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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로 청소년 보호?…위헌 소송 제기

2013.05.19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되는 또 하나의 인터넷 실명제, ‘청소년보호법상 본인확인제’가 위헌 여부를 심사받게 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청소년보호법 제16조제1항의 본인확인의무와 동법 시행령 제17조가 청소년 보호라는 입법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수단일 뿐만 아니라 성인이 익명으로 표현물에 접근할 수 있는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5월16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 침해

발단은 인기곡을 들을 때조차 인터넷 실명제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네이버뮤직에서 가수 10cm의 ‘오늘밤에’를 들어보시라. 검색은 가능하지만, 이용권이 있고 없고에 상관없이 성인인증을 해야 들을 수 있다. 박칼린의 ‘넌 몰라’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다. 두 곡은 청소년유매체물로 지정됐다.

2013년 5월 10cm 오늘밤에는 청소년유해매체물

▲10cm ‘오늘밤에’는 네이버뮤직과 다음뮤직, 벅스 등 한국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성인인증을 해야 들을 수 있다. 만약 이 3개 사업자가 성인인증을 하지 않으면 이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청소년보호법 제16조1항은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서비스하려면 이용자의 나이와 본인을 확인하게끔 한다. 방법은 5가지다. 서비스 제공자는 ①대면하여 신분증을 확인하거나 팩스나 우편으로 신분증 사본을 확인 ②공인인증서 ③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제2항에 따른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본인을 확인하는 방법 ④신용카드 ⑤휴대폰 등을 법에 따라 써야 한다. 이를 어기면 징역 3년 이하, 벌금 2천만원 이하 벌칙을 받는다.

오픈넷은 청소년보호법이 성인이라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의 표현물을 불법적인 표현물로 규정해 과도하게 성인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오늘밤에’와 ‘넌 몰라’는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받았을 뿐이다. 미성년자관람불가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내 이름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등록하는 걸 상상해보자. 오픈넷은 청소년보호법이 익명으로 표현물에 접근할 권리, 즉 익명으로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실명제의 어리석음, 반복할 텐가

청소년보호법상 실명 확인 화면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 실명제는 2012 8월 위헌결정이 났지만, 다양한 형태로 유지된다.

불과 1년 전, 2012년 8월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기 전 상황을 기억하는가.

이전까지 인터넷 사이트에서 실명과 주민번호를 기입하는 건 당연하고 널리 퍼진 회원가입 방법이었다. 인터넷상의 언어폭력과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을 막으려고 정보통신망법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인지를 확인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터넷 실명제’로 알려진 제한적 본인확인제 얘기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고 결정하며,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인터넷 회사가 본인확인정보를 보관하는 의무를 지면서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했고, 수사기관 등이 개인정보 제출을 요청하는 것과 같이 본인확인정보가 보관목적 외 용도로 사용될 수 있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제한받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2010헌마47 결정문)

인터넷 실명제는 위헌 결정이 났다. 하지만 청소년보호법은 인기곡 하나 들으려고 본인확인을 하게 한다.

성인인증한다고 성인만 볼까

청소년보호법상 본인확인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청소년보호법이 규정한 5가지 본인확인 방법은 주민번호를 바탕으로 한다. 헌데 남의 주민번호 구하는 게 어디 어려운 일이던가. 실명과 일치하는 주민번호는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KT, SK커뮤니케이션즈, 넥슨, SK브로드밴드, 옥션, 신세계, 현대캐피탈, GS칼텍스, 하나로텔레콤 등 굵직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이미 여러 번 발생했다.

오픈넷은 헌법재판소가 2004년 합헌 결정한 판결문을 들어 청소년보호법의 본인확인제는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청소년을 인터넷 유해매체물로부터 차단하기 위해 이름과 주민번호나 신용카드, 공인인증서로 미성년자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번호는 타인의 신상정보를 도용할 우려가 있고, 신용카드는 신용카드 정보가 쉽게 노출되고 신용카드가 없는 성인은 이용할 수 없으며, 공인인증서는 아직(2004년 기준)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2001헌마894) 청소년보호법에서 말하는 공인인증서는 범용공인인증서로 1년에 4400원을 내야 발급되는데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11월 기준 319만건 발급됐다.

오픈넷은 휴대폰을 통한 본인확인 방법은 신용카드와 같은 이유로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정보통신망법상 주민등록번호 없이 본인확인하는 방법으로 정부는 아이핀을 적극 홍보하지만, 2012년 11월 기준 496만건 발급됐을 뿐이다.

▲19세 미만 청소년은 감상할 수 없다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유튜브에선 누구나 보고 들을 수 있다.

청소년유해매체물, 유튜브에선 그냥 보면 되는데?

앞서 말했듯 청소년보호법상 본인확인제는 이미 눈 가리고 아웅이다. 한국 정부는 청소년을 유해매체물에서 떼놓으려 청소년보호법상 본인확인제까지 마련했지만, 유튜브를 막지는 못한다.

10cm의 ‘오늘밤에’는 유튜브에서 회원가입하거나 로그인, 성인인증을 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다. 유튜브가 한국어 서비스를 하고, 국내 음악 기획사나 방송사와 계약을 맺는 등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서버는 해외에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유해매체물이어도 국내 서비스만 아니면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인터넷 이용자의 실명확인을 요구하는 법으로 청소년보호법상 본인확인제 외에 이용자 나이에 따라 게임 이용 시간을 규제하는 게임셧다운제(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청소년보호법 제26조), 공직선거법상 실명제(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쇼핑몰이나 포인트 서비스가 주민번호 저장하는 법적 근거가 되는 전자상거래법(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6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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