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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UB3, 책과 웹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

2013.05.31

책과 웹 사이의 벽이 허물어진다. 전자책은 웹을 닮아가고, 웹은 전자책에 담길 수 있다. 전자책의 표준인 EPUB의 최신 버전인 3.0을 따른 책이 나오고 그 책을 보여줄 뷰어가 있다고 가정하면 그렇다.

먼저 교보문고나 예스24와 같은 곳에서 파는 전자책을 보자. 텍스트 위주로 구성된 책이 대부분이다. 종이책도 그보다는 더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다. 아트북도 있지 않던가. 지금 전자책은 HWP 문서보다 단순한 모습에 불과하다. 아직 EPUB을 제대로 구현한 책이 나오지 않았고, 제대로 된 EPUB 뷰어가 없는 탓이다.

국제디지털출판포럼(IDPF)가 2011년 발표한 EPUB3.0을 들여보자. EPUB3.0은 EPUB2 버전과 달리 HTML5를 지원한다. HTML5 중 지원하지 않는 항목에 대한 규정이 없어, 웹브라우저에서 작동하는 모든 걸 전자책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새 표준에 맞춘 전자책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지금 보는 전자책과는 다를 것이다. 웹사이트 하나가 통째로 전자책이 될 수 있다. 이 링크(→예시1)를 따라가면 나오는 태양계 각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모습을 지구과학 책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이 2012년 공개한 아이북스 오서와 새 아이북스 응용프로그램(앱)으로 전자책에 3차원 이미지를 어렵지 않게 만들고 넣을 수 있다.

문제집에 맞는 답을 표시하듯, 전자책도 같은 역할을 해낼 것이다. 이보다 한발 앞선 모습을 상상해도 좋다. 웹디자인 안내서를 보며 수치에 따라 이미지가 변하는 모습을 보거나(→예시2), 어린이 도서나 문제집에 있는 만화나 퀴즈, 스도쿠와 같은 게임을 전자책에서 푸는 것도 가능하다. 이때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은 바로 풀고 답을 알거나, 간단한 웹게임을 실제로 할 수도 있다.(→예시3)

남동선 한글과컴퓨터 책임연구원은 “EPUB은 실제 콘텐츠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웹표준과 특별하게 다르지 않고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라며 “점점 책인지 웹문서인지 구분하기 모호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자책을 웹페이지 만들 듯이 만들고, 공을 많이 들이면 기능이 많은 웹페이지처럼 기능이 많은 전자책이 된다고 설명했다. “HTML 저작도구로도 EPUB 책을 만들 수 있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자책 표준 형식 EPUB3 로고EPUB3.0이 HTML5를 지원하게 되면서, 전자책 뷰어도 자연스레 웹브라우저 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한국이퍼브 크레마, 교보문고, 전자책 오픈마켓 유페이퍼, 인프라웨어의 팔라우, 신세계 오도독 등은 웹킷과 크로미움 기반으로 전자책 뷰어를 만들었다.

성대훈 한국이퍼브 이사는 “2012년 6월께 크레마 3세대 뷰어를 만들며 EPUB3.0을 지원한다”라고 말했다. 지도현 인프라웨어 TF팀 과장은 “EPUB3은 뷰어가 HTML5 대부분을 지원해야 구현할 수 있어 웹브라우저 엔진을 사용한다”라며 “웹킷 엔진을 쓰면 EPUB3을 준비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말했다.

이병훈 유페이퍼 대표는 EPUB이 책뿐 아니라 웹 콘텐츠를 유통하는 그릇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웹과 책은 모호해지고 EPUB은 디지털 콘텐츠 유통을 위한 게 될 것”이라며 “웹 콘텐츠는 패키징이 안 돼 팔기 어려웠으나 EPUB으로 웹 콘텐츠를 상용화하고 유통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미지로 된 만화책도 EPUB 형태로 유통이 되는 상황은 그의 의견에 힘을 보탠다.

이미 전자책 뷰어와 웹브라우저의 경계는 흐려졌다. 전자책과 웹사이트 모두 HTML 기반이며, HTML5를 지원하는 걸 큰 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병훈 대표의 주장대로 음악과 영상을 EPUB 형태로 사고파는 모습이 등장할지 모를 일이다.

이 가정이 현실이 되면 별도의 전자책 뷰어가 필요 없게 될 것이다. 지도현 과장은 “크롬이 EPUB 처리기(여러 파일을 책처럼 묶어 보여주기와 밑줄 긋기, 메모하기 등의 기능)을 갖추게 되면 크롬만으로 EPUB을 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은 웹브라우저가 EPUB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 안에 있는 파일을 낱개로 띄울 수만 있다. 부가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으면 전자책 뷰어처럼 여러 파일을 책 한 권으로 묶어 보여주지 못한다. 또 웹브라우저 자체는 저작권자가 콘텐츠 복제와 이용을 제어하는 디지털저작권관리(DRM)을 지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HTML5에 DRM을 도입하려고 해 장밋빛 환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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