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병원 마케터가 본 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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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하니까 하는 거죠.”

국내 한 중견 병원의 마케팅 담당자에게 들은 얘기다. 이 병원은 홈페이지와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상담용 카카오톡을 운영한다. 이중 하나만 운영하는 데에도 시간과 인력이 만만찮게 들 것 같다. 그에게 4개나 운영하는 까닭을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재미있다.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덜 세련돼 보일까 봐서요.”

무뚝뚝하고 무심하게 들리는 대답이다. 그에게 조금 더 얘기해달라고 청했다. 그 얘기를 전하기 앞서 짧게 요약하자면, 이 병원은 특정 마케팅 채널이 화제에 올라 개설부터 했다. 모두 이른바 ‘뜬다’고 일컬어지는 서비스였다. 마케팅이나 홍보 관련한 글에 항상 등장하는 서비스를 외면하기 어려웠으리라.

서울 지하철역 병원 광고

▲병원 광고는 온·오프라인에서 자주 보인다.

그러다 이 병원은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은 보류하기로 했다. 페이지를 없애는 건 아니고 더는 크게 공을 들이지 말자고 정했다. 그저 남들 하는 정도로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 병원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요’한 사람은 3천명 남짓에 불과하다. 자칭타칭 ‘알 만한’ 병원으로 알려진 명성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페이스북은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공간으로 기업이 활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요. 페이스북에 있는 사람은 (우리 병원) 비즈니스 얘기를 듣는 것보다 이야기하고 싶어하죠. 특히, 우리 병원 주요 타깃이 아이가 있는 엄마인데 페이스북은 남성성이 강한 편이에요.”

페이스북이 기업이 제품이나 자기 얘기하는 분위기는 아니란 얘기다. 분위기는 그렇다 치고 마케터로서 페이스북 마케팅은 ROI(투자수익률)도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아파서 병원을 가야 하거나 약을 사야 할 때 정보를 탐색하지, SNS를 들여다 보진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다 하니까 하는 건데 과연 이게 기업이 마케팅하는 데 맞을까요. 1인 기업 중 꽤 성과를 본 곳도 있다는데 어느 정도 규모가 큰 비즈니스에서는 그다지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는 특히 소비자가 쉽게 구매하지 않는 제품일수록 페이스북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봤다. 쉽게 사지 않는 제품으로 그가 일하는 병원 서비스가 있겠다. 자동차나 집도 사려고 여러 정보를 취합하고 사려는 마음을 먹기까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제품이다. 과자나 음료 한 잔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의 얘기를 종합해보건대, 이런 제품은 소비자가 정보를 탐색할 때 알맞은 정보를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의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은 이미지를 높이고자 소셜미디어를 운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당장 매출을 따지는 형편에 언제까지고 페이스북에서 농담하듯 제품 판매와 거리가 먼 얘기를 할 순 없는 노릇이었을 게다.

그가 병원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며 느낀 페이스북은 이렇다. 친구들과 찻집이나 술집, 식당, 벤치에서 얘기하는 걸 장소만 온라인으로 옮겨 온 게 페이스북이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중에 누군가 와서 ‘이벤트 참여하면 ◦◦ 줄게요’라고 말을 걸면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을 거다. 한창 대화에 빠졌다면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그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데서 과도하게 광고를 해봤자, 사람들은 자기 주된 관심사가 아니므로 스쳐 보낸다”라고 말했다. 뉴스피드와 타임라인이라는 대화의 장에 끼어들어 광고를 하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어려운 까닭이다.

그의 얘기를 듣고나니 카카오스토리래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카카오는 카카오스토리에 페이스북 페이지와 비슷한 ‘카카오플러스’라는 유료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유료 서비스는 정식 출시하지 않았으나 일부 병원은 옥외 광고에 카카오톡 아이디를 기재한다. 카카오톡으로 의료 상담을 해주겠다는 뜻이다. 이 병원도 카카오톡을 비슷한 목적으로 운영한다. 이 병원의 마케팅 담당자는 분위기상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남들 다 하니까요. 그런데 높은 점수는 주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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