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스트리밍’에 깔린 구글·애플의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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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5월15일 열린 구글개발자회의(구글I/O)에서 ‘올액세스(All Access)’라는 이름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발표했다. 한 달에 9.99달러를 내면 PC나 스마트폰에서 구글뮤직을 통한 스트리밍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멜론, 벅스뮤직 등 3~5천원이면 스트리밍이 무제한이다. 여기에 다시 몇 천원을 더하면 다운로드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기에 스트리밍은 이미 자연스러운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반면 미국은 콘텐츠 가격이 비싸다. 대표적으로 아이튠즈나 아마존 등 주류 음악 유통사이트들은 1곡에 0.99달러, 음반 하나에 8~12달러씩 받고 판매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음악 시장에서 계약된 모든 음악을 월 9.99달러에 스트리밍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음악 유통의 큰 변화다.

물론 비슷한 서비스를 스포티파이나 알디오 등의 업체들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것과 구글이 하는 것은 또 다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크롬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갖고 있다. 애플도 확인되진 않았지만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불법복제나 곡 유통 방식을 떠나 스트리밍은 스마트폰과 함께 온,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에는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스포티파이만 해도 미국, 유럽 등 월 가입자가 600만명을 넘는다. 구글도, 애플도 이 현상을 빗겨갈 수는 없다.

애플 아이튠즈매치, 라이선스 해결 숙제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직 소문일 뿐이다. ‘i라디오’라는 이름이 떠돌 뿐, 아직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애플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것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언제냐’라는 궁금증만 있을 뿐이다. 더구나 ‘구글이 발표했으니 애플도 머지 않은 시기에 발표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05년 스트리밍에 대한 제안을 한 차례 받은 바 있다. 인터스코프리코드의 사장 지미 아이오빈이 스티브 잡스를 만나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음악 모두를 저렴한 값에 스트리밍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스티브 잡스는 콘텐츠가 합리적인 가격을 받아야 한다고 거절했다. 이는 유명한 일화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것도 있었겠지만, 당시 애플로서도 아이팟에서는 스트리밍을 할 수 없었으니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과 LTE는 음악 유통을 스트리밍으로 바꾸기 충분한 조건이다. 데이터 이용 한도만 넉넉하다면 번거롭게 저장공간에 음악을 옮겨 담을 필요가 없다. 기업이 고집해도 시장이 움직이면 버틸 장사가 없다. 애플은 그간 아이튠즈를 통해 음악 유통에 주도권을 쥐고 있고 실제 유통의 영향력도 갖고 있다. 영향력이 있고 환경이 갖춰진 상황인 만큼 애플로서는 가격을 낮추는 대신 유료 가입자를 더 늘릴 수 있는 환경, 구체적으로는 아이튠즈를 이용하는 모든 아이폰, 아이패드, 맥, 그리고 PC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히려는 욕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그 본격적인 시작과 노력이 ‘아이튠즈 매치'(iTunes match)이다. 아이튠즈 매치는 개인이 아이튠즈 외 별도 유통을 통해 갖고 있는 MP3 등 음원 파일과 음반 CD 등을 인증받으면 계약 기간동안 그 음악을 스트리밍하거나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요금은 1년에 24.99달러로,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아이튠즈 매치에 대한 이용자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이용자는 이미 갖고 있는 음반과 음원을 장소에 관계 없이 아이튠즈의 고품질 음원으로 즐길 수 있어 편리하다. 애플로선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시스템의 안정성 등을 두루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시스템으로나 이용 방법에 대해서나 이용자들에게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학습 효과도 충분했다.

itunes_match

이제 애플에 남은 것은 음원이다. 구글이 정한 9.99달러 수준, 혹은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스트리밍을 서비스하는 데 참여할 음원 레이블이 필요하다. 이것만 해결되면 월정액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알려진 것으로는 ‘비츠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가져오는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부터 ‘소니와 라이선스 계약에 실패했다’는 이야기 등이다. 더 버지는 ‘애플이 BMG나 유니버설 뮤직 등과도 계약에 어려움을 겪으며 발표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고 짚기도 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늘 그렇듯 입을 열지 않고 있지만, 사실이라면 가격과 수익분배가 이유라는 분석이 끊이지 않는다.

