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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WWDC 키노트에 드러나지 않은 얘기들

2013.06.11

애플의 키노트를 직접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처음은 ‘아이패드 미니’와 신형 ‘아이맥’ 등이 공개된 지난해 가을 이벤트였습니다. WWDC는 또 달랐습니다. 일단 규모 자체가 다릅니다. 아무래도 미디어들만 초청하는 행사와 개발자들이 함께 참석하는 행사의 분위기가 같을 수는 없겠지요.

늘 그렇듯 이번 키노트도 행사장 내 분위기는 하나의 공연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기능 하나하나에 개발자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재미있는 요소였습니다. 새 맥프로가 공개됐을 때와 iOS7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리고 앱 자동 업데이트 등이 소개됐을 때는 그 큰 행사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iOS7의 모습이 처음 공개된 동영상이 끝난 뒤 적잖은 이들이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무대로 다시 올라온 팀 쿡 CEO에게 무대가 떠나가라 ‘I love you!’를 외치는 이도 있었습니다. 팀 쿡도 웃으며 ‘Thank you’라고 화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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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티켓 예매와 공인인증서

애당초 WWDC 티켓이 2분만에 매진됐다고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72초였다고 합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이들은 모두 71초 안에 표를 끊은 사람들이라는 얘기입니다. 그 어떤 공연이나 수강신청보다도 더 열심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국내 개발자들은 남들이 하지 않는 노력을 하나 더 해야 했습니다. 바로 ‘공인인증서’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국내 개발자들에게 어떻게 티켓을 끊는데 성공했냐고 물어봤는데, ‘끊임 없는 반복 클릭’이라는 좀 싱거운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것 외에는 왕도가 없지요. 그런데 의외로 공인인증서 때문에 중도에 포기한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애플의 티켓은 WWDC 공식 웹사이트에서 신청하면 국내 웹사이트로 연결돼 결제가 이뤄집니다. 온라인 애플스토어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결제가 이뤄지다보니 30만원 이상의 온라인 결제에 공인인증서가 필수라는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네. 지금 WWDC에 참석하신 국내 개발자분들은 모두 71초만에 이 과정을 거친 뒤 미국에 오셨습니다. 대단한 분들입니다.

조너선 아이브와 OS에 대한 불안감 해소

애플은 그간 스티브 잡스의 결단력과 강한 카리스마로 각인된 기업이었지만, 사실 내부에서 제품이 만들어질 때는 각 역할을 맡고 있는 수석부사장들의 역할과 권한이 철저히 지켜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 스콧 포스톨의 운영체제, 필립 실러의 제품 마케팅이 스티브 잡스의 직관력과 어우러져 그간의 히트작들을 내놓은 것이지요.

그래서 지난해 스콧 포스톨이 애플을 떠나고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조너선 아이브에게 넘겨준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iOS7은 그 어느때보다 기대가 컸던 만큼, 걱정도 컸습니다. 저는 사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는데 실제 공개된 OS X 매버릭스와 iOS7 두 운영체제는 불안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잘 다듬어졌습니다. 스콧 포스톨이 없다고 하루 아침에 운영체제가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그 변화도 몇 달 사이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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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7의 변화는 디자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새 디자인은 아이폰과 더 잘 어울려 보입니다. 하지만 더 눈에 띄는 것은 인터페이스의 변화입니다. 위로 밀어올리는 잠금 해제나 설정에 들어가지 않아도 주요 기능들을 손볼 수 있는 콘트롤센터 등이 완성 단계에 오른 운영체제를 더 쓰기 편하도록 다듬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물론 iOS7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기술이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스콧 포스톨이 고집한 스큐어모피즘 대신 조너선 아이브의 단순함과 미니멀리즘에 대한 철학이 운영체제에서도 분명히 드러났고, 그 안에서 더 쓰기 편한 요소들이 살짝살짝 더해졌습니다. 그 변화가 iOS7을 완전히 새로운 운영체제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한번쯤 다르게 보인다는 인상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고 보입니다. 현장에서 기자들과 개발자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조너선 아이브에게 넘어간 운영체제에 대한 걱정을 거의 씻어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다음 버전에서는 기능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숙제를 갖게 됐습니다. 아 참, 키노트에 직접 나서는 것도요.

