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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타임 오디오’에 통신사가 조용한 까닭

2013.06.23

WWDC에서 가장 놀란 것은 무엇이었나? 열에 아홉은 ‘iOS7’ 그리고 확 달라진 아이콘과 인터페이스를 꼽으리라. 워낙 많은 서비스와 제품들이 쉴 새 없이 소개되면서 어떤 것은 부각되고 어떤 것은 상대적으로 조용히 넘어갔다. 이 가운데 내가 가장 놀란 서비스는 ‘페이스타임 오디오’였다.

페이스타임 오디오는 한마디로 ‘인터넷전화’다. mVoIP 기술을 이용해 음성을 인터넷 패킷망에 올려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음성 채팅 말이다. 세계적으로는 스카이프와 비슷하고 국내에서는 지난해 인터넷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까지 끌어낸 카카오톡의 ‘보이스톡’과 비교할 만한 서비스다.

새로울 것도, 어려울 것도 없는 기술이다. 이미 애플은 2년 전 페이스타임을 발표하고 무료 영상통화 서비스를 해 왔다. 페이스타임 오디오는 여기에서 음성만 뽑아낸 것 아닌가. 또한 스카이프는 아이폰에 앱스토어가 처음 열렸을 때부터 함께 해 온 서비스이고 카카오톡, 라인을 비롯해 바이버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응용프로그램(앱)이 아이폰용으로, 그것도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타임 오디오는 처음부터 운영체제에 포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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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음성통화와 비슷한 통화 품질 제공

아직 iOS7 자체가 베타테스트 중이지만 페이스타임 오디오는 정상 작동한다. 일단 소리가 좋다. ‘아이폰5’의 ‘HD보이스’로 불리는 AMR 와이드밴드 오디오 코덱을 그대로 쓰는지 통화 품질이 거의 같다. 꼭 아이폰5가 아니어도 ‘아이폰4’, ‘아이폰4S’에서도 기본 음성통화와는 소리가 좀 다르다.

실제 iOS7의 베타1을 쓰고 있는 이들에게 페이스타임 오디오로 전화를 걸었더니 대부분 페이스타임 오디오를 인지하지 못했다. 3G로 접속하면 연결 초기에 약간 소리가 끊어지는 느낌이 있긴 한데 곧 괜찮아진다. 소리가 약간 뭉쳐서 들리는 경우도 있는데 통신 속도가 품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무선랜이나 LTE에서는 괜찮다.

그럼 데이터는 얼마나 쓸까? 아이폰5와 아이폰4S 사이에 셀룰러망으로 통화했다. 3분50초 통화한 뒤 데이터 이용량을 보니 1.9MB를 썼다. 1MB로 약 2분 가까이 통화할 수 있는 셈이다. 통화 내역 화면에선 통화 시간 뿐 아니라 대략의 데이터 이용량도 보여준다. 여기에서는 실제 통화와 달리 3분, 2MB라고 표기돼 있다. 현재 통신사들은 30MB에서 1.5GB까지 요금제에 따라 mVoIP를 허용한다. 데이터 100MB면 약 200분을 통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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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메시지부터 페이스타임까지 단계별 적용

페이스타임 오디오가 다른 mVoIP와 다른 점은 운영체제에, 플랫폼에 기본으로 적용돼 있는 서비스라는 데 있다. 페이스타임 오디오는 페이스타임처럼 별도 앱 또는 전화번호부에 포함된다. 전화걸기에서 즐겨찾기에 상대방 페이스타임 오디오 번호를 입력해둘 수도 있다. 이것은 아이메시지처럼 통신사 메시지와 iOS의 메시지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건 통신사들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물론 윈도우폰이 스카이프를 통합하긴 했지만 윈도우폰은 현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플랫폼이다. 아이폰은 규모면에서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아이클라우드 메일 계정 뿐 아니라 전화번호만 알아도 인터넷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은 파격적인 일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통신의 역할을 품기 위해 서서히 단계를 밟아 왔다. 2010년 iOS4와 아이클라우드를 발표하면서 애플은 페이스타임과 아이메시지를 꺼내놓았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클라우드 서비스의 일환이었고 이미 왓츠앱 메신저가 문자메시지를 서서히 대체하고 있었다. 애플이 숟가락 얹는다고 해서 통신사들이 반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페이스타임도 마찬가지였다. 애초 3G의 킬러콘텐츠였던 영상통화는 잘 이용하지 않는 서비스로 전락했고 iOS와 OS X에 처음 들어갈 때는 무선랜으로만 접속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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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메시지 주도권, 통신사에서 플랫폼으로 이동

변화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애플은 WWDC에서 iOS6를 발표하면서 페이스타임을 무선랜 뿐 아니라 셀룰러망에 접속해서도 쓸 수 있게 풀었다. 해외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국내는 당시 카카오톡의 mVoIP로 시끄러웠던 시기였기에 페이스타임의 셀룰러 연동은 크게 이슈가 되지 못했다. 다만 통신사들은 기존처럼 요금제에 따라 mVoIP로 쓸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을 제한하는 것으로 대처했다.

올해 WWDC에서는 아예 페이스타임 오디오라는 서비스를 iOS에 붙여버렸다. 물론 무선랜 뿐 아니라 LTE, WCDMA, CDMA 등 모든 셀룰러망에서도 되도록 열었다. 통신사가 일부러 패킷을 막지만 않는다면 일반 전화 통화처럼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에만 연결돼 있다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전화도 쓴다. 게다가 아이메시지, 페이스타임 등으로 음성·영상통화와 메시지까지 모두 인터넷으로 처리한다.

이는 통신사들이 인터넷 시대에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다. 플랫폼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직접 운영하면 통화와 메시지를 쥐고 있는 ‘이동통신’이라는 역할의 책임이 모호해질 수 있다. 어차피 통신사들의 역할이 데이터 망 제공자로 바뀌고 있고, 스스로도 ‘올IP’, ‘탈통신’ 등의 용어를 통해 변하는 시대 흐름에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통신 기능을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애플만이 아니다. 윈도우폰은 스카이프를 통합해 전화 통화와 메신저를 합쳤고 구글도 안드로이드에 행아웃을 포함했다.

그간 바이버부터 카카오까지 산전수전 겪었던 통신사들은 페이스타임 오디오에 대해서도 그리 놀라지는 않는 눈치다.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로 사실상 통화를 통한 수익도 크게 기대하지 못하게 됐다. IP서비스를 중요하게 강조한 만큼 새 서비스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기도 어렵다. 통신사들은 애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이용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애플 입장에서 통신사들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정책을 꺼내놓은 셈이다. 이것이 페이스타임 오디오가 키노트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가는 이슈가 된 까닭이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