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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iOS7’, 조너선 아이브를 입다

2013.06.12

딱 1년만에 iOS가 새 단장을 했다. 팀 쿡 CEO는 “역사상 가장 새로워진 iOS”라고 강조했다. 내가 iOS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아이폰OS 2.0(iOS는 4.0부터 붙은 이름이다)부터였는데, 그간 써본 iOS 중 iOS7은 가장 충격적인 iOS다. 하지만 가장 새로워진 iOS라는 말에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글쎄’라는 생각이 든다. 발표 현장에서 iOS7을 접하고 곧바로 내려받아 꼬박 하루동안 써 본 경험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iOS7

닮은 듯 다른 6과 7

아이폰을 처음 켜면 가장 먼저 하는 동작은 ‘밀어서 잠금해제’다. 이 화면이 바뀌면서 첫인상부터 새로운 운영체제를 쓰는 느낌이다. 새로 바뀐 잠금화면은 위로 밀어 잠금을 푸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이전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밀어서 연다. 한두번 헷갈린 뒤에는 별 문제 없지만, 직관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신 예전처럼 아래 부분을 미는 게 아니라 화면 전체가 밀어지는 것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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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잠금해제 화면 하나만으로도 새 iOS의 많은 부분을 짚어볼 수 있다. 잠금화면에서 필요한 역할은 시계, 알림메시지, 그리고 잠금해제다. 새 iOS는 그 구성 요소들을 최대한 감춘다. 기존 iOS는 모든 화면 구성이 “날 눌러” “날 밀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밀어야 하는 곳은 스위치로, 눌러야 하는 곳은 버튼으로 만들었다. 메모는 몰스킨 메모장같은 화면에 하고 음악은 오디오처럼 생긴 앱으로 듣는다.

그 절정은 팟캐스트 앱이었다. 테이프를 돌리는 듯한 화면이 재생 시간 동안 실제로 움직였고 메뉴를 설정하려면 화면을 눌러 뚜껑을 열고 버튼을 눌렀다. 이건 이전 iOS 책임자인 스콧 포스톨이 강하게 추구했던 부분이다. 스큐어모픽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런 요소들은 iOS에 세세한 재미를 줬던 부분이기도 하고 직관적인 조작감을 만드는 효과도 냈다. 새로 iOS를 맡게 된 조너선 아이브는 다르다. 아이폰, 아이패드의 극단적으로 절제된 디자인을 보면 알 수 있다. 미니멀리즘이다. 최대한 선을 줄이되 아이폰5의 다이아몬드 커팅이나 모든 제품에 같은 사이즈로 꺾은 귀퉁이 곡선 등으로 멋을 내고 제품에 일관된 이미지를 심는다. 단순함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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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iOS7의 잠금화면에는 밀어서 잠금해제 스위치가 없다. 화면 전체가 밀어진다. 처음에는 약간 어색하지만 얻은 것 하나는 확실하다. 깔끔하고 예쁜 바탕화면이다.

변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잠금을 풀면 다음으로 맞이하는 게 아이콘이다. iOS7은 아이콘이 싹 달라졌다. 이름을 가리고도 어떤 아이콘인지 다 맞출 수 있을 만큼 기존 아이콘의 메시지는 갖고 있되 분위기는 전혀 달라졌다. 뭐가 달라졌다고 콕 집어 이야기하는 건 어려운데,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아, 그 차이는 다른 아이콘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iOS7의 아이콘은 기존에 쓰던 앱들과 이질감이 상당하다. 그게 애플이든,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말이다. 벌써부터 개발자들의 아이콘을 둔 고민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아 참, 그 안에서도 ‘깨알같은’ 섬세함을 놓치지 않았다. iOS7의 시계 아이콘은 실제로 움직인다. 초침까지 스르륵 움직인다.

덕분에 분위기를 달리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예쁘다. 여성적이라고 해야 할까. 알록달록하면서도 섬세한 분위기다. SNS에서는 ‘조너선 아이브에게 소녀감성이 있는 줄 몰랐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도 눈에 띄었다.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이브는 모든 앱을 새로 뜯어고쳤다. 맞다. 스콧 포스톨의 스큐어모픽을 싹 걷어냈다. 모든 인터페이스는 새하얀 바탕에서 시작한다. 버튼은 없다. 대신 기능을 알려주는 텍스트만 얹었다. iOS6까지는 직접 버튼을 누르는 느낌이었다면 iOS7은 터치버튼을 누르는 느낌이다. 메모장도, 미리 알림도, 메시지도 각 이미지를 떼어내고 흰색 위에 텍스트, 그리고 아주 적은 선으로 각 앱의 특성을 설명한다. 아이브의 디자인 감성은 iOS에서도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직관성이라는 면에서는 일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그래서 베타 테스트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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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약간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iOS7의 디자인 말이다. 앱은 정말 할 수 있는 한 단순하게 만들었는데 메인 화면은 화려함의 극치다. 아이콘과 배경 화면이 모션 센서에 따라 움직이며 아이콘이 떠 있는 것 같은 효과는 지나칠 정도다. 너무나 극단적이고 대조적이다. 그런데 이걸 아이폰 디자인과 붙이면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단순한 선의 하드웨어에 다이아몬드 커팅으로 멋을 내고, 다시 심플한 UI를 화려한 아이콘으로 강조한다. 디자인의 강약이라고 볼 수 있을까.

iOS7은 하얀색 아이폰5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에는 동의한다. 처음 iOS7을 검은색 아이폰4S에 깔았는데 키노트에서 보던 것과 전혀 다른 인상이다. 젊은 여성들이 가장 좋아할 것 같다. 조금은 아이콘이 차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발표 전 소문으로 돌던 흰색과 검은색 테마를 고를 수 있게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여러 이유를 떠나 아이폰, 아이패드라는 제품 관점에서 보면 하드웨어부터 OS까지 일관된 디자인 철학을 가져가는 모양새가 됐다.

