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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시나리오 써 주는 SW 공개

2013.07.18

엔씨소프트가 7월18일 시나리오 저작도구 ‘스토리 헬퍼’를 소개했다. 스토리 헬퍼는 영화나 만화영화, 게임, 소설 등 이야기를 가진 작품을 구성할 때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다. 그림을 그리려면, 붓과 튜브 물감이 필요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마인드노트’와 같은 응용프로그램이 도움되는 것과 같다. 스토리 헬퍼는 그동안 머릿속에서만 작품을 쌓아 올렸던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엔씨소프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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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스토리텔링연구소 교수

국내에서는 시나리오 저작도구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스토리 헬퍼가 첫 번째 국산 시나리오 저작도구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시나리오 저작도구가 많이 쓰이고 있다. 애미상 수상 작품 중 80%가 ‘드라마티카 프로’라는 시나리오 저작도구의 도움을 받는다. 모든 작가가 마지막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 이르러 ‘파이널 드래프트’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고 하니 시나리오 저작도구는 작가들 사이에서 일반화된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스토리 헬퍼 도움을 받으면, 국내 작가도 이야기를 짜고, 시나리오를 기획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고민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토리 헬퍼는 205가지 모티프로 구성돼 있다. 스토리 헬퍼를 이루는 기본 데이터베이스다. 205가지 모티프는 다시 11만6796개의 장면 기반 시나리오로 나뉘어 있는데, 이 장면 들은 총 1406개 영화에서 추출했다.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모티프가 205개밖에 안 된다니, 너무 적은 것은 아닐까.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현대 모든 창작물은 205가지 모티프 속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토리 헬퍼를 이용하면 모든 서사를 기획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작가가 쓰는 이야기는 사건과 감정반응, 행동이라는 큰 축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소재와 주제, 인물, 시대, 대사만 다를 뿐이다.

이날 엔씨소프트 기자간담회에서 스토리 헬퍼 설명을 맡은 이인화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스토리텔링연구소 교수는 “스토리 헬퍼는 전에 있던 비슷한 문제에서 지금 마주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사례기반 추론’ 방식에 기초를 두고 있다”라며 “이야기를 창작하는 것을 문제라고 보면, 과거 유사한 작품을 분석해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라고 설명했다.

스토리 헬퍼는 매우 쉽게 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야기를 만드는 첫 번째 과정은 객관식이다. ‘햄릿’ 형 이야기를 고르고, 주인공 성격은 내성적이라고 결정하는 식이다. 여기에 아버지의 폭력을 추가할 수도 있고, 어려운 가정환경을 더해도 된다. 실제 엔씨소프트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스토리 헬퍼를 시연한 결과 영화 ‘하녀’와 유사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스토리 헬퍼를 쓰는 이들은 여기에 더하고 뺄 것을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작가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1분 안에 1장의 기획서로 받아 볼 수 있다는 점이 스토리 헬퍼의 가장 큰 특징이다. 스토리 헬퍼고 구성한 이야기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은 물론, 시각 그래프를 보고 어떤 부분의 감정을 더하고 뺄 것인지도 작가가 마음대로 손 볼 수 있다.

이인화 교수는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은 작품을 완성하는 전체 단계 중 5%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초기 이야기를 잘 못 잡으면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없다”라며 “스토리 헬퍼를 쓰면 2만매 원고지가 필요한 작업을 1만매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표 게임 개발업체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게임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짜는 것이 너무 어려운 탓이죠.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전무는 “지금까지 게임 산업은 운 좋게 성장해 왔지만, 이제 게임 말고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 다른 콘텐츠도 함께 생각해야 할 때”라며 “인접 콘텐츠가 함께 성장해야 게임도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가 웹기반 시나리오 저작도구를 만들어 배포한 까닭이다. 스토리 헬퍼에는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를 실질적으로 도우는 길이야말로 게임을 비롯한 모든 콘텐츠 산업을 키우는 것이라는 엔씨소프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스토리 헬퍼는 웹기반 소프트웨어다. 스토리 헬퍼 웹페이지에 접속해 아이디와 e메일 주소만 만들면 쓸 수 있다. 엔씨소프트가 무료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누구나 부담 없이 쓸 수 있다는 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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