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디지털 시대의 빛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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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항상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구글이 정기적으로 여는 ‘개방성포럼’은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우리의 미래를 짚어보고 그 안에서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이런 철학 자체는 구글의 막강한 검색엔진, 클라우드를 통한 데이터와 접목해 세상을 끊임없이 바꿔놓고 있다. 물론 너무나도 빠르게 새로운 서비스를 무료 혹은 저렴하게 내놓고 기존 생태계를 위협하기도 하며, 순식간에 서비스를 정리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구글은 짓궂다.

IT 업계에서는 벌써 10여년 전부터 농담처럼 ‘구글의 목표는 지구정복이다’라는 말을 해 왔다. 구글을 자그마한 검색창 하나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반복할 필요도 없다. 이미 구글은 세상을 2개의 차원으로 분리해서 바라보고 있다. 에릭 슈미트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실세계’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생겨난 ‘가상세계’의 2가지 문명이 공존하며 서로 충돌과 상생의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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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새로운 디지털 시대’엔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다소 무거워보이는 제목과 목차에 비해 도입부는 상당히 쉽고 흥미롭다. 책을 펼치고 55페이지까지 쉼 없이 공상과학 소설같은 내용이 이어진다. 인터넷과 그 연결성, 그리고 이를 우리 앞에 효과적으로 보여줄 저렴하고 강력한 모바일 기기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바꿔 나갈지 숨가쁘게 설명한다. 침대는 알람시계 대신 일어날 시간에 내 가사수면 상태를 파악해 잠을 서서히 깨우고, 등을 가볍게 맛사지해 밤사이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잠에서 깨면 오븐은 빵을 굽고 커피 머신은 스스로 신선한 커피를 내린다. 옷장 옆 투명 디스플레이는 옷을 입는 동안 그날의 일정과 주요 뉴스를 보여준다. 출퇴근은 무인자동차로 하는데 일정과 이동 시간을 파악해 언제 출발해야 늦지 않을지를 알려준다.

어렸을 때 읽었던 공상과학 소설과 비슷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일부는 인터넷으로, 일부는 모바일로 현실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이미 구글이 진행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 책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이런 희망적이고 고도로 발달된 IT 환경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들, 현실과 온라인의 경계에서 겪는 고민들이다. 국경이 사라지면서 겪는 신분의 이중성이나 신문과 방송이 따르지 못하는 소셜의 신속성과 ‘날것’의 힘이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테러나 혁명, 쿠테타의 모양새도 변화하고 있다. 그 국가의 교육수준과 소득을 높이려면 인터넷을 깔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주입되는 이야기들 대신 외부와 소통하고 다양한 시각들을 갖춘 정보들을 많이 접하면 자연스레 보는 눈이 생긴다. 이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안하거나 지배력을 높이고자 하는 국가들은 인터넷과 가상 세계를 강하게 규제한다.

단적인 예가 2011년의 이집트다. 이집트에선 반정부 시위가 전역으로 퍼지는 것과 동시에 국가 전체가 인터넷과 통신이 단절됐다. 하지만 이런 사태는 국내외에서 더 큰 반발을 일으켰다. 이집트 국경을 벗어난 외국인들은 이집트 내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전파했다. 이집트 내부에선 구글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유선전화를 이용한 인터넷 접속이나 트위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해 참혹한 사태를 외부 세계에 퍼뜨렸다. 정부가 통신을 막고 자유를 억압한다고 느낀 국민들은 더 많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결국 정부는 네트워크를 지배할 수도 없었고 시민들을 통제하지도 못했다.

힘없는 소시민들처럼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으로 해석되는 부분도 있지만 테러는 더 고차원적으로 변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테러 수준의 해킹은 실제 전쟁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은밀하고 치밀하게 이뤄지는 사이버 테러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도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앞으로 우리 세상은 현실과 가상의 두 문명으로 더 급격히 분리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통제와 자유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남용, 고통, 파괴의 기본적인 욕망들이 그대로 연결된다. 공상과학 소설처럼 보이는 고속의 무선인터넷, 입는 컴퓨터, 홀로그램 등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하게 연결할 수 있는 도구일 뿐이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고민이 뚝딱 해결될 것도 아니다. 가상공간에서도 빈부의 격차, 사회적 불평등, 폭력 등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고 가상공간 스스로가 자정능력을 갖고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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