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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시장, 이러니 늪에서 허우적대지

2013.07.01

지디넷이 ‘PC회사가 정체기를 벗어나는 7가지 방법’이라는 흥미로운 기사를 공개했다. PC시장은 분명 심각한 정체의 늪에 빠져 있다. 이는 꼭 PC 제조사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프로세서, OS, 유통 모두에 걸쳐 ‘윈텔 PC 외에 대안은 없다’는 의식에 안주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 시장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이라는 현실을 마주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간 새 프로세서, 새 그래픽카드, 새 운영체제가 나오면 한동안 PC시장은 호황을 겪어 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윈도우8도, 4세대 코어 프로세서도, 킬러 게임도 얼어붙은 시장을 달래지 못했다.

지디넷은 PC시장이 회복될 수 있는 요소로 파워, 생산성, 폼팩터, 확장성, 이상적인 동반자, 수명, 번들링 등의 7가지를 꼽았다. 전부는 모르겠지만 공감되는 일부를 다시 풀어봤다.

컴퓨팅 파워 : “PC가 좋아지긴 하나?”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컴퓨팅 파워’다. PC시장이 절정의 꽃을 피웠던 시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이었다. 반도체 집적 기술의 발전으로 자고 나면 프로세서의 작동 속도가 올라갔다. 가정에 들어선 PC가 100MHz대 프로세서에서 1GHz로 10배 빨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년이 되지 않는다. 다시 3GHz를 돌파하는 데는 그보다 더 짧았다. 시장은 성능을 대변해주는 작동 속도 향상 환호했고 PC를 바꾸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2004년부터 잘 나가던 펜티엄4가 슬슬 4GHz 벽에 부딪혔다. 펜티엄4의 바탕인 넷버스트 아키텍처는 프로세서 속도를 10GHz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로 꼽혔지만, 실제로는 3GHz를 넘으면서 슬슬 한계가 왔다. 공정 미세화에도 전력 소비는 막대하게 늘어났고 결국 시장은 코어 개수를 늘리고 클럭 당 성능(IPC, Instruction-per-Clock)을 높이는 것으로 발전 방향을 바꿨다.

pentium_II

그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텔의 코어2듀오였고, AMD의 페넘이었다. 결국 프로세서 속도는 2004년 이후 벌써 10년째 3GHz에 묶여 있다. 그 사이 코어 개수는 8개까지 늘었고 IPC도 크게 높아지면서 성능은 몇 배 향상됐지만 클럭처럼 소비자들이 성능을 쉽게 알 수 있는 지표는 오히려 사라졌다. PC 성능이 계속해서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데에 인색했던 게 결국 시장의 흥미를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지디넷이 꼽은 수명, 교체주기와도 연결된다. 소비자들이 느끼기에는 3년 전에 산 코어 i5 프로세서와 새로 나온 4세대 코어i5는 똑같은 2~3GHz대 프로세서일 뿐이다. 스마트폰은 2년을 채우기도 전에 갈아치우는 소비자들이 PC를 왜 바꾸지 않게 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확장성 : “PC 들여다보는 재미가 없어”

확장성도 마찬가지다. PC시장이 한창 성장할 시기에는 PC 안에 들어가는 부품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메인보드 위에는 그래픽카드, 사운드카드, 모뎀, 랜카드, TV수신카드 등 슬롯이 모자랄 정도로 많았다. 그만큼 조합도 많았고 다양한 하드웨어 시장이 형성됐다. 대표적인 것이 사운드카드로, 1만원짜리 묻지마 카드부터 50만원씩 하는 최고급 사운드 블래스터 카드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메인보드가 부품들을 야금야금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모뎀이 사라졌고, 랜카드가 사라졌다. 사운드카드도 흡수됐고 최근에는 그래픽카드마저 CPU에 통합되고 있다. 데스크톱 PC를 뜯어보면 메인보드 위에 CPU와 메모리만 꽂혀 있는 구조가 됐다. 선택이나 확장성 등은 사라지고 적당한 수준의 부품들로 묶였고 시장도 이에 길들여졌다.

폼팩터 : “어설픈 태블릿 코스프레는 그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폼팩터의 땜질을 멈추라’는 것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의 관심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쏠리는 것에 대한 대책으로 ‘윈도우8’과 컨버터블 울트라북을 내놓았다. PC를 태블릿화하겠다는 것이다. 윈도우8을 설치한 PC는 무려 8가지의 기본 폼팩터로 나뉘어져 있다. 그나마도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의 PC가 제시되고 있다.

intel_ultrabook_touch

그런데 이런 PC를 누가 원했는가. 시장보다 PC제조사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바랐던 게 아닌가. 일부 윈도우 태블릿을 원하는 시장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PC의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터치패드보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더 필요할텐데 그저 아이패드를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걸 대중이 얼마나 편하게 느끼고 가치를 받아들이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완전히 새로운 기기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기존의 장점을 버리고 다른 제품들과 억지로 경쟁에 나설 필요는 없다. 터치스크린과 더 신기하게 접히는 기기, 윈도우8을 쓴 상당수의 기기들이 어중간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