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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전자책 담합 가리자’…재판 시작

2013.06.04

애플이 5개 대형 출판사와 전자책 가격을 올리려고 담합했는지를 두고 3주간의 재판이 6월3일 시작됐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이 재판은 미국 법무부가 2012년 4월 소송을 제기한 데서 출발했다. 미 법무부는 애플과 사이먼앤슈스터, 아셰트그룹, 피어슨PLC펭귄그룹, 맥밀란, 하퍼콜린스가 담합해 전자책 독자가 수백만 달러를 더 부담하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셰트그룹과 하퍼콜린스, 사이먼앤슈스터는 가장 먼저 법무부와 합의했고, 이후 맥밀란과 펭귄그룹도 소송 대신 합의를 선택했다.

5개 출판사는 법무부와 합의하며 앞으로 3년간 전자책 소비자 판매가를 정하는 권한을 유통사에 넘겨주기로 했다. 5년 동안 전자책 유통사가 할인하는 걸 막지 않기로 했다. 애플의 전자책 서비스 ‘아이북스’에서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지도 않는다. 이게 법무부와 출판사가 합의한 내용이다.

애플은 법무부의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팀 쿡 애플 CEO는 2013년 5월 열린 ‘D10’이란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우리가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 하는 것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애플쪽 변호사인 오린 스나이더는 이번 소송을 ‘괴상하다’라고 말했다.  팀 쿡 CEO도 “전자책 소송은 괴상하다”라며 “우리는 옳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으며 원칙적으로 일한다”라고 ‘D10’ 콘퍼런스에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3일 첫 재판에서 미 법무부는 담합 의혹을 사실로 밝히기 위해 81장짜리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준비했다. 애플과 5개 출판사가 주고받은 e메일과 통화 기록 등을 도표로 정리했다.

▲미 법무부는 5개 출판사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애플과 전자책 가격을 올리려 했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며, 출판사는 법무부와 합의했다.

에디 큐 애플 수석부사장은 아이북스 출시를 앞두고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에게 새로운 가격 체계를 정하고 출판사에 제안해야 한다고 e메일로 보고했다. 애플과 출판사 사이에서는 9.99달러는 너무 낮고, 12.99달러 이상은 돼야 한다는 얘기가 오갔다. 9.99달러는 미국 전자책 유통사 1위인 아마존이 파는 전자책 가격이다. 아마존은 전자책을 출판사에 15달러 선에 산 뒤 이보다 낮은 가격인 9.99달러에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는 애플 전자책 서비스인 아이북스가 출시되고 5개 출판사의 전자책 값이 올랐다는 점도 지적했다. 법정에 선 코네티컷주의 조셉 닐슨 보좌관은 “대리점 계약 모델로 바꾸자마자 우연히도 전자책 가격이 올랐다”라며 “소비자 피해가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애플 아이북스 출시와 전자책 가격이 오르는 데에 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조셉 닐슨이 말한 대리점 계약 모델은 애플이 운영하는 전자책 가격제로 아마존을 비롯한 여느 서점과는 방식이 다르다. 대체로 서점은 출판사에 표시 가격의 절반 정도에 책을 산다. 소비자에게 팔 때는 각 서점의 상황에 맞게 가격을 정한다. 이건 총판 모델이라고 부른다.

▲미국 전자책 총판 모델. 미 법무부는 아마존이 전자책도 종이책과 같은 값에 출판사에 사서 소비자에게는 그보다 낮은 값에 판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애플은 자사의 모바일 응용프로그램 장터인 앱스토어 방식을 전자책에도 적용했다. 가격은 출판사가 정하고 애플은 판매가격의 30%를 받는 것이다. 애플은 책을 떼어다 파는 아마존이나 다른 서점과 달리 판매 대리인에 불과하다. 이를 대리점 계약 모델이라고 한다. 애플은 5개 출판사와 대리점 계약 모델로 전자책 가격을 정하기로 하며, 다른 서점이 애플보다 더 싸게 전자책을 팔지 않게 하도록 요구했다.

▲대리점 계약 모델에서 소비자에게 아마존과 같은 값에 책을 팔면 출판사는 수익이 준다. 애플은 출판사에 책을 산 뒤 소비자에게 파는 아마존과 달리, 판매가의 30%를 받는다.

▲결국 출판사가 수익을 늘리려면 소비자 판매가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미 법무부는 총판 모델에서 표시가가 20달러 이상이어도 아마존이 이를 절반 값인 10달러 이상에 산 뒤 소비자에게 9.99달러에 팔았으나, 대리점 계약 모델에서 총판 모델과 같은 값인 9.99달러에 소비자에게 팔면 출판사는 7달러만 얻게 된다. 출판사가 총판 모델에서 서점에 받던 값만큼 대리점 계약 모델에서도 받으려면 소비자 판매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법무부가 시장에 나타난 현상으로 음모를 제기한다며 의혹에 반대했다.

6월3일 첫 재판에서 2012년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와 크게 다른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상황이 변했다. 당시 법무부의 합의안을 거부하고 소송을 하기로 한 맥밀란과 펭귄그룹이 합의로 돌아서며, 애플만 소송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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