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스토리지] 씨게이트는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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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저장 기술 중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분야에서 씨게이트는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20여년 동안 인수와 합병을 거치면서 현재와 같은 ‘씨게이트 대 웨스턴디지털’ 2강 구조가 됐다는 건 어찌보면 이 분야의 미래가 썩 밝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깔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낸드플래시라는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 저장기술은 HDD 산업의 근본부터 흔들어 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2006년에 히타치에서 개발하고 있던 1.8mm HDD를 보면서 시계 속에 HDD가 들어가는 미래를 생각해 보았는데, 2013년인 지금은 HDD의 소형화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1.8인치 HDD의 경우 아직도 도시바 같은 곳에서 개발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기술 개발이 이어질 지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씨게이트의 가장 큰 경쟁사인 웨스턴디지털의 경우 HGST와 합병해 SSD에 관한 기술을 확보했고 지금도 HGST는 여러 곳의 스토리지 기업에 2.5인치 SSD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씨게이트 역시 그러합니다. HGST보다는 못해도 여러 플래시 스토리지 기업에 투자를 하면서 기존 판매망을 통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 트렌드포커스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씨게이트의 HDD 출하량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업계 전체의 출하량이 떨어지지는 않았는데 유독 씨게이트만 출하량이 떨어졌다는 얘기인데, 그럼에도 실적은 당초 월스트리트의 기대보다 나았다고 하는군요. 씨게이트의 출하량이 4% 감소한 반면 WDC(WD와 HGST의 지주사)는 무려 15%나 늘리면서 점유율을 더 높였다고 합니다. 출하량 기준으로 씨게이트는 5,570만개, WDC는 6,017만개입니다. 단기 성과로 두 기업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씨게이트는 다양한 변신을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변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플래시 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요. 물론 파트너를 통해 시장에 OEM 공급하는 것도 있습니다. 클라이언트 제품으로 이번에 출시한 씨게이트 600 SSD와 기업용 제품인  600 Pro SSD, 1200SSD 등인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컨슈머 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더욱 흥미로운 것은 버리덴트의 제품을 OEM 공급받아 ‘씨게이트 X8 액셀러레이터’라는 제품을 출시한다는 점입니다.

Seagate-600-Pro-SSD.png

600 SSD 모델은 컨슈머제품으로, 6Gbps SATA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480GB, 240GB, 120GB 등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반면 600 Pro SSD(왼쪽 그림)는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용으로 판매되는 제품으로 개인용 제품이라기 보다는 기업용 제품입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용량 타입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480GB, 400GB, 240GB, 200GB, 120GB, 100GB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200 SSD의 경우 인터페이스 속도가 12Gbps(6Gbps×2개)로 SAS를 채택하고 있어 기업용 제품이며 800GB, 400GB, 200GB 등이 있습니다.

Intel-X8-Accelerator-poweredby-virident.png

앞서도 언급했지만 SSD의 경우 씨게이트의 이러한 변화는 기존 변화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지만 X8 액셀러레이터(오른쪽 그림)는 완전히 다릅니다. 서버의 PCIe 슬롯에 설치돼 CPU와 PCI 익스프레스 인터커넥트 버스가 빠른 응답 시간과 높은 IOPS를 제공합니다. 씨게이트 홈페이지를 보면 이 제품은 버리덴트의 제품이라고 표시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비즈니스를 씨게이트가 하는 것일까요. 600 SSD, 600 Pro SSD, 1200 SSD 등은 모두 도시바로부터 MLC를 받아서 출시하지만 버리덴트는 인텔의 MLC 제품을 사용합니다. 낸드플래시와 관련해 삼성전자, 도시바, 인텔 등이 서로 얽혀 있는 이 상황에서 씨게이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대대적으로 라인업을 재편한 것은 지난 분기 실적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지난 3월 말로 마감한 FY13의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35억2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44억5천만달러와 비교해 무려 21%나 빠졌습니다. 순익은 더욱 더 큰데요. 전년 동기에 11억4600만달러의 순익이었던 것과 확연히 다른 4억1600만달러의 분기 순이익을 달성했습니다. 지난 분기가 특히 많이 빠졌다고 할 수 있는데요. 9개월 누적 매출로 보면 109억2700만달러로, 전년 9개월 누적 매출 104억 5700만달러에 비해 4% 성장하였습니다. 9개월 누적으로 보면 성장세이지만 3분기가 워낙 많이 빠져서 좋지 않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한편 경쟁사인 WD는 어땠을까요? 분기 마감이 씨게이트와 WD는 동일한데요. FY13 3분기 마감 결과 37억6400만달러의 매출과 3억9100만달러의 이익을 남겨서 전년 같은 기간 30억3500만달러의 매출과 4억8300만달러의 이익을 거둔 것과 비교해 24% 성장했습니다. 9개월 누적 매출도 116억2300만달러의 매출과 12억4500만달러의 이익을 남겨 전년 9개월 누적과 비교해 보면 매출 77억2400만 달러, 이익 8억 6700만달러로 무려 50%나 성장했습니다. 이는 물론 태국 홍수라는 것이 있어서 이 수치만을 놓고 전체를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외형으로만 보면 HGST와 WD는 합병을 통한 그 혜택이 점점 수치로 입증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 씨게이트가 일하지도 않고 영업도 대충했을까요?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씨게이트와 WD 모두 수많은 땀을 흘렸을 것이고 어쩌면 비교할 수 없지만 씨게이트가 그간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노트북 시장을 비롯해 데스크톱 시장, 일반 가전 등에서의 HDD 요구나 수요는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업용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WD의 실적 발표 자료를 보니 2분기 대비 3분기 기업용 시장에서 무려 9%나 성장했더군요.

기업용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 씨게이트가 X8 액셀러레이터 같은 모델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을까요? 공급자 중 하나가 되더라도 그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보고자 하는 것일까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씨게이트의 선택을 보면서 고수의 한방이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