구글, 웹하드 방식에서 판매·스트리밍으로 전환

그런데 그 사이에 구글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먼저 내놓았다. 애플은 그나마 아이튠즈를 갖고 있었지만 구글은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음악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것도 별도 스트리밍 업체를 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음원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서비스하는 구조다. 구글이니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곡당 4~8MB를 넘나드는 음악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리밍하는 기술부터 각 음악들의 서비스 권한을 얻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구글의 음악 서비스는 2011년 시작한 ‘구글뮤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봐야 2년도 안 됐다. 초기 구글뮤직은 내가 갖고 있는 음악을 웹하드처럼 구글의 저장공간에 올려둔 뒤 클라우드로 듣는 서비스였다. 웹하드 형식이라고 하지만 기존 구글 드라이브나 G메일 등의 서비스와는 별개의 저장공간으로 운영된다. 특히 용량 단위가 아니라 곡 단위로 용량 제한을 두는 모습이 파격적이었다. 지금도 음질과 용량에 관계 없이 누구나 무료로 2만곡, 그러니까 10곡 단위의 음반을 2천장 집어넣을 수 있다.

구글은 몇 달간 진행한 구글 뮤직의 제한적 베타서비스를 끝내면서 유료 구매 시스템을 더했다. 아이튠즈나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값에 콘텐츠에 대한 이용 권한을 끌어모았다. PC든 맥이든 안드로이드든 인터넷에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다운로드보다 스트리밍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긴 했지만, 구글도 어엿한 음악 콘텐츠 판매 사업자다.

google_music

▲구글뮤직은 내가 갖고 있는 음악을 업로드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애초부터 스트리밍을 고려한 서비스였다. 아직 국내에서는 서비스되지 않는다.

그 다음 단계가 이번 구글I/O에서 발표된 스트리밍 서비스다. 구글의 특성상 그간 개인 파일을 보관해 무료로 스트리밍해주는 서비스는 애초에 올 액세스를 위한 베타테스트 혹은 전 단계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구글은 다운로드 인프라나 안드로이드라는 유통책 등 플랫폼 환경을 갖추고 소니나 BMG 등의 음원 유통사들을 설득해 왔을 게다. 늘 가격에 대해서는 파격을 무기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구글이기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적극적으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스템을 갖춘 구글이 음반사 전부는 아니어도 서비스할 수 있을 정도의 음반사들의 허락을 받아냈다면 다음 단계는 딱 하나가 남는다. 월 결제다. 그게 이번 구글I/O를 통해 공개된 올 액세스다. 아무리 구글이지만 불과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전방위로 음악 플랫폼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하드웨어와 OS’에서 ‘콘텐츠와 서비스’로 전환

이들 업체들은 왜 스트리밍 시장을 잡으려는 것일까. 모두가 음원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하면 돈을 더 많이 벌지 않을까. 이는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애플의 아이튠즈의 성장 전략으로 볼 수도 있지만 넓게 보자면 각각의 전체적인 플랫폼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보면 쉽다. 음악의 유통 자체가 CD 등 물리적인 음반 형태에서 MP3플레이어를 위한 다운로드 서비스로 이동했고, 스마트폰과 LTE를 타고 다시금 스트리밍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트리밍은 PC보다도 언제나 인터넷에 접속돼 있는 스마트폰에서 가장 빛나는 서비스다. 늘 부족한 플래시 메모리에 여유를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애플TV나 구글TV 등 대용량의 공간을 가질 필요가 없는 TV 플랫폼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미 이들 플랫폼은 모두 스트리밍으로 영화나 음악 등을 개별 구매해서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시장은 점점 콘텐츠를 대여하거나 월 구독 형태로 소비하게 될 텐데,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외부로 넘겨주는 건 곤란한 일이다.

Twitter_music

▲트위터도 음악 스트리밍을 접목한 트위터 뮤직 서비스를 발표했을 만큼 스트리밍은 모든 서비스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이는 꼭 구글과 애플에 한정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트위터는 지난달 스포티파이, 알디오와 제휴를 맺고 트위터 뮤직 서비스를 오픈한 바 있다. 페이스북도 워너, 스포티파이 등과 제휴를 맺었다. 음원과 동영상 유통이 핵심 사업인 아마존도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초석으로 킨들파이어 같은 하드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스트리밍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심지어 아마존이 음악 스트리밍만 전용으로 하는 스마트폰이나 그와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구체적인 소문이 돌 정도다.

애플이나 아마존도 구글의 뒤를 이어 스트리밍 서비스를 발표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플랫폼을 갖고 있는 업체들은 역할 자체를 새 하드웨어나 운영체제에서 콘텐츠와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고, 음악 저작자들도 CD 단위의 유통보다 싱글음반과 스트리밍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지 않은가. 애플과 아마존도 구글이 찾아낸 것처럼 서로가 만족할만한 적절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남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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