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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 음악 ‘CD는 합법, 벅스는 불법’?

2013.05.21

카페에서 벅스나 멜론의 음악을 재생해 트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일까. 아닐까. 법원 판결에 따르면 판매용 CD로 틀면 합법, 스트리밍 서비스를 틀면 불법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2013년 4월 현대백화점이 매장에서 음악을 틀어주는 데에 대하여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한국음원제작자협회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의 소송을 기각했다.

현대백화점은 케이티뮤직과 계약해 케이티뮤직 매장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음악을 틀었다. 두 저작권신탁단체는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도 판매용 음반에 해당하니, 저작권료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음제협과 음실연은 사단법인 한국백화점협회과 2009년 백화점이 매장에서 사용하는 판매용 음반에 대한 사용료를 받기로 한 탓이다.

현대백화점은 케이티뮤직 매장 스트리밍이라는 유료 서비스를 쓰면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에 저작권료를 낸다. 여기에 음제협과 음실연까지 추가로 저작권료를 내라고 주장해, 저작권료 부담이 늘어날 상황에 처했다.

법원은 이에 대하여 스트리밍 서비스는 판매용 음반이 아니라며 이 소송을 기각해, 현대백화점은 저작권료를 추가로 낼 부담을 덜었다.

이 판결은 이용자를 옥죄려는 저작권신탁단체에 제동을 건 듯하지만, 카페나 식당에서 음악을 트는 걸 저작권법 위반으로 몰 여지를 남겼다.

소형 매장 음악, ‘CD로 틀 때만’ 합법

저작권법 제29조 2항에 따르면 비영리 목적으로 트는 건 저작권자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 이 조항 덕분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달리 패스트푸드점이나 분식점, 일반음식점 등 소형 매장은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도 음악을 틀 수 있다.

저작권법 제29조 ②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비영리를 뜻함)에는 판매용 음반 또는 판매용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위 조항에서는 ‘판매용 음반’이 무엇인지가 관건이다. 여기에서 판매용 음반이 레코드 가게에서 파는 CD나 카세트 테이프, LP를 뜻하면, 스트리밍 서비스로 들려주는 것은 저작권법 제29조 2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요컨대 같은 노래도 CD나 LP로 틀면 괜찮지만, 벅스와 멜론에서 유료 결제해 트는 것은 위법이다. 판매용 음반에서 ‘음반’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이렇다.

음반: 전축이나 오디오 따위의 회전판에 걸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만든 동그란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디스크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음반

▲2013년 4월 현대백화점 판결에 따르면 이렇게 생긴 ‘음반’으로 틀어야지, 디지털 음원을 재생하면 위반이다.

법원은 “판매용 음반은 시판용 음반”이라며 “디지털 음원을 저장한 장치는 음반의 일종으로 볼 여지는 있으나, 데이터베이스 저장장치 자체는 시중에 판매할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므로 판매용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판결했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라도 ‘해당 음원을 저장한 장치’가 판매용으로 제작된 게 아니므로, 이 장치에서 음악을 전송받아 매장에 트는 것은 판매용 음반을 트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 판결을 바탕으로 저작권법 제29조 2항을 해석하면, 카페나 식당이 저작권료를 내지 않으면서 매장 손님에게 음악을 들려주려면 CD를 틀어야 한다.

요즘 CD로 음악 듣는 이 얼마나 된다고

사단법인 오픈넷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이번 사건은 저작권자 단체인 음실연, 음제협과 현대백화점 간의 분쟁이지만 그 결과는 매장 음악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자영업자에게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라며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스트리밍 음악은 ‘판매용 음반’이 아니라고 해석하면서 인터넷 음악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자영업자들이 졸지에 저작권 침해자가 된다”라는 논평을 5월21일 냈다.

이와 함께 “저작권법에서 반대급부 없는 음반 재생을 허용하는 취지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소규모의 청중을 상대로 한 음반 재생에 대해 저작권을 제한하려는 것인데, 이번 판결은 이러한 저작권법의 취지를 완전히 무위로 만들었다”라고 비판했다.

남희섭 오픈넷 이사는 “소형 매장이 음악을 무료로 틀 수 있는 근거가 저작권법 제29조 2항”이라며 “법원 판결은 온라인 재생 음악은 판매용 음반으로 보지 않았고, 이에 따라 소형 매장은 저작권법 제29조 2항 적용을 받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2013년 4월 현대백화점 판결이 나고 음저협은 벅스나 멜론으로 음악을 트는 소형 매장은 저작권법 제29조 2항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음원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음저협 관계자는 “스트리밍이나 MP3와 같이 (음반이 아닌)다른 매체를 통해서 음악을 들려주는 경우는 불법으로 볼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미 음저협은 저작권료를 걷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법률사무소를 내세워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희섭 오픈넷 이사는 “(저작권료가 부담스러워서)음악을 틀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라며 “한 전자제품 전문 유통 매장은 저작권료 부담 때문에 매장에서 로고송만 반복해서 튼다”라고 웃지 못할 현실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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