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로 아프리카 기아해결에 도전하는 당찬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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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저 나이 때 뭘 생각하고 꿈꿨지?”

마이크로소프트가 매년 전세계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이매진컵 2009’에서 임베디드 개발 부문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인 와프리(Wafree)팀의 팀원들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이제 스무살을 넘긴 앳된 숙녀와 사회 진출이라는 큰 도전을 앞에 둔 3명의 젊은 신사들이 일궈낸 도전의 성과물은 신선하기도 했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Wafree는 World, Africa, Free를 결합해 만들어 낸 이름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식량 문제에서 자유로와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가 있다. 작명도 멋졌다.

와프리팀은 UN의 밀레니엄 개발과제 8개 분야 중 하나인 절대빈곤과 기아퇴치(Eradicate Extreme Poverty and Hunger) 분야에 도전, 임베디드 개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만 해도 2만 5천달러다. 4명이 나눠가져도 이게 얼마란 말인가?

한턱 내라고 했더니 인터뷰에 참석한 김기범(왼쪽), 신윤지, 유신상(오른쪽) 군은 “아직 통장에 돈이 안들어왔어요”라면서 “준비하면서 들어간 돈도 정산하고, 학비에 써야죠”라면서 웃었다. 나머지 한 명인 박영부군은 CPU와 GPU에 대한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어 일본 대학원 진출을 위해 출국해 인터뷰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이들은 아프리카 등지에서 사슴벌레 애벌레가 식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사슴벌레를 사육할 때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윈도우 임베디드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런 신선한 발상은 어느 날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계기가 있듯이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디어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 1학년인 신윤지 학생이 냈다. 신윤지 학생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이 때 르완다 학생과 식사 도중, 음식을 남겼는데 르완다 학생이 먹을 것을 남긴 것을 보고 엄청 화를 냈다고.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설명했고, 그때 비로소 이런 문제 의식을 갖게 됐다고.

그 후 우연치 않은 기회에 UN 보고서 중 ‘곤충’이 식량이 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보게 됐고, 이 때부터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켰다. 왜 사슴벌레였냐는 질문에 신윤지 학생은 “곤충을 먹는 것에 대해 다루는 학문이 있는 걸 알았어요. 논문도 많고, 각 곤충별 영양 성분 분석도 있었죠. 192개의 곤충이나 있더라구요. 서로 비교도 해보고 했죠. 비교 과정에선 황소개구리 같은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과 영향을 미치는 곤충은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위험도 없으면서 생존율도 높고, 번식률도 좋은 것을 찾다보니 사슴벌레가 최적이라서 결정했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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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요한 것은 식량 원조만으로는 아프리카의 수많은 이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해법은 아니라는 거예요. 자급자족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필요한 거죠. 저희 시도 말고도 다양한 시도가 있을 거구요. 우승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간의 노력들을 소개하는 중간 단계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꾸준히 진행해 봐야죠”라고 밝혔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1위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은 “단순한 아이템 평가가 아니라 정말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물론 비즈니스 가능성도 주요 평가 대상이었습니다. 한 심사 위원은 초반부터 너무나 대단하다고 격려해 주시면서 예상치 못한 질문도 하셨어요. 시스템에 벌레가 들어가서 작동이 멈추면 어떻게 하겠냐는 것이었죠. 그런 것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해 주셨어요. 근데 결선에서 똑같은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 처음 발표 후에 모여서 답변을 준비했어요. 시스템을 두개 가져다가 하나가 고장나면 바로 교체를 하고 수리를 해서 준비를 해놓겠다고 했죠.”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만나 이런 일을 도모한 것일까? 이들을 우연치 않게 한 학원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쌓기 위해 공부를 하다가 친해져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함께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사교육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고 웃으면 말했더니 이들은 “그게 그렇게 되나요?”라면서 웃었다.

큰 성과를 일궈낸 이들은 앞으로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남자 3명은 이제 취업을 앞둔 대학 4학생들이고, 홍일점인 신윤지 학생은 콜롬비아 대학에 복학해 이제 본격적인 공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김기범 군은 국내 금융권에 취업해 보안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짧게 말했다. 전형적인 엔지니어라고 하면 폄하하는 것일까? 간결하다 못해 너무나 짧은 대답에 기자가 “인터뷰 하기 힘든 전형적인 엔지니어 타입이네요”라고 웃자 그는 “그런가요?”라고 하면서 쑥스러워했다. 그래도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초지일관. ^.^

유신상 군은 “개인적으로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와프리팀에 참여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죠. IT 기업의 기술 영업 분야에 진출해 많은 것을 배우고 이후에 전문 경영인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신윤지 학생은 콜롬비아 대학에 복학해 응용수학과 컴퓨터공학 분야를 공부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는 것일까?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윤지 양은 “콜롬비아 대학원에 지구 연구소(The Earth Institute)라는 곳이 있는 데 그곳에서 씨드 펀드(seed fund)를 받아 연구가 계속될 예정입니다. 서로 떨어져 있지만 원격으로 함께 참여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인터뷰에 동석했던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이번 프로젝트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멋진 프로젝트였고, 성과도 있었던 만큼 관련 프로젝트가 사장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투자가들과 연결해 주고 싶다는 것이다.

대상을 거머쥐기는 했지만 이들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인 듯 보인다. IT로 지구의 난제를 해결해야 할 분야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고, 이번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제 중간 결산 정도”라고 말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IT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라는 너무나 살벌한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너무나 단순한 사실을 느낀 만남이었다.

참, 꿈을 이루기 전에 통장에 상금이 들어오면 우선 한턱내는 일부터 하길 간곡히 청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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