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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값이라는 알뜰폰, 단말기 값은 외면?

2013.07.18

영국은 통신사나 업계 전문가, 정부가 통신 정책, 경쟁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단골로 꼽는 시장이다. 한국에 비해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영국에는 수십개의 통신사가 있다. 물론 우리가 잘 아는 버라이존, O2, 오렌지 같은 메이저 통신사가 적잖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적잖은 가입자는 임대해서 사업하는 알뜰폰 서비스를 이용한다. 심지어 선불폰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도 좀 늦긴 했지만 알뜰폰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벌써 3년째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 주변에서 알뜰폰 가입자를 본 적 있나? 각 업체의 직원이나 담당자를 만날 때 외에는 일반 가입자를 만나보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실제 가입자 수도 적다. 3% 내외다. 전체 휴대폰 개통 숫자가 5천만대 가량이니, 알뜰폰은 150만대 정도인 셈이다.

왜 갑자기 알뜰폰 요금제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을까. LTE 요금제가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나왔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많게는 절반, 보통 30~40%가량 저렴한 요금제들이 가계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MVNO▲알뜰폰 주요 요금제. 3분의 1에서 절반까지 통신요금을 줄일 수 있다.  (자료:미래창조과학부)

그간 알뜰폰 요금제는 3G에 집중돼 있었다. 망을 가진 3대 통신사들이 LTE로 넘어가면서 3G는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비교적 낮은 가격에 공급해 주었지만 주력 상품인 LTE는 원가를 높게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통신사와 임대망 사업자의 서비스 가격이 똑같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알뜰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해외 여행시 데이터 로밍이 안 되는 식의 불편함이 더했다.

하지만 정부는 단말기 자급제와 함께 알뜰폰을 스마트폰 요금 인하의 열쇠로 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서비스와 단말기 유통에 경쟁을 붙여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 새로 등장한 요금제들은 LTE도 기존 통신사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하지만 알뜰폰 역시 약정 요금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7월15일부터 알뜰폰 사업자들을 통해 시작된 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따져보면 대체로 기존 통신사의 요금제에 비해 획기적으로 저렴하다. 특히 이번에 공통적으로 선보인 심프리(SIM-free) 요금제는 USIM 카드만 판매하는 방식으로 요금을 크게 낮춘 일등공신이다. 에넥스텔레콤의 ‘WHOM 망내45’ 요금제는 24개월 약정 기준으로 월 2만원을 낸다. 이와 똑같은 KT의 ‘모두다올레 45‘ 요금제는 2년 약정 기준으로 3만4천원에 쓸 수 있다. 1만4천원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2년을 기준으로 하면 세금을 제외하고 총 33만6천원이 절약된다. 세금을 더하면 37만원 정도다.

분명 이 요금제를 이용하면 통신사에 지불하는 요금 자체는 절감된다. 물론 이 조건은 ‘스마트폰을 알아서 마련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이나 중고폰 혹은 저렴하게 나오는 자급제폰을 이용하면 싸다. 하지만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을 2년 이상 쓰는 일은 쉽지 않다. 기존에 2년 약정을 끝낸 스마트폰을 갖고 다시 2년 약정을 걸어 쓰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새 단말기를 구입한다면 수십만원에서 기백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 통신사의 보조금을 27만원으로만 쳐도 새 단말기를 구입할 계획이라면 스마트폰의 전체 유지비용을 기대만큼 확 아껴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로 할인이 더해지거나 음성적인 보조금이 더해지면 역전될 수도 있다.

미래부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경쟁자를 투입하고 가격 경쟁을 이끌어내면서 통신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실질적인 요금제도 만들어냈다. 그런데 미래부나 기존 방통위 모두 통신 비용에 단말기 가격을 집어넣지 않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통신사에 지불하는 요금만 통신료이긴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통신 비용은 ‘요금+단말기 할부금’이다. “차라리 보조금을 적정선에서 푸는 게 통신 요금을 더 줄일 수 있다”는 휴대폰 판매상들의 주장이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galaxy_mini

자급제폰이 활성화되면 전체적으로 단말기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런데 이미 세계적으로 가격이 맞춰진 프리미엄폰의 가격을 국내만 낮춰서 팔 수는 없다. 사실상 몇 개의 프리미엄폰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최신폰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막는 것도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요금제를 쓰겠다고 비싼 단말기를 단번에 구입하는 것이 오히려 큰 부담이다. 결국 단말기 공급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소비자들이 알뜰폰에 눈을 돌리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제조사도 노력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4미니’를 자급제폰으로만 판매하는 식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다만 이 단말기를 한 번에 목돈을 쓰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장치나 방법이 알뜰폰 업계에서 뒤따라줘야 할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망 임대 사업자가 통신 서비스를 하기 어려운 나라로 꼽힌다. 특정 통신사들의 마케팅이 거세고 사업자를 중요시하기 때문인 풍토도 있지만, 무엇보다 땅이 그리 넓지 않고 기지국 당 가입자가 많다. 땅이 넓고 인구밀도가 낮은 국가에선 기지국 당 이용자가 적고 그만큼 요금대비 유지 비용이 높기 때문에 아예 망을 다른 사업자에게 임대하고 수익을 나누는 사업이 발달하게 된다.

반면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아 통신사가 기지국을 하나 세우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직접 망을 세우고 서비스하고 마케팅까지 해도 적잖은 수익을 내고 있다. 아직은 망을 제공하는 통신사도,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도 알뜰폰 사업을 그리 원하지 않고 있다. 새로 뛰어든 사업자와 정부만 적극적이다. 너도나도 고급 단말기를 원하는 풍토를 욕할 것도 없다. 그런 열정이 갤럭시S를, 옵티머스를, 베가를 만들어낸 것 아닌가. 알뜰폰 업체들도 눈이 한껏 높아져 있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면서도 전체 통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전에 말이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