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온의 달콤쌉싸름한 미국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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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벤처에 해외 시장은 달면서도 씁쓸하다. 글로벌 기업이 되는 꿈은 달콤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쓴맛부터 보기 십상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해외 시장 진출을 꿈꿔 본 적 없는 내 생각이다. 그럼 실제로 해외로 나가는 꿈을 꾸는 IT 벤처는 어떻게 생각할까.

시지온은 2013년 5월 미국 워싱턴DC에 김미균 공동대표와 직원 몇 명을 보냈다. 벌써 2개월째다. 시지온은 소셜댓글 ‘라이브리’를 서비스하는 곳으로 한국에서 언론사 200여곳, 기업과 비영리기구, 정부기관 500여곳을 제휴처로 확보했다.

시지온은 미국의 IT 기업 육성프로그램 ‘액셀프라이즈’에 참가했다. 액셀프라이즈에 뽑혀 3만달러를 투자받고 워싱턴DC에 업무 공간을 얻었다. 9월까지 액셀프라이즈가 마련한 기업 연수를 받으며 미국에서 사업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맨땅에 헤딩, 미국 시장 문 두드리기

한국에 잠시 들어온 김미균 공동대표와 만났다. 미국 시장 진출, 얼마나 설렐까. 김미균 공동대표는 대뜸 돈 걱정부터 했다. “체류비가 엄청나요. 워싱턴DC 물가가 정말 비싸더라고요. 밥값, 집값은 물론 집기류 하나도 너무 비싸요.”

▲시지온이 4개월간 사무실로 쓰는 건물. 액셀프라이즈는 프로그램 참가 기업에 사무 공간을 빌려준다.

해외 시장 진출은 생활인가 보다. “해외 진출, 쉽지 않아요. 온 식구가 미국에서 드는 비용을 온몸으로 버티는 중이에요.”

시지온은 주위 관심도 부담스럽단다. “해외로 가는 기업은 많은데 성공한 곳은 많지 않아서 조심스러웠죠. 실속 있게 가고 싶었고요.”

이 부담을 시지온만 느끼진 않으리라. 김미균 공동대표가 돈 얘기 다음으로 이 얘기를 가장 먼저 꺼낸 건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데에 스트레스도 크다는 방증 아닐까.

그런데 왜 워싱턴일까. 워싱턴에는 각종 협회와 언론사 본사가 있다. 바로 시지온이 집중 공략할 고객사이다. 시지온은 한국에서도 라이브리를 언론사에 먼저 제공하며 알린 경험이 있다.

“본사를 노리는 전략으로 갔죠. 협회를 공략하면 여러 언론사를 공략할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협회 주재로 몇 곳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워싱턴은 매력적이에요.” 바로 액셀프라이즈가 주로 시지온과 비슷한 B2B 기업을 선정하는 것도 워싱턴으로 간 이유다.

아메리카 대륙 서쪽 끝에 있는 실리콘밸리와 동쪽 워싱턴이 지리적으로 멀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사업하는 사람을 동부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뉴욕 인력도 워싱턴으로 자주 방문하고요. 워싱턴은 뉴욕과 실리콘밸리 중간에서 양쪽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미국에는 라이브리와 비슷한 ‘디스커스’‘라이브파이어’란 서비스가 있다. 시지온의 경쟁 서비스다. 시지온은 미국에서 라이브리를 설명하려면 디스커스와 라이브파이어에 빗대어 말해야 했다.

“미국에 가서 가장 먼저 만난 곳이 대안주간신문협회였어요. 크고작은 언론사 120개가 모인 곳이죠. 담당자에게 라이브리를 설명하는데 이 담당자가 한참 듣다가 디스커스와 뭐가 다르냐고 물었죠. 그 일이 있고 나서 처음 한 달은 라이브리가 디스커스, 라이브파이어보다 좋은 점을 분석했어요.”

시지온은 분석 끝에 두 서비스를 비집고 들어갈 틈을 봤을까. 두 서비스와 달리 시지온은 인터넷 실명제를 겪었다. 미국은 이제 실명으로 SNS를 쓰는 얘기가 불거지는 상황이다. “한국은 악성댓글을 줄이려고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했는데 이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에 사람의 심리를 활용한 구조가 작동했다고 말했죠.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을 잘 안다는 신뢰를 준 것 같아요.”

그래도 미국 시장의 벽은 높았다. 시지온은 미국 기업이 아니고, 그렇다고 미국에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언론사 사이트에 부는 유행도 잘 알지 못했다. 고객사인 언론사의 고민도 몰랐다. 그러다 워싱턴포스트와 만나서 아이디어를 하나 얻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라이브리의 기능도 좋지만, 자기 서비스 안에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그 말에 우리 서비스를 소개하다 말고 요즘 미국 언론사가 겪는 문제를 물었죠. 미국 언론사는 오프라인으로 신문을 사서 읽는 독자가 줄었어요. 발행부수도 줄었고요. 광고를 늘리는 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요즘 기사 유료화 시도를 하는 곳이 늘었고요.”

이날 회의 덕분에 김미균 공동대표는 언론사 수익 모델과 라이브리를 연동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고민이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고객에게 만족을 주는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도 들었다.

실패할 수 있다. 그래도 한다

시지온은 아직 미국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액셀프라이즈의 4개월 프로그램을 마치고 성과 없이 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도 해보겠단다.

▲라이브리를 미국에 퍼뜨리는 임무를 맡은 세 사람

“해외 진출 준비하니 주변에서 그러더군요. 한국에서나 잘하고, 서비스 고도화부터 하라고요. 그렇지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라면 응당 전지구적인 목표를 갖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세계적인 서비스가 되려면 미국에서 경험하는 게 필요하고요. 가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김미균 공동대표, 아니 시지온은 오기가 든다. 처음 한국에 라이브리를 소개하며 다니던 때처럼 미국에서 맨땅에 헤딩 중이다.

김미균 공동대표는 “처음에 사업 시작할 때도 ‘무슨 사업이야’, ‘웬 댓글 시스템’, ‘실명제인데 무슨 댓글을’, ‘투자받으라’ 등 걱정을 많이 들었다”라며 “우리가 내린 우리 결론으로 가자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호탕하게 웃으며 “배짱이죠”라고도 덧붙였다.

“한국에서 우리가 생각한 대로, 옳다고 생각해서 해냈고 가능성을 보고 해서 잘했어요. 이번 글로벌 진출도 보여주고 싶어요.”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창업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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