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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한 지붕 두 OS’, 모바일 가상화

2013.05.21

서버나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나 이야기되던 가상화가 스마트폰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스마트폰 가상화는 시스템 자원 확보가 아니라 보안,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한 BYOD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스마트폰 1대를 개인용과 업무용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저장공간 혹은 운영체제(OS)를 분리하는 등 여러 가지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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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벤드의 OS 가상화 솔루션인 ‘v로직스 모바일’이 설치된 제품을 직접 만져볼 기회가 생겼다. 레드벤드 v로직스 모바일은 스마트폰 하드웨어 바로 위에 서로 다른 두 가지 OS를 띄우는 방식의 가상화 솔루션이다. 2개의 OS가 필요한 이유는 기업 이용자들이 개인용과 기업용 OS를 서로 분리해 보안과 사생활을 완전히 분리·보호하기 위함이다.

모바일 가상화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아예 OS를 가상화할 땐 대체로 기본 OS 위에 가상화 솔루션을 까는 방식을 채택한다. OS 위에 가상머신을 띄워 OS를 설치하는 방식인데, 레드벤드의 모바일 가상화는 시스템 위에 타입1 하이퍼바이저를 띄우고 그 위에 2개 혹은 그 이상의 OS를 나란히 올리는 방식이다.

레드벤드는 데모를 위해 AT&T판 ‘갤럭시S3’ 위에 기존 OS와 레드벤드판 안드로이드 2가지를 올린 제품을 보여줬다. 레드벤드가 시연을 위해 따로 설치한 시제품이다. 정식으로 기업이나 소비자들에게 팔려면 제조사가 하이퍼바이저를 설치할 수 있도록 열어주어야 한다.

전원을 껐다 켜 봤다. 부팅은 일반 갤럭시S3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리는데, 일단 켜지면 기존 갤럭시S3와 똑같다. 먼저 첫 번째 시스템에 올린 개인용도의 갤럭시S3용 터치위즈 기반의 안드로이드가 뜨고, 세컨드 OS로 기업에서 관리할 안드로이드가 뒤따라 열린다. 가운데 위젯에는 반대편 OS의 상황을 보여주는데 부재중전화, 도착한 메시지, e메일의 상태를 알려준다. ‘switch domain’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뒤집어지며 두 번째, 그러니까 회사 업무에 쓸 OS 화면이 나온다. 전환 속도도 빠르고 OS를 오가도 작업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한쪽 OS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동안 다른 OS로 넘어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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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벤드의 v로직스 모바일이 깔린 갤럭시S3다. 큰 불편 없이 개인용과 기업용 운영체제를 전환해가며 쓸 수 있다. ☞동영상 유튜브로 보기

가장 궁금한 것은 성능이다. 하나의 OS만 돌리기에도 만만치 않은 게 안드로이드인데 2개를 동시에, 그것도 둘 다 가상머신 위에서 돌리는 것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쓸만하다. 테스트한 갤럭시S3는 첫 번째 레이어에서는 따로 알려주기 전까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네이티브 안드로이드와 똑같이 빠르다. 오픈GL을 이용하는 3D 게임도 원활하게 돌아간다.

세컨드 OS는 레드벤드가 직접 손댄 스톡 안드로이드가 올라가 있다. 이건 OS로 아이스크림 샌드위치가 깔려 있어 그런지 간혹 화면을 넘길 때 안드로이드 특유의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긴 하지만, 앱이 작동하는 속도는 별 차이가 없다. 상시 2개 OS가 돌고 있는 것 치고는 자원관리가 잘 되는 것으로 보인다.

레드벤드 관계자는 “벤치마크 테스트를 돌려 테스트하면 적어도 실제 성능의 90%는 낸다”라며 “안드로이드 외에 리눅스나 RTOS 등 다른 운영체제를 얹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애플 iOS나 아이폰의 경우는 애플이 하드웨어나 OS를 개방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안드로이드와 iOS를 함께 쓰는 것은 당장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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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선 레드벤드 차장은 “가상화에서 하이퍼바이저와 디바이스 드라이버의 조합이 중요”하다며 “타입1 하이퍼바이저를 쓰더라도 오픈GL 등을 원활하게 이용해 직접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2개 시스템은 마치 다른 데스크톱을 쓰는 것처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만, 둘 사이는 철저히 분리돼 있다. 탐색기를 열어봐도 그 어떤 파일도 공유하지 않는다. 파일을 복사해서 붙여넣는 작업도 할 수도 없다. 철저히 다른 2개 하드웨어라고 보면 된다. 다만 메시지나 전화가 오는 것은 OS 이전 단계에서 관리되기 때문에 전화가 오면 개인용과 기업용 전화번호부를 맞대 그쪽 OS의 앱으로 통화하지만, 어떤 정보가 오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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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원 레드벤드 지사장은 v로직스 모바일처럼 여러 운영체제를 완전히 분리하는 방식을 ‘BYOD2.0’으로 규정했다.

“BYOD 관련 업계에 1.0, 2.0 등의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BYOD 시스템은 회사 입장에서 보안에 대한 위협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2세대 BYOD는 개인의 보안에 중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가상화 확장이 기본으로 들어가는 코어텍스 A15가 스마트폰에 보급되는 시점에서는 설치와 삭제도 자유로워지는 3세대가 시작될 겁니다.”

해외에서는 소비자들이 BYOD를 이유로 개인의 스마트폰에 접근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단다. 기업이 개인의 스마트폰 정보를 열어보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것이 또 다른 BYOD의 이슈라고 레드벤드는 소개했다. 그렇다고 보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OS를 별개 하드웨처럼 완전히 분리하기 때문에 기업 공간은 기업이 직접 관리하고 업데이트하고 앱을 설치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모바일 가상화는 꼭 기업 뿐 아니라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터치스크린 기반의 저가 피처폰에 들어 있는 모뎀 프로세서 위에 v래피드 모바일 하이퍼바이저를 깔고 원래 통신을 맡는 RTOS와 리눅스나 안드로이드 OS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100달러 미만에 팔리는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되리라.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