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포럼] 키덜트를 위한 자랑갤, ‘지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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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포럼은 ‘혁신은 담벼락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포럼 회원 중 한 명이 말한 게 발화점이 됐습니다. “벤처가 넘어야 할 담은 높고, 벤처는 높은 담벼락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며 사업을 한다”란 설명이었습니다. IT 벤처가 기댈 담벼락이자 새 서비스를 알리는 담벼락(게시판)이 되고 싶다는 뜻도 담겼습니다.

담벼락포럼은 매달 참가 기업 신청을 받습니다. 창업스토리를 들려주고 서비스 허점을 파고드는 거침없는 질문에 대답도 해줄 곳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열정 가득한 IT 스타트업을 응원합니다.

* 담벼락포럼 웹사이트(참가신청)
* 담벼락포럼 옛 모습, ‘SNS포럼’ 보러가기

한국에서 특정 주제를 바탕으로 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는 ‘카페’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합니다. 다음과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서비스는 이용자끼리 몇 년간 쌓은 관계와 정보가 있습니다. 초심자가 모인 동호회, 오프라인 모임도 종종 열고 상거래를 도입하거나 기업 후원을 받는 카페도 있지요.

‘버티컬 SNS’라고 불리는 서비스는 포털 카페와 쓰임새는 비슷한데 카페에서 특정 주제만 빼 왔습니다. 애완동물, 독서, 영화, 동창회, 취업, 재테크, 식도락 등 카페 서비스에 있는 카테고리를 모바일에 맞게 제작했지요. 한국에 스마트폰이 보급될 때 카페 서비스는 모바일 전용 SNS보다 모바일 최적화가 늦었는데요. IT 신생기업은 발 빠르게 대응해 주제별 SNS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습관이란 게 강한 모양입니다. 애완동물, 독서, 동창회, 중고장터, 취업, 식도락 등 각양각색 주제별 SNS가 나왔지만, 카페는 건재합니다. ‘아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 때인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가지스튜디오가 2013년 5월 출시한, 키덜트끼리 물건 정보를 공유하는 ‘지빗’은 카페의 높은 벽을 깰 수 있을까요.

  • 일시: 2013년 5월 29일 수요일 오후 4시
  • 장소: 가지스튜디오 사무실
  • 참석자: 김범섭 벤스터 대표, 김범진 시지온 대표, 김호근 아이쿠 대표, 장진호 아몬드소프트 대표, 황룡 사이러스 대표, 황재호 가지스튜디오 대표, 정보라 블로터닷넷 기자

가지스튜디오는 넥슨코리아와 넥슨아메리카에서 일한 황재호 대표가 같은 회사 출신인 최민호 최고기술책임자, 정기엽 아트디렉터와 2012년 6월 설립한 회사입니다. 지금은 소셜데이팅 서비스 코코아북과 해피빈재단, 캡콤 등에서 온 직원 3명을 영입해 총 6명이 있습니다.

게임 회사 출신이 주축이지만, 황재호 대표는 ‘게임을 안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주류에서 이길 승산이 없고 취미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게임 쪽을 잘 아니까 게임의 요소를 써서 사람을 움직여보자고 시작했어요. 숨은 욕망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용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포인트를 받고, 배지를 얻는 활동이라는 데서 지빗이 공략하는 이용자층을 눈치챘나요? 가지스튜디오는 남성 이용자를 공략해 지빗을 만들었습니다. 성인이 됐어도 어린 시절에 갖고 놀던 장난감이나 즐겨본 만화책, 애니메이션을 찾는 ‘키덜트’가 지빗의 주요 이용자입니다. ‘내가 수집한 건프라(건담 플라스틱 부품 조립 장난감)’라며 누군가에게 보이고 다른 사람이 올린 또 다른 물건에 열광하며 얘기를 나눌 사람이 지빗에는 안성맞춤 이용자죠.

“‘궁극의 자랑갤(자랑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게시판)’을 모토로 합니다. 취향이나 관심 기반 SNS라고 하면 핀터레스트나 비슷한 서비스가 있는데요.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건 왜 없는지를 고민했습니다. 남자는 정보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죠. 같은 자동차를 두고도 남자는 몇 기통이고 몇 CC인지 등을 따진다면, 여자는 ‘예쁘다’라고 평가하는 것 같아요.”

지빗은 ‘전시’라는 뜻의 영어단어 ‘exhibition’에서 따왔습니다. 겉모습은 사진 SNS인데 이용자가 사진을 올릴 땐 해당 물품에 대한 상세 정보를 입력하게 합니다. 물건 사진을 올리며 이 물건을 만든 회사, 제작 년도, 구입 장소나 쇼핑몰, 가격, 좋아하는 이유, 별점 등을 함께 올릴 수 있습니다.

▲지빗에 올라온 사진을 웹브라우저로 볼 때

황재호 대표는 ‘자랑갤’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핀터레스트를 따라 만들었지만, 핀터레스트를 쓰면서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산 건프라’를 소개하는 콘셉트로 바꿨습니다. 건프라만 공유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지빗에는 헤드폰,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레고, 피규어, 모형 자동차, RC, 악기, 패션소품, 오디오, 캐릭터 상품, 음반, 게임, 컴퓨터, 모바일, 카메라, 스포츠, 만화책, 스니커즈, 도서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게임에서 등급을 올리듯이 지빗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가 올린 사진에 ‘멋져요’라는 단추를 누르고, 다른 이용자를 ‘팔로우’하고, 새 글을 등록하면 ‘팔로워 5명 달성’과 같은 배지를 받습니다. 내가 올린 글에 댓글이 28개 달리면 그것도 배지감입니다. 검색 기능을 써도 배지를 받지요. ‘골드’라는 포인트도 얻는데요. 가지스튜디오는 이용자가 골드를 쓸 방법을 아직 마련하지 않았지만, 이용자 활동을 독려하고자 골드를 많이 모은 이용자에게는 경품을 줄 계획입니다.

