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자국민 통화기록 수집 들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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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홍수 시대, 모두가 걱정하는 빅브라더는 이미 출현한 모양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4월25일부터 3개월여 동안 스파이 활동 감시를 목적으로 매일 자국민 통화기록을 수집해 분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사를 위한 목적으로 감시 대상에 오른 몇몇 특정 인물의 통화 내역을 조사한 게 아니라 거의 전국민 수준으로 무차별적으로 통화기록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 여론이 높다. 대체로 ‘정부 앞에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긴 하냐’라는 분위기다.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한 건 가디언이다. 가디언은 미국 해외정보감독원이 발급한 최고기밀법원명령 복사본을 입수해 “미국 해외정보감독법원이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에 ‘버라이즌에 모든 고객 통화 정보를 매일 국가안보국에 전달하라’라는 서한을 보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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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flickr ‘briggz5d’. CC-BY

해당 서한에는 통화 당사자의 위치 데이터, 전화 통화 횟수, 통화 시간, 등 사실상 통화 내용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 국가안보국에 전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버라이즌 시스템에 저장되는 고객 통화 정보를 모두 공개하라고 명령한 셈이다.

가디언은 “명령서에는 휴대폰 가입자의 이름, 주소, 금융정보 같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라는 언급은 없다”라며 “하지만 전화번호와 국제 모바일 가입 정보처럼 주요 데이터를 확인하면 누가 언제, 어디서 연락을 주고 받았는지 추적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미국이 스파이 활동 감시를 목적으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신사 등 기업에 요청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은 2006년에도 USA투데이에 의해 대규모 통화 기록 수집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당시 국가안보국은 9.11 테러 이후 테러범 추적과 조사를 위해 통화기록과 e메일 기록 등을 분석했을 뿐, 국민 사생활은 철저히 보호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가안보국의 이 같은 발언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허울좋은 사탕발림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국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빅브라더가 아니냐’라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포브스로이터 등 해외 외신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미국 정부가 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국민을 감시하고 있을지 모른다”라며 “정부의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에 대한 법정 제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가안보국, 백악관, 미 법무부 등은 공식 입장 발표를 거절한 상황이다. 에드 맥파든 버라이존 대변인은 “더 이상 해줄 수 없는 얘기가 없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상원정보위원회를 비롯한 국회의원은 현재 버라이즌 외 AT&T 등 다른 통신사도 대상에 포함되는지, 유사한 명령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