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를 인수하려 했으나 결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6월19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언제, 얼마에, 어떤 조건으로, 어떤 사업을 인수하려고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에 이뤄졌고 최종단계까지 갔지만 결국 결렬됐다는 내용이다.

바로 전날 화웨이가 “노키아 같은 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묘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가 인수 계획이 있는 건 아니라고 진화에 나선 뒤에 터져 나온 이야기여서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설이 나오자 ‘화웨이는 노키아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장치였다’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키아가 인수설에 휘말리는 이유는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이 여간해서 늘지 않고 주력으로 삼은 윈도우폰이 관심에서 밀려나 있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여전히 피처폰과 저가 스마트폰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샤 같은 제품이 노키아를 떠받치고 있긴 하지만 ‘프리미엄’, ‘휴대폰 1위 업체’ 같은 위상은 모두 남들에 내어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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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노키아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휴대폰인 ‘베르투'(Vertu)같은 브랜드는 매각했고 심비안을 비롯한 플랫폼 사업도 팔아버린 상황이다. 부동산까지 정리하면서 본업인 휴대폰 사업에만 매달리고 있지만 루미아 시리즈 윈도우폰은 시장에서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노키아가 회사 매각에 나섰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먼저 적극적으로 노키아에 접근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 갈 길이 바쁘다. 스마트폰 시장은 여전히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원조격인 윈도우폰은 전혀 기류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그에 반해 PC시장은 윈도우8 출시 이후에도 썩 신통치 않다.

늘어나는 안드로이드와 iOS 시장에 맞설 매력적인 제품과 브랜드가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에는 필요하다. 성에 차는 제품이 안 나오면 직접 만들고 업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아이패드와 직접 맞설 수 있는 제품으로 서피스를 내놓았다. 잘 팔리면 좋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스스로가 하드웨어를 많이 팔지 않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윈도우8 기기가 여러 제조사를 통해 많이 나오기라도 하면 된다. 서피스는 그런 레퍼런스 제품으로서의 역할이 큰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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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스마트폰은 이야기가 또 다르다. 비교적 든든한 제조사들이 버티고 있는 PC와 달리 모두가 안드로이드만 바라보고 있다. 현재 윈도우폰을 만드는 업체는 노키아, 삼성, HTC 3곳이 전부다. 그나마도 HTC와 삼성은 여전히 안드로이드가 주력이고 윈도우폰에는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노키아는 반응이 예전같지 않다. 세 회사에 고마움과 말 못할 아쉬움이 있을 게다. 시장이 돕지 않으면 직접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탄탄한 OS가 있는데 제조사, 통신사가 바라봐 줄 만한 하드웨어가 없는 상황이니 직접 제조와 유통을 맡을 수 있는 기업, 현재로서는 노키아가 조금 비싸더라도 가장 달콤하다.

아예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것을 안 해 본 것도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킨'(KIN)이라는 스마트폰을 만들었다가 불과 한 분기를 넘기기도 전에 정리한 바 있다. 게다가 지금은 더 이상 부릴 여유도 없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것은 인수다.

합병 진행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로써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와 합쳐질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두 회사는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윈도우폰 OS가 다른 OS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키아가 시대에 뒤떨어진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다른 플랫폼에 가 있는 시선들을 끌어올 ‘한방’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안드로이드만으로도 숨이 차오를 삼성이나 HTC 보다도 합병을 노릴 정도로 높은 가치를 매긴 노키아와 더 긴밀하게 제품 개발을 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PC처럼 다양한 기업들이 윈도우를 채택해 시장이 영향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해 왔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직접 제품을 만든다는 각오로 노키아를 통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이는 함께 벼랑 끝에 선 노키아도 마찬가지다. 지금 노키아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스마트폰이지 카메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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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