급기야 건넌방 ㄱ 대표에게 달려갔습니다. 답변이 다릅니다. ㄱ 대표는 ‘어머니 생신’이 예문으로 뜬다고 했습니다. 오옷! 구글은 성별에 이어 연령별로 제공하는 예문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걸까요. 구글이 정말로 내 개인정보까지 들여다보는 건 아닐까. 의심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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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몇 가지 실혐을 더 거치고야 알았습니다. 구글 캘린더에서 달력을 어떻게 설정하고 보느냐에 따라 제공하는 예문이 다르다는 걸요. 일정 범위를 하루종일로 설정하면 ‘어머니 생신’이, 주 보기로 설정하고 일정을 등록할 땐 ‘압구정 브런치’가, 월 보기로 설정하고 일정을 만들 땐 ‘오후 7시에 멕시코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라는 예문이 나오더군요.

구글 캘린더는 생일과 같은 날은 시간을 세부적으로 설정하는 게 아니라 ‘하루종일’로 등록하는 일정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그래서 하루종일 일정 예문엔 ‘어머니 생신’을 넣은 것이지요. 월 보기 상태에서 일정을 넣으면 날짜만 보이고 시간은 안 보이기 때문에, 시간도 잊지 말고 챙겨 넣으란 뜻에서 ‘오후 7시에 멕시코 음식점에서’라는 정보를 보여준 것이더군요.

네이버나 다음,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웃룩닷컴에서 제공하는 달력에는 이와 같은 예문이 없습니다. 단순히 일정 입력, 시간 입력, 메모 기능이 자리잡고 있을 뿐입니다. 달력을 보는 방식에 따라 어떻게 내용을 입력해야 할 지 배려한 구글 캘린더가 새삼 친절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압구정 브런치’와 ‘멕시코 음식점’이 예로 등장한 것일까요.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변환해 구글 캘린더를 이용하면 ‘Breakfast at Tiffany’s’와 ‘Dinner at Pancho’s’라는 예문이 나옵니다.

구글 쪽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답변이 담백하더군요. “예시를 넣으면서 많은 이들이 잘 알거나 재미있는 것들을 제시해 사용자에게 대강의 아이디어를 주고자 했다”라는 겁니다. 압구정 브런치는 ‘Breakfast at Tiffany’s’란 영문 표현을 국내 실정에 맞게 표현했을 뿐이랍니다. ‘Dinner at Pancho’s’와 ‘멕시코 음식점’도 같은 논리지요. 설정된 달력마다 다른 예시를 제시한 것이지, 특별한 논리가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구글 캘린더를 쓰면서 저와 비슷한 궁금증을 품었던 분이라면, 어떠신가요. 이젠 좀 풀리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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