디자인에 가려진 기능들

기능적인 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콘트롤센터다. 아래 끝에서 위로 밀면 튀어나오는 메뉴다. 이 안에서 곧바로 화면 밝기를 조정하거나 음악 재생, 무선랜, 블루투스, 회전 잠금 등의 제어를 할 수 있다. 또 플래시를 켜서 조명으로 쓰거나 시계, 계산기, 사진 등 자주 쓰는 기능을 모아 두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오래 전부터 알림창에 넣었던 것이다. iOS에서는 탈옥으로만 됐고 요구 사항도 가장 많았던 기능인데, 이번 iOS7에 포함됐다. 이용자들이 탈옥하는 가장 큰 이유가 하나 줄었다.

화면 맨 왼쪽으로 밀면 나오던 스포트라이트 검색은 사라진 대신, 화면 가운데쯤을 아래로 끌어당기면 검색창이 나온다. 이 안에서 모든 것들이 검색된다. 멀티태스킹은 기존과 같이 홈 버튼을 두 번 누른다. 앱을 닫는 것은 아이콘을 길게 누르는 게 아니라 위로 밀어서 밖으로 뺀다. 이건 웹OS나 블랙베리10에서 보던 것과 닮았다. 이것으로 화면을 밀어서 어떤 동작을 한다는 것은 이제 거의 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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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드롭은 맥에서 즐겨 쓰는 기능이다. 같은 네트워크 안에 물려 있는 기기들끼리 파일을 빠르고 쉽게 전송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NFC와 합쳐 상대를 식별하는데, 에어드롭은 네트워크 안에서 원하는 이용자들을 선별해서 보낼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의 포토스트림과 더불어 파일 공유가 강화됐다.

한글 자판에 천지인을 고를 수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일본어나 중국어의 경우 이미 다른 서너개의 자판이 적용돼 왔던 것의 연장이다. 이지한글이나 스카이한글도 적용될까. 한글 맞춤법 확인도 들어간다. 글꼴도 달라졌다. 조금 더 가늘고 시원스럽다. 사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처음 적용되면서 일반 디스플레이와 똑같이 보이기 위해 대부분 두꺼운 글꼴이 쓰였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가늘게 표시하니 화면도 더 넓어 보인다. 아이폰3GS가 iOS7 지원에서 떨어진 것도 부담없이 글꼴을 가늘게 한 것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페이스타임에서 영상을 뺀 무료 음성통화 ‘페이스타임 오디오’는 큰 이슈가 되진 못했다. 아이메시지, 영상통화, 음성통화까지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플랫폼에서 처리한다는 것은 통신시장 주도권이 망에 있나 플랫폼에 있나를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것만으로도 세계 통신시장을 흔들어 놓을 일이다. 애플도 의외로 거의 소개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 밖에도 앱스토어에서 나이별 콘텐츠를 분류하거나 앱을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은 현장에서 만난 개발자들이 공통적으로 반기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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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7 베타1은 용량이 크게 늘어났다. 아이폰4S나 아이폰5용 모두 설치본 용량이 1GB다. iOS6는 600~800MB였다. 대부분은 기능보다도 그래픽 효과에 더 많이 할당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iOS7는 기능이 디자인에 가려질 정도로 디자인 변경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iOS 자체가 5에 접어들며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6부터는 기존 기능들을 가다듬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시 7은 인터페이스의 변화를 꾀했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인의 큰 변화는 지금으로서 적절한 판단이다. ‘큼직한 한 방이 없다’는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바일 운영체제는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쓰지 않을 기능보다는 인터페이스를 가다듬는 것은 앞으로 모바일 운영체제의 흐름이면서 다른 기능들을 더 집어넣을 수 있는 토대가 된다. iOS7에선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 요소가 적용됐다면, 다음 버전에서는 기능적인 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해 보인다.

당장 설치하고 싶은가? 아직은 말리고 싶다. 베타1의 경우 아이폰4S에서도 다소 속도가 느리다. 최적화에 대한 고려가 아직 없는 첫 번째 베타판이기 때문일게다. 시스템이 부담스러워하다보니 배터리도 많이 쓴다. 아이폰5는 속도도 빠르고 배터리도 상대적으로 오래 간다. 하지만 아직 작동하지 않는 앱도 많고 뜻하지 않은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애플은 대체로 가을 정식 출시까지 2주에서 3주 간격으로 새 버전을 배포하면서 기능들을 더하고 빼기도 하며 정식판으로 가다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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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