▲지빗의 프로필 페이지

그런데 키덜트끼리 ‘나 이런 물건 갖고 있어요’라고 사진을 공유하는 서비스가 과연 ‘돈 되는 서비스’일까요. 황재호 대표는 발표된 자료만으로도 5천억원 시장으로 추산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서비스를 두고 ‘콘셉트는 이해하겠는데 시장이 작다’란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마트는 작년 매출이 8% 줄었지만, 완구 쪽은 20%가 늘었다고 합니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이마트는 완구 코너를 확장했고요. 레고 같은 건 아이들과 해도 안전해 어른과 아이가 같이 즐길 수 있죠. 전 불황이어도 취미에 돈을 쓰는 문화는 늘 거라고 봅니다.”

▲가지스튜디오는 키덜트 시장이 있고, 작지 않다고 말합니다.

황재호 가지스튜디오 대표 우리는 마니아 시장을 쉽게 풀자는 걸 비전으로 삼는다. 카페는 정보 공유로 시작해 친목 활동 중심으로 변하며 초심자가 끼기 어렵다. 지빗은 초심자와 카페 사이에 있다.

김범섭 벤스터 대표 크게 보면 지빗은 시장성이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 서비스가 카페보다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건담 카페 회원이 카페가 아닌 지빗에서 활동할 때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

황재호 모바일에서의 편의성과 공유하기 쉽다는 점이다. 지금 카페는 기존 멤버끼리 관계가 탄탄하여 초심자에겐 진입장벽이 있다. 그래서 카페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김범섭 그 말은 지금 카페 이용자는 지빗이 공략하는 이용자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황재호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

황룡 사이러스 대표 편의성이 핵심은 아닌 것 같다. 네이버는 최근 1년 사이에 모바일 서비스가 좋아졌는데 카페 서비스도 개선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편의성을 뺀 지빗의 포인트가 궁금하다. 게임 요소인가, 상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인가.

황재호 처음엔 건담을 위주로 하여 모바일 카페를 만들고 싶었지만, 네이버를 이길 아이디어가 없었다. 이용자 테스트를 한 결과 새로운 물건을 접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 걸 확인했다. 그것은 (키덜트) 카페에서 줄 수 없는 경험이다. 건프라 카페라면 건프라 위주로 얘기한다. (다른 애기는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장진호 아몬드소프트 대표 기존 카페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게다. 지빗은 가볍게 물건 정보를 공유한다는 데서 기존 카페보다 루리웹과 겹친다. 루리웹은 정보를 쌓는 게 아니라 오늘 보고 내일 까먹는 성격이 강한데 지빗은 어떠한가.

황재호 건담을 봤다고 치면, 건담 관련한 정보를 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다른 물건을 엮어서 보는 게 우리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사진 페이지에서 브랜드를 누르면 브랜드 검색이 되고, 태그를 누르면 태그 검색이 된다. 기존 게시판에서는 못 주는 것이다.

김호근 아이쿠 대표 지빗은 커뮤니티인가 쇼핑몰인가.

황재호 장기적으로는 쇼핑몰을 바라보는데 지금은 커뮤니티다.

김호근 게임 느낌이 강한데 꼭 성공하면 좋겠다. 게임 요소를 접목한 SNS를 시도한 사례가 많지만, 성공한 사례는 아직 접하지 못했다. 가지스튜디오가 성공사례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지빗은 이용자가 글을 올리거나 댓글 달기, ‘멋지다’ 단추 누르기 등 특정 활동을 하면 골드나 배지를 준다.

황재호 게임 요소는 애매하게 적용하면 안 된다. 이용자가 뭔가를 했을 때 보상을 받는 게 안 받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지빗에는 과감하게 넣었다. 특정 활동을 하면 팝업창을 띄운다.

김범진 시지온 대표 사용자가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느낌을 주면 좋겠다. 앞으로 3~6개월간 개발은 하지 않고 사용자가 쓰는 걸 지켜보면 어떨까. 지빗을 써보곤 내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갖췄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용자가 ‘이것 해주세요’라고 건의할 여지가 없다.

지빗을 주제로 담벼락포럼을 진행하며 공감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었습니다. 황재호 대표를 비롯해 이번 포럼에 참석한 담벼락포럼 회원 모두 남성이었는데요. 남자와 여자라는 차이 때문인 걸까요. 황재호 대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자들은 하루 종일 윈도우 쇼핑을 하던데 남자들은 그것보다는 남들이 뭘 가졌는지에 관심이 많은 편이죠. 예쁜 차만 하루 종일 둘러보는 사람은 없어도, 친구 차를 눈여겨 보는 사람은 많습니다.”

지빗이 과연 남자들이 노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전직원이 남성인 회사가 만든 남성을 위한 서비스 지빗이 남성 회원을 기다립니다.

지빗은 아이폰앱으로 쓸 수 있으며, 공유한 내용은 웹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앱은 2013년 6월 중 출시 예정입니다.

▲가지스튜디오(이미지: 지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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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스튜디오와 지빗의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동영상을 감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