희미해져가는 스콧 포스톨의 흔적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번 키노트를 통해 스콧 포스톨의 흔적이 적어도 겉으로는 많이 희미해진 것처럼 보입니다. iOS7은 말할 것도 없고 OS X도 캘린더나 메일, 사파리 등 앱 내부 디자인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꼭 디자인 뿐 아니라 OS X의 코드명도 신경이 쓰입니다. 그간 OS X는 고양이과의 동물을 코드명으로 써 왔습니다. 타이거, 레퍼드, 라이언 등의 이름을 갖게 됐지요. 이번 WWDC에서 파도 그림 위에 X를 새긴 배너 때문에 ‘시 라이언’(Sea Lion)이 코드명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는데, 바다사자는 고양이과가 아니었죠. 키노트에서도 바다사자 그림을 꺼내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고양이과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매버릭스는 캘리포니아의 한 지역명입니다. 파도와 서핑으로 유명한 바닷가 지역인데, 이 때문에 OS X의 배너에 파도 그림을 넣은 것입니다. 애플은 과거 10년동안 써 왔던 고양이과의 코드명을 버리고 앞으로 10년동안은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코드명으로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안 그래도 코드명을 바꿔야 할 시기가 가까워지긴 했습니다. 이번 매버릭스 자체가 10.9 버전이었고 그 다음 11 버전부터는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10.9부터 다른 코드명을 가져가기로 한 것은 역시 개발을 이끄는 수장이 달라졌다는 걸 상징하는 결정으로 보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iOS7의 화려함이 매우 탐나지만 스큐어모피즘이 희미해진 것도 한편으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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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와 통합, 강력해진 아이클라우드

어쨌든 애플의 주요 무기인 OS X와 iOS의 통합은 올해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간 아이워크와 아이라이프 등 OS X의 요소들이 iOS에 접목돼 왔다면, 이번에는 iOS의 강점이 OS X으로 넘어왔습니다. OS X에 더해진 기능들을 보면 지도, 캘린더, 아이북스 등이 있습니다.

특히 이 기능들이 캘린더에서 위력을 발휘합니다. 시간과 약속 장소를 정하면 이전 일정을 치르는 곳에서 다음 일정이 있는 장소까지 이동하는 경로와 시간을 고려해 출발 시간을 알려주는데, 이걸 곧바로 아이폰으로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아이클라우드는 아이워크와 더 긴밀해졌습니다. 앞으로는 웹브라우저로 아이클라우드 웹사이트에 접속해 문서를 편집할 수 있게 됐고, 각 문서들은 태그로 정리됩니다.

맥프로, 데스크톱 컴퓨터의 미래

발표 현장에서 맥프로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맥프로가 소개되자 개발자들이 여기저기에서 소리를 질러대며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크기가 확 작아졌습니다. 애플이 PC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얘기입니다. 그간 맥프로는 확장성을 고려해 크기를 키웠습니다. 물론 컴퓨터가 크면 성능이 좋다는 편견도 있겠지요. 새 맥프로는 부피가 7분의 1로 줄었습니다. 아무래도 메모리를 제외하고는 다른 부품을 업그레이드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문제 없을까요? 맥프로의 생명력은 확장성일텐데요.

애플의 자신감은 썬더볼트2에 있습니다. 썬더볼트를 통해 확장하려면 외부로 빼라는 얘기지요. 내장으로 처리하나 썬더볼트를 이용해 외장으로 처리하나 성능면에서 차이가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이겠지요. 마치 맥북에어가 처음 나올 때 광학 드라이브를 빼 버린 장면이 오버랩됩니다. 애플은 맥프로를 ‘전문가 데스크톱의 미래’라고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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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에어는 하스웰 대표 노트북?

인텔이 4세대 코어 프로세서 ‘하스웰’을 발표할 때 노트북에서 배터리 이용 시간이 9시간이라고 콕 찍어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건 어떤 제품을 기준으로 한 것일까요? 인텔은 이름만 딱 대도 알 만한 제품이 필요했을 겁니다. 저는 이때 맥북에어 11인치를 떠올렸습니다. 맥북 에어의 배터리 이용 시간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요.

아니나 다를까 애플이 맥북 에어 11인치를 9시간동안 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13인치는 배터리가 더 크기 때문에 12시간까지 된다고 하지요. 맥북 에어는 이제 단일 제품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노트북이 됐고 그 상징성이 인텔에게도 의미가 되는 듯 합니다. 물론 두 회사의 관계는 이전부터 별도의 프로세서를 만들어줄 정도로 아주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애플이 다른 제품으로도 인텔 칩을 확장할까요?

미국의, 캘리포니아의 애플

WWDC2013에서 제품 외에 느껴졌던 또 한 가지는 애플이 지역 기반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애플은 제품 발표 곳곳에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를 강조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이 디자인과 설계를 했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팀 쿡 CEO는 맥프로가 미국 내에서 생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애플은 미국에서 가장 매출이 큰 기업 중 하나입니다. 사회적인 공헌을 해야 하기도 할 뿐더러 요구 사항도 큽니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라는 요구가 뒤따르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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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애플은 올 초부터 생산이 복잡한 맥 제품을 시작으로 일부 제품을 미국 본토에서 생산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아이맥이 그 시초였습니다. 맥프로도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물론 애플이 직접 생산하는 것은 아니고 미국내의 폭스콘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긴 하지만, 미국의 제조 산업에 끼치는 영향은 꽤 클 겁니다. 미국 사회가 제조 산업을 다시 안으로 가져오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데 대한 화답일 수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애플이 설계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어볼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경제의 적잖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캘리포니아를 강조하는 새 OS X의 코드명도 더불어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글로벌 기업, 해외 진출 등이 핵심 키워드인 요즘 세상에 ‘기본으로 되돌아가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애플은 캘리포니아의, 미국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고 그에 화